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핵연료 재처리시설

<98> 원자력

화이트보스 2009. 11. 4. 17:10

<98> 원자력 [중앙일보]

2009.11.04 00:02 입력

우라늄 1g 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 석탄 3t과 맞먹는답니다

현재 건설 중인 신월성원전의 원자로 설치 장면. 이 안에서 우라늄의 핵 분열이 일어나고 300℃의 열이 발생된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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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새삼 원자력 발전이 관심을 끌고 있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발생이 석탄 화력 발전의 100분의 1에 불과한 그린에너지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환경론자들이 경원하던 원전이 일부에서 친환경 에너지 소리를 듣기 시작한 것이 이채롭다. 한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20기로 국내 전력 수요의 40%를 맡고 있다. 원자력 발전의 원리를 알아보자.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등산 애호가는 손잡이를 손으로 돌려 켜는 손전등을 필수품처럼 갖고 다닌다. 산 속을 헤매다 전지가 다 닳아버리면 큰일이라, 손으로 돌려 전기를 만들려는 것이다.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 모두 근본 원리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리고, 그 터빈으로 발전기를 구동해 전기를 생산한다. 터빈을 돌리는 것은 손전등의 손잡이를 손으로 돌리는 것과 비견된다. 석탄 화력발전은 증기를 만들 물을 끓이기 위해 석탄을 태우지만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 핵을 분열시켜 그때 나오는 열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수력발전은 높은 곳에서 물을 떨어뜨려 터빈을 돌린다. 물의 낙차에 의한 에너지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이처럼 발전 방식이 다르다는 건 터빈을 돌릴 힘을 얻는 방식의 차이다. 원자력 발전은→ 원자로에서 연료인 우라늄이 핵분열을 일으키고→ 그때 발생하는 열을 꺼내 물을 끓인다→ 이어 수증기의 힘 으로 터빈을 돌리고→ 발전기를 구동해 전기를 생산한다


상대성이론을 아시나요

E=mc². T셔츠에 새겨질 정도의 익숙한 공식이지만 그 뜻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E는 에너지, m은 물체의 정지 질량, c는 빛의 속도를 뜻한다. 상대성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의 그 유명한 에너지질량 등가 법칙이다. 원자력발전의 기본 원리는 이 방정식에서 나왔다. 물질의 원자핵 분열이 일어나기 전후의 무게 차이만큼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내용을 이렇게 간단한 식으로 나타낸 것이다. 보통 물질의 원자핵은 쪼개고 나면 그 전보다 무게가 줄어든다. 원자력발전도 우라늄이라는 물질의 원자 핵이 쪼개지면서 원래 무게보다 줄어든 무게만큼 발산하는 열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쓴다.

우라늄 핵 분열 때 열 방출

우라늄의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뭉쳐진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구성된다. 원자의 크기는 100억분의 1m 정도라고 하니 웬만한 성능의 현미경으로도 보기 어렵다. 우라늄 원자 핵을 초속 2.2㎞의 중성자로 충돌시키면 그 핵이 두 개로 쪼개진다. 중성자의 속도가 이보다 훨씬 빠르면 되레 핵분열을 일으키지 못한다. 중성자가 그냥 핵을 뚫고 지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핵이 분열할 때 중성자 두세 개가 함께 떨어져 나오며 그 중성자는 바로 옆에 있는 우라늄 핵에 충돌해 또 다른 핵 분열을 연쇄적으로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열이 발생한다.

우라늄 1g이 분열할 때 생기는 에너지는 석탄 3t이 다 탈 때 나오는 에너지와 맞먹는다. 우라늄은 석탄보다 약 300만 배의 열을 내는 셈이다. 이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핵분열 일으키는 우라늄은 한 종류

우라늄-235만이 원자로에서 핵분열을 일으킨다. 문제는 천연우라늄 중에 이런 것이 0.7%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100g의 우라늄을 광산에서 캐냈다고 하면 그중 우라늄-235는 0.7g밖에 들어 있지 않은 셈이다. 부산 고리와 전남 영광, 경북 울진의 원전에는 우라늄-235의 비율을 2~5%로 높인 우라늄을 연료로 쓴다. 이를 저농축 우라늄이라고 한다. 핵무기로 쓰려면 이 비율을 9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보통 우라늄 원료는 담배 필터 형태의 ‘펠렛(Pellet)’으로 만들어 쓴다. 펠렛 한 개의 무게는 5g. 펠렛 한 개로 한 가구가 8개월간 쓸 전력을 생산한다. 원자로에 연료를 넣을 때는 펠렛 수백 개를 다발로 묶어 집어넣고, 3~5년마다 교체한다.

원자로 속 열은 냉각제로 꺼내

우라늄이 가득 들어 있는 원자로에서 핵분열이 일어나면 섭씨 300도 정도가 된다. 압력도 실외의 160배 정도로 고압이다. 원자로에서 열이 아무리 많이 발생해도 꺼낼 수 없으면 소용없다. 냉각제가 그 역할을 한다. 원자로에 따라 쓰는 물질이 다르긴 하지만 보통 물과 중수(무거운 물), 이산화탄소, 헬륨, 액체 금속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 냉각제가 원자로를 관으로 통과하면서 덥혀진다. 그렇게 뜨거워진 냉각제를 원자로 밖으로 이동시킨 뒤 그 열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든다. 만약 냉각제가 공급되지 않으면 원자로가 과열돼 문제가 발생한다.

