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군 경비부담 삭감 검토”
미국과의 대등한 외교를 강조해온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이번엔 주일미군의 경비 부담액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토야마 총리는 29일 참의원 대표질문 답변에서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부담과 관련, “일본의 부담을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하려면 포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미·일 안전보장 협정 개정 50년을 맞아 미·일 동맹의 방향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리뷰(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하토야마 정권은 집권 후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 및 대등한 미·일 관계 원칙 등을 표방하면서 미국과 적정한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하토야마 총리의 이번 발언이 나와 미·일 간 긴장 관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은 그간 주일미군의 각종 비용을 부담해 왔다. 1978년부터 미·일 지위협정에 따라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급여와 훈련비 등을 ‘배려예산’이라는 명목으로 지불해 왔다. 올 회계연도에는 1897억 엔(약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잡혀있다.
이처럼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주 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꺼냈다고 했다. 그는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미국 측 답변을 받은 사실을 소개하며 “미군의 협력을 얻어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범위를 찾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이 다음 달 초 미국을 방문하기로 해 어떤 성과를 얻어낼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다음 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오키나와(沖<7E04>)의 미군 후텐마(普天間)기지 이전 등을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 측은 NHK방송에 “미·일 외무장관 회담을 하더라도 (후텐마기지 이전에 관한) 해결은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혀 구체적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오카다 외상은 다음 달 초 중·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야 하며 클린턴 국무장관도 7일부터 외국 방문 일정이 잡혀 미·일 외교 수장 간 회담이 실현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주무 부처인 외무성의 한 관리는 30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후텐마기지 이전 문제도 보통 문제가 아닌데 지위협정을 포함한 미·일 간 현안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를 하겠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외무성 출신의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다쿠쇼쿠(拓殖)대 대학원 교수도 “지금 하토야마 총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동맹 재검토보다는 양국이 직면한 현안을 확실히 처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