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신중국 60년

미(美)·중(中), 외교·군사력 비교

화이트보스 2009. 10. 3. 11:21

미(美)·중(中), 외교·군사력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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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0.02 03:02

"서구가 가진 무기 우리도 다 있어" 中 '용의 발톱' 드러냈다
군사비 15년간 두자리수 증가… 작년 849억달러… 美 이어 2위
해군은 연안서 대양으로 진출… 국제회의·기구에서도 경쟁… "美와 격차 커 좁히긴 힘들것"

지난달 24일 워싱턴DC의 신(新)미국안보센터(CNAS) 회의장에서 드문 일이 벌어졌다. 미 국무부의 제임스 스타인버그(Steinberg) 부장관이 연설을 마치자 한 동양인이 손을 번쩍 들었다. 주미(駐美) 중국대사관 소속이라고 밝힌 이 외교관은 "부장관은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사이 좋게 지내고 있는 것에 매우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그것은 중국 탓이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외교관이 주재국 고위 관료에게 공개 석상에서 항의성 발언을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연설에서 "중국의 자원 확보 활동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합당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중국 외교관은 "미국의 역할은 미국의 자원시장에 중국이 더 투자할 수 있도록 더욱 개방하는 것을 비롯해 중국이 자원에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워싱턴DC 한복판에서 벌어진 미국 관료와 중국 외교관의 이날 설전은 세계 곳곳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국 관계의 상징적인 단면을 보여줬다.

지난 4월 1일 프랑스 외교부는 티베트 독립을 반대하고 내정 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뜬금없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니콜라 사르코지(Sarkozy) 대통령이 작년 12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난 뒤 5개월간의 '중·프 외교전쟁'을 초래했다가 백기를 든 것이었다. 중국 언론들은 '콧대 높은 사르코지에 대한 중국 외교의 승리'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국은 1일 천안문(天安門)광장에서 63종의 첨단 무기들을 선보이며 자국의 '근육'을 과시했다. 중국은 최근 15년간 매년 10~23%씩 군사비를 증액했다. 지난해 중국의 군사비는 849억달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였다. 청나라 말기에 대륙에 패배와 굴욕을 안겼던 프랑스, 영국, 러시아, 독일, 일본은 3~7위로 밀려났다. 미·소(美·蘇) 양극의 냉전시대는 미·중(美·中)의 G2시대로 옮겨 왔다.

중국은 1일 건국 60주년을 맞아 벌인 군사 퍼레이드에서 핵미사일을 비롯한 다양한 무기들을 선보였다. 사진은 IL-76 수송기를 개조해 만든 대형 조기경보기 KJ-2000(왼쪽)와 전투기들이 행사장인 베이징 천안문 광장 상공을 나란히 날아가는 모습./AP연합뉴스
중국은 최근 국제회의체나 국제기구 활동에서도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아세안+3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한·중·일 3국 회담을 통해 아시아지역에서의 패권을 확실히 하려 하고 있다. 미 프린스턴대 존 아이켄베리(Ikenberry) 교수는 "그 동안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지역 안보질서를 주도해왔지만 중국의 부상은 동아시아의 질서에 근본적인 도전을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륙의 '만리장성'은 대양으로도 뻗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중국 해군은 아프리카의 소말리아 연안에서 활약 중이다. 지금은 파키스탄, 미얀마, 스리랑카에 대형 항구를 건설해 인도양을 내해(內海)로 만들고 있다. 말라카 해역에서 보하이(渤海)만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에도 중국의 잠수함과 구축함들이 누비고 있다. 올 4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해군 창설 60주년 기념식에서 "연안해군에서 벗어나 대양해군으로 거듭나자"고 한 외침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 대국화에 주변국의 역학구도도 변하고 있다. 지난 6월 상하이 부근 창싱(長興)조선소에서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베이징호의 건조를 시작하자 일본과 인도, 호주와 베트남, 대만 등도 구축함과 전투기 구입 등 전력 증강에 나서는 식이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미국은 아직도 중국을 한 수 아래로 본다. 미국은 중국의 지난 60년을 미국과 수교한 1979년 이전의 30년과 그 후의 30년으로 정확히 구분한다.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은 바로 미국의 수교 이후에 시작됐으며, 미국과 손을 잡았기에 30년 동안 중국이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고 보는 것이다.
감격한 수뇌부 1일 중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을 중국 전·현직 최고 지도자들이 천안문 전각에 올라 사열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오른쪽에서 6번째) 좌우에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모습이 보인다. 장 전 주석 오른쪽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AP연합뉴스
이렇게 얕보다 굴욕도 당했다. 2001년 4월 1일 중국 최남단 하이난(海南)섬 상공에서 벌어진 양국 공군기 충돌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공중에서 충돌, 중국 전투기와 조종사는 추락했고 미국 정찰기는 하이난섬에 불시착했다. 미국은 정찰기에 손대지 말라는 대통령 성명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은 정찰기를 완전히 분해해 필요한 기술을 파악한 뒤 반환했다. 또 미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받은 뒤에야 미군을 송환했다. 중국의 1000년 전쟁사 '용(龍)을 주목하라(Beware the Dragon)'는 책의 저자 에릭 두르쉬미드(Durschmied)는 "중국이 비록 전투기와 조종사는 잃었지만 수퍼파워 미국을 굴복시키고 베이징올림픽 협조를 얻어낸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건 요원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중국은 과거에는 자신만을 위해 쉬운 길을 걸어왔지만 앞으로는 국제사회에서 보다 더 큰 짐을 맡아 험난한 길을 걸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 와세다대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교수는 "세계 각국이 앞으로 중국에 대해 에너지, 환경, 환율, 금융 등 글로벌 이슈를 더욱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선진국들의 견제보다는 '내부의 적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앞날이 달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왕지쓰(王緝思)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향후 동부 연안지역과 서부 내륙 간의 지역적 불균형과 빈부 격차 심화, 공직 부패, 환경과 에너지문제, 티베트와 위구르의 민족 분열 조짐 등 이른바 중국적인 '소프트 파워'를 약화시키는 각종 장애물들을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과거 같은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군사력문제와 관련, 런던 소재 국제전략연구소의 갠리 리(Li) 연구원은 "며칠 전 '중국의 최신예 무기들이 이젠 선진국과 견줄 수 있는 위치에 왔다'고 장담한 중국 국방부장조차도 미국과의 격차가 얼마나 크고 군(軍)의 현대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잘 알 것"이라는 의미 있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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