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정호로 떠나는 출사여행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소슬한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 마음이 쓸쓸한 자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곳이 있으니 그 곳은 바로 옥정호다. 산간오지에 덩그마니 서 있는 그 작은 호수는 그러나 새벽녘 웅장한 기상을 보여준다. 그 운무 속에 있으면 쓸쓸한 마음은 거대한 자연의 호연지기 속에 빠져들게 된다.
::: 옥정호의 밤, 나그네의 발길
‘내 마음은 호수요’하는 싯구가 떠오르는 계절. 마음이 헛헛하다면 옥정호로 달려갈 일이다. 그 곳에는 늘 그 외로운 자리를 지키면서 천변만화의 얼굴을 보여주는 옥정호가 있으니. 외롭게 고적한 호수가 드러내는 아름다운 자태를 한참 보다보면 자신에게 숨겨진 그 깊은 자랑거리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 밤중에 도착하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옥정호는 마치 저 신나는 영화를 보기 전 어둠 속에 들어가듯 설렘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사진기 하나씩 둘러 맨 나그네들은 저마다 옥정호가 새벽에 보여줄 얼굴에 밤잠을 설치게 마련이다.
Check Point ▶ 전라북도에 위치한 옥정호는 날이 짧아지는 계절에는 도착하면 어두워지는 경우가 많다. 옥정호 인근에는 식당이 있긴 하나 어둠 속에서 찾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러니 되도록 저녁을 먹고 이 곳으로 들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옥정호의 진면목은 새벽에 드러난다. 따라서 불편하더라도 근처의 숙박시설에서 머무는 게 좋다. 가장 가까운 곳이 국사봉 모텔. 산장에 가까운 이 모텔은 국사봉 바로 근처에 있다. 새벽 출사를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곳에서 머문다.
::: 국사봉에 오르다
새벽녘 나그네를 깨우는 것은 출사를 나온 사람들이다. 부산하게 일어나 장비를 챙겨 나온 그들은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차가워진 새벽 날씨에 언 몸을 녹이며 두런댄다. 마침 아침 안개가 자욱하니 사람들은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차를 몰고 국사봉 전망대를 향해 달려간다. 안개가 가로막고 있어 위험천만의 길. 허나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전망대 주차장에는 벌써부터 사람들이 가득하고, 깜깜한 어둠을 광부들이 쓰는 라이트에 의지해 사람들이 국사봉을 오른다. 한 20분 정도 올랐을까. 전망대에 사람들이 카메라를 세워놓고 벌써부터 장사진을 치고 있다. 함께 올라간 아저씨는 정상이 더 그림이 좋단다. 꼭대기까지 30분. 어둠 속에 어슴푸레 제 몸을 드러낸 옥정호의 운무가 추위 따위는 날려버릴 자태로 눈앞에 펼쳐진다!
Check Point ▶ 옥정호를 제대로 보려면 국사봉에 올라야 한다. 새벽 산행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으니 후레쉬는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 ▶ 사진기를 필수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DSRL이 좋겠지만 자동 카메라라 해도 풍경이 압도적이니 어디다 놓아도 작품이 된다. 새벽 사진이므로 노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삼각대 역시 반드시 챙기도록.
::: 옥정호에 해가 뜨다
어느 순간 점처럼 산 사이로 얼굴을 비쭉 내민 해는 순식간에 그 동그란 얼굴을 드러낸다. 파란 운무의 물결이 바알간 햇볕에 드러나면서 그 꿈틀거림이 용틀임처럼 느껴지고, 사진가들은 연실 셔터를 눌러댄다. 사진가들은 여러 모로 낚시꾼들을 닮았다. 낚싯대 걸쳐놓듯 삼각대 하나씩 걸쳐놓고는 대어를 잡기 위해 시간을 기다린다. 끝없이 움직이는 운무에서 어떤 장면을 포착한 이는 대어를 잡은 양 껄껄 웃는다. 그러니 장관은 옥정호만이 아니다. 거기서 빛의 낚시를 하는 사진가들 역시 그림이 아닐 수 없다.
Check Point ▶ 사진은 본래 빛과 어둠이 적당히 섞여있어야 보기가 좋다. 그러니 해가 이미 떠버린 풍경은 마치 이미 속살을 보아버린 여인처럼 매력이 떨어진다. 어둑한 빛 속에서 잡히는 옥정호는 신비감을 극대화시킨다. 그러니 사진 찍기는 그 때가 적기가 된다.
::: 안개에 젖은 옥정호의 마을들
옥정호의 마을들은 깊은 안개 속에서 조금씩 아침을 맞는다. 고립무원의 그 곳에서 안개는 어쩌면 포근하게 마을 사람들을 끌어안는 어머니처럼 보인다. 연기가 바람에 쓸려 날아가듯 적당히 가려진 풍경 속에서 마을은 또한 신비감을 얻는다. 마을 깊숙이 들어가면 작은 농촌의 정겨운 풍경들이 안개 너머에 펼쳐진다. 외로웠던 마음이 그 곳에서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풍경이 주는 안락감 때문이다.
Check Point ▶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 안개 속에서 커피 한 잔 마셔도 좋으리라. 국사봉 근처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찻집이 있다. 그 곳에서는 창문을 통해 저 옥정호의 백미라 불리는 붕어섬이 보인다. 거기서 된장찌개 같은 것으로 언 몸을 달래고, 커피 한 잔 마신다면 금상첨화. 여행은 그것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을 것이다.
tip.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에서 전주 나들목으로 나와 17번국도를 타고 남원방향으로 달리면 21번 국도가 나온다. 여기서 749번 지방도를 타고 순창·구이·운암 방향으로 우회전해 30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순창·마암 방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우회전하면 새터 삼거리를 지나 국사봉 전망대에 당도한다.
/정덕현 문화 칼럼니스트 mansuri@osen.co.kr 블로그 http://thekian.net/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제보및 보도자료 osenstar@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