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넌 것`
한나라당 친박(친 박근혜)계의 '세종시 원안고수' 입장이 더욱 견고해지는 분위기다.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부산의 한 불교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운찬 총리가 자신을 만나 세종시 수정과 관련해 설득하겠다는 데 대해 "국민에게 한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지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밝힌 게 계기가 됐다.
그동안 박 전 대표가 원안고수의 입장을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지만 이날은 정 총리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며 최근 벌어지는 논란에 쐐기를 박는 듯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제는 박 전 대표의 뜻이 확고한 정도가 아니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게 아닌가 싶다"면서 "박 전 대표가 여러 차례 같은 얘기를 했는데 이제는 정리된 것으로 다른 생각을 하면 안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처음부터 박 전 대표와 세종시에 대한 생각을 같이했다"며 "국민을 상대로 약속하고 정치권이 합의한 내용을 지금 와서 뒤집는 게 가능하느냐"고 반문했다.
심지어 정부가 세종시 원안 수정을 계속해서 밀어붙이면 친박계 의원들이 따로 모여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친박계 의원모임인 '여의포럼'은 오는 3일 국회에서 정례 세미나를 갖고 세종시 건설에 대해 논의키로 했으나 논의주제를 '재보선 이후의 정국'으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가 확실히 의중을 밝힌 가운데 친박계가 모여 세종시에 대해 토론할 경우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표의 강경한 입장표명 이후 내심 궁극적으로는 세종시 계획이 수정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했던 의원들도 입을 닫고 있다.
최근 세종시법에 대해 "잘못된 법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했던 김무성 의원도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나 정부의 대안 마련 이후로 언급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딱 잘라 말했고, 이에 따라 열차 두 대가 마주 달리는 듯한 양상인데 다른 의원들이 말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친이(친 이명박)계 의원은 "친박 내부에서도 다른 소신이 있는 의원이 있을 텐데 한 마디도 못한다는 것은 문제"라면서 "이렇게 무조건 따라 가는 것은 한국 정치의 폐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무성 의원은 지난달 31일 부산 불교행사에 이어 열렸던 '포럼 부산비전' 창립 3주년 기념 만찬에서 박 전 대표와 나란히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자신이 서울에서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뒤 뒤늦게 만찬에 참석해 박 전 대표와 인사를 나눴으며, 박 전 대표가 만찬 직후 비행기편으로 귀경해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