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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비리 '올 인'…경찰 "죽을 맛" 관가 "다칠라"

화이트보스 2009. 9. 29. 18:58

공직비리 '올 인'…경찰 "죽을 맛" 관가 "다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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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29 15:47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공직사회 부패 척결을 거듭 강조한 것을 계기로 경찰이 공직비리와 관련한 고강도 수사에 나서면서 지역 관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실적을 감안한 경찰이 수사부서 직원 1인당 1건의 첩보 수집을 주문하는 등 공직비리 수사에 사실상 올인하면서 내부에서는 볼멘소리가, 관가에서는 불통이 튈까 과민반응을 보이는 등 부작용도 일고 있다.

29일 광주.전남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권력형 토착비리 척결 차원에서 올 연말까지를 공직비리 특별수사기간으로 정하고, 첩보 수집과 내.수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공직비리 특성상 업체측 고소나 동료공무원의 실토성 증언 등 결정적인 제보가 없는 한 수사 개시 조차도 쉽지 않아 수사부서 직원들이 첩보 수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사과 한 직원은 "대통령의 '한마디'가 있은 후 모두가 조신하고 있는 마당에 비리를 캔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며 "한마디로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실적 때문에 정신적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수사는 본연의 업무이긴 하나 공직자 관련이다 보니 자칫 무리한 수사를 했다가는 뒤탈도 만만찮을 수밖에 없다"고 귀뜸했다.

이 때문에 일선 경찰서에는 뚜렷한 단서나 구체적 정황보다는 '∼카더라'식 제보와 '아님 말고'식 낭설이 판을 쳐 되레 수사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치안수요 만큼이나 사건도 적은 전남지역 일선 경찰서의 경우 소위 '큰 건'은 고사하고, 내사조차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인구 10만미만의 전남지역 한 경찰서 관계자는 "인접 경찰서의 수사상황에 촉각이 설 정도"라고 말했다.

아울러 농어촌지역은 연고주의를 무시할 수 없어 알음알음으로 수사에 물타기가 되는 경우도 적잖다는 게 경찰 내부 여론이다. 한 경찰 간부는 "윗선의 지시가 일선 수사라인에서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안다"고 수사상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

경찰이 저인망식 수사에 검찰도 토착비리에 안테나를 세우면서 관가는 바짝 움츠리고 있다.

실제 광주 모 구청의 경우 '시설공사 입찰과정에서 비리가 있다'는 첩보에 따라 경찰내사가 수개월째 진행되자 관련 부서 공무원들은 물론 동료 직원들까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또다른 자치단체에서는 보육시설과 관련된 비리 첩보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관련 부서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일선 자치단체 한 공무원은 "비리의 싹을 도려내는 것은 좋지만 '카더라'식의 첩보로 들쑤시는 것은 되레 행정 위축을 초래할 수도 있어 달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할당식 수사나 이벤트성 기획 수사는 자칫 부작용만 낳을 수 있는 만큼 정보과와 수사과 등을 아우르는 특별수사팀을 상설 운용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