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은 SCM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핵우산과 재래식타격능력, 미사일방어능력이라는 이른바 확장억제의 3대 수단을 명문화한 데 이어 논란이 일었던 전작권 전환시기는 예정대로 추진키로 재확인했다.
- ▲ 22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제41차 한미안보협의회의'를 마친 김태영 국방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기자회견 후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아프간 파병 = 양국이 이날 도출한 공동성명에는 한국군의 아프간 파병과 관련된 직접적인 문구는 없다.
다만 ‘평화유지활동, 안정화 및 재건지원, 인도적 지원 및 재난구조를 포함해 광범위한 범세계적 안보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 간의 긴밀한 협력을 계속 증진해나가기로 합의했다’는 문장으로 정리됐다.
애초 아프간 파병 문제는 게이츠 장관과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의 최근 언급으로 이번 SCM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이슈로 부상했었다.
모렐 대변인이 19일 한국의 대(對)아프간 경제지원을 강조한 데 이어 게이츠 장관이 21일 “한국의 국제적 군사기여는 한국의 안보와 핵심적인 국익에 도움되는 것으로 인식돼야 한다”며 파병을 우회적으로 요청했다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프간 파병과 관련한 직접적인 문구가 없다고 해서 미국이 한국의 파병을 원치 않는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동맹 간 논란의 소지가 있고 휘발성이 강한 사안일수록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고 모호성을 유지하는 특성 때문에 평화유지활동과 세계적인 안보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미국의 파병 요청 의사가 일정부분 녹아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동성명에서 ‘게이츠 장관은 한국이 아덴만 및 레바논 등지에서 평화와 안정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점에 대해 사의를 표했다’는 문장을 삽입한 것은 한국의 평화유지활동을 극찬하면서 동시에 아프간 안정화를 위해서도 한국의 기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촉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이와 관련한 이번 공동성명 문장의 수준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년 SCM에서도 ‘아프간의 보다 큰 안정과 재건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혀 한국의 대(對)아프간 지원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했다.
결국 군의 파병이든 경제적 지원 확대든 어떤 방향으로 한국이 아프간 상황에 기여할지는 한국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이며 미국은 그 속내가 어떻든 이를 포괄하는 한국의 지원이 중요하다는 선에서 성명문을 도출한 셈이다.
◇전작권 전환 = 양측은 현재 진행 중인 전작권 전환 작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공통 인식하에 2012년 4월17일로 잡혀 있는 전환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해 나가기로 재확인했다.
애초 SCM 직전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2012년 상황이 어떨지에 기초해 이뤄질 것”이라는 ‘상황론’을 언급해 시기 조정 문제가 부각됐지만 이를 불식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2006년에 이어 올해에도 핵실험을 하고 장.단거리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해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등 주변 상황이 썩 좋지는 않지만 양측의 전환작업이 상당히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방증한 것이란 분석이다.
또 이미 양국이 2012년을 목표로 전환 일정을 추진하면서 ‘매년 전환 상황을 점검.평가해 이를 그 과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합의한 상태기 때문에 굳이 합의 시기를 건드려 논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이날 공동성명에서도 과거에 합의했던 이 같은 문구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지난 5월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추가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추가하면서’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SCM 성명에 삽입했다.
하지만 향후 북한의 위협 정도를 쉽게 가늠할 수 없고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국내 일각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이 문제는 언제든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확장억제 = 한.미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핵우산과 재래식 공격, 미사일방어(MD)를 혼합하는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했다.
확장억제 구현을 위한 3대 수단을 SCM 공동성명에 첫 기재한 것으로, 북핵을 용납하지 않고 유사시 군사적으로 응징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과시한 것이란 분석이다.
물론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이나 이를 구현하기 위한 3대 수단은 이미 미국이 약속한 것이지만 군 당국 차원에서 이를 명문화했다는 것은 약속이 단지 정치적 선언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확장억제 수단이 명기됨에 따라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가 포착되면 핵무기를 탑재한 항공기와 잠수함, 항공모함뿐 아니라 재래식 전력을 한반도로 이동시켜 이를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MD 체계에 따라 요격을 시도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공동성명에서 MD 공약이 명기됐다는 것 자체가 한국이 미국의 MD 체계에 동참하겠다는 것은 아닌 만큼 그 의미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이미 한반도 실정에 맞는 하층망 요격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한국형 MD 체계를 구축키로 하고 이를 위한 군사력 무장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게이츠 장관이 19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에 대비한 MD 구축 문제를 한국과 계속 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한국의 미국 MD체계로의 편입 논란은 여전히 잠복한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