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신중국 60년

세계 선박왕 권력 이동…‘황색 돌풍’ 거세다

화이트보스 2009. 10. 8. 16:29

세계 선박왕 권력 이동…‘황색 돌풍’ 거세다

헤럴드경제 | 입력 2009.10.08 12:14 | 수정 2009.10.08 12:16

 




세계 1위의 국내 조선업계 영업부 임원들은 유럽식 고급 와인보다 중국의 고량주와 청요리에 더욱 익숙해져야할 모양이다. 또 선박 수주 이후에 으레 펼쳐지는 만찬 자리에서도 중국 전통 사자춤에 박수를 보내야 하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조선 해운 불황 속에 세계 선박 발주를 주도하는 '선박왕' 자리가 유럽에서 아시아 지역으로 권력이동(Power Shift)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선주가 전체 선박 발주액 52%차지
전통 강국 유럽 선박금융 위축에 타격


올해 전세계 선박 발주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아시아 선주들의 황색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 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8월말까지 전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은 194척, 78억달러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유럽 지역에서 발주된 선박은 54척 21억달러에 그친 반면 아시아 지역에서 발주된 선박은 94척으로 41억달러에 이르렀다. 금액 기준으로 전체 선박 발주액의 52%를 차지한 것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선박 발주가 전세계 발주량의 절반을 넘어선 것은 2000년대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특히 중국 선주들의 선박 발주세가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중국에서 발주된 선박은 60척, 2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는 전체 아시아 지역 선박 발주액의 48%에 해당하는 수준이며, 전세계 선박 발주액의 25%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같은 기간 홍콩의 선박 발주액은 12억달러에 이르렀으며, 한국 3억달러, 대만과 카자흐스탄이 각각 2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전통적으로 선박왕들이 많이 모여 있는 유럽 주요 국가들의 선박 발주량은 선박 금융의 급격한 위축으로 미미했다. 지난해 전세계 선박 발주액 1, 2위를 기록한 독일과 그리스는 올해들어 선박 발주액이 각각 6억달러, 3억달러에 머물렀다. 지난해 유럽에서 선박 발주액 3위를 기록한 노르웨이는 올해 선박 발주가 1척도 없었다.

이에 따라 전세계 선박 발주 시장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던 유럽 선박왕들의 누적 발주량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 8월말 기준으로 유럽 지역의 누적 발주액은 2327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는 전세계 누적 선박 발주액인 4715억달러의 49%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올해들어 유럽 선주들의 선박 누적 발주액이 40억달러 정도 줄어드는 동안, 아시아 선주들의 발주액은 18억달러에 그쳤다. 나머지 중앙아시아와 남미 지역의 누적 발주액도 전년 대비 10% 정도 감소하는 데 머물렀다. 전세계 국가 가운데 누적 발주액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곳은 브라질밖에 없다.

이 같은 세계 선박왕 자리가 유럽 이외의 국가로 확산되는 것은 선박 금융이 급격히 위축된 데다 자국 선박을 자국에서 건조하려는 보호무역 성향이 짙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럽 선주들의 경우 선박 금융을 이용한 선박 발주가 많았던 탓에 금융 불안기에는 선박 발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반면 아시아 지역 선주들의 경우 자체 자금을 활용해 선박 발주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선박 발주 명맥을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