핵분열은 제어봉으로 조절

원자로에서 핵분열이 제멋대로 일어나면 큰일이다. 이를 잘 조절·통제해야 한다. 핵분열을 일으키는 물질이 중성자이므로 중성자 수를 조절하는 게 제어봉이다. 일반적으로 핵연료 다발 사이사이에 붕소나 카드뮴으로 만든 제어봉이 끼워져 있다. 붕소와 카드뮴은 중성자를 잘 흡수하는 특성이 있다. 만약 중성자 수를 줄이려면 제어봉이 원자로 안에 많이 들어가게 하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로 하면 된다.

첫 원전은 옛 소련에서 가동

소련은 상용 원전으로 5000kW급 오브닌스크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했다. 이는 세계 첫 상용 원전이자 가장 수명이 긴 원전으로 기록됐다. 1954년 가동에 들어가 2002년 4월 30일 원자로의 불을 껐다. 48년을 버틴 것이다. 연구 차원에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원자력으로 발전에 성공한 곳은 미국 아이다호 국립원자력시험장이다. 1951년이었다. 미국은 이를 활용해 이듬해 원자력 잠수함인 노틸러스호를 건조하는 데 성공했다. 원자력 발전이 상용 원전에 앞서 처음 이용된 곳이 잠수함이었던 셈이다.

체르노빌 사고의 교훈…‘5중 방호벽’원칙 지켜라

원자력 발전을 위해 우라늄의 핵을 쪼개면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열이 나오지만 반갑지 않은 방사선도 방출된다. 방사선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막아야 한다. 원전 도입 초기에는 “원전 주변 주민들이 방사선을 과다하게 쪼여 기형아를 낳았다”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처럼 언제 폭발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등 흉흉한 헛소문이 많이 나돌았다.

물론 원전도 기계이고 사람이 하는 일이라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원전은 사고가 나도 방사능이 원전 밖으로 새나가지 못하도록 몇 겹의 방호막을 친다. 원전 건설비의 상당 부분이 이런 방호막을 치는 데 들어갈 정도다. 한국에서 원전 운영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큰 인명피해 사고가 한 번도 나지 않은 것은 이런 설계 덕분이다

외부에서 비행기 충돌해도 끄떡없어

원자로 사고 때 방사선을 차단하기 위해 5중 방호벽을 친다. 담배 필터 형태의 우라늄 덩어리 ‘펠렛’(제1 방호벽), 지르코늄 합금으로 만든 펠렛 피복관(제2 방호벽) , 25㎝ 두께의 강철 원자로 용기(제3 방호벽), 6㎝ 두께의 강철 원자로 내벽(제4 방호벽), 120㎝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 원자로 건물 외벽(제5 방호벽)이 그것이다. 한국의 원전은 모두 이런 구조다. 외부에서 비행기가 충돌해도 끄덕없다. 만약 그런 일이 있으면 먼저 원자로가 작동을 멈춰버린다. 한국수력 원자력(주)의 원전 운영 노하우는 세계가 알아줄 정도로 수준급으로 평가받는다.

사고가 일어난다고 해도 이들 5중 방호벽에 의해 방사선 물질이나 방사선은 차단된다. 1986년 소련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원전 역사상 최악의 방사능 유출사고로 기록된다. 사고 원인은 설계 잘못으로 판명됐다. 원자로를 감싸야 할 격납 용기가 없었다. 79년 미국 스리마일 섬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는 방호벽이 견고하게 구축돼 있어 주민 피해가 없었다.

공구·장갑 등 ‘저준위 폐기물 처분장’ 경주에

원전에는 어쩔 수 없이 쓰레기가 발생한다. 연탄을 때면 연탄재가 남는 것과 같다. 원전에서 쓰는 공구와 피복류를 비롯해 원자로에서 꺼낸 타고 남은 연료(사용 후 핵연료) 등이 골칫거리다. 공구나 작업용 장갑, 의류 등은 방사선에 아주 살짝 오염된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에 해당한다. 현재 경북 경주에 건설한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이런 쓰레기를 지하에 묻어두는 곳이다.

처리하는데 진짜 골머리를 앓는 쓰레기는 ‘사용 후 핵연료’다. 원자로에서 열 효율이 떨어진 덜 탄 우라늄을 꺼내 놓은 것이다. 이들은 무려 몇 십만 년 동안 섭씨 100도 정도의 열과 방사선을 내며 계속 탈 재활용 자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용후 핵연료 처분 정책을 정하지 못해 각 원전 수조에 담아 보관 중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그 안에 들은 우라늄과 핵분열 과정에서 생긴 플루토늄을 분리해 원전의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들을 묻어 영구 처분할지, 아니면 특정한 곳에 저장해 놨다가 나중에 꺼내 재활용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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