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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폭력=의원직 제명' 안 되면 여의도 폭력 근절 불가능

화이트보스 2009. 11. 8. 18:37

'국회 폭력=의원직 제명' 안 되면 여의도 폭력 근절 불가능

입력 : 2009.11.06 22:22 / 수정 : 2009.11.06 23:44

지난 4일 서울남부지검은 작년 12월 국회 폭력사태와 관련해 민주당 문학진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에게 공용물건손상 등의 혐의로 문 의원에게 벌금 300만원, 이 의원에겐 벌금 1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앞으로 있을 선고에서 이 구형대로 두 의원의 형이 확정돼도 두 의원의 의원직엔 영향이 없다. 국회의원들이 해머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 문을 부수고, 전기톱을 동원하고, 국회의원들의 명패를 마구 부숴 온 세계에 대한민국 의회정치의 한심한 수준을 보여줬던 이 사건 역시 예상대로 아무런 교훈이나 경각심을 주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게 됐다.

서울남부지검은 국회사무처의 고발에 따라 지난 6월 두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최근 연이은 (국회 폭력) 사태는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했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책상 위로 올라가 미쳐 날뛰던 사진은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퍼져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이것은 확실히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벌금형을 구형하면서 "해머를 동원한 점이 있지만 문고리를 손괴한 데에 불과하다"고 했다. 검찰로선 정치권에서 벌어진 일에 개입하는 게 망설여져서 그랬겠지만 이래서는 대한민국의 난장판 국회 모습은 바뀌지 않는다.

결국 국회 폭력은 국회가 자체적으로 폭력 근절의 결단을 내리는 방법밖에 없다. 지금도 국회 폭력을 막는 제도는 있다. 그러나 국회 윤리위는 작년 12월 해머와 전기톱 사건을 일으킨 의원 징계를 추인할 전체회의를 1년 가까이 열지 않고 있다. 여당은 야당측에 그 책임을 미루고 야당은 여당에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윤리위를 지금처럼 의원들 손에 맡겨 놓는 한 영원히 이런 식일 것이다.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국회운영제도개선자문위는 지난 6월 의원들을 배제하고 외부 인사 9명으로 윤리위 조사위를 설치해 폭력 등의 행위를 조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회의장 경호권 발동 범위도 현행법의 '국회 안'에서를 국회 건물 및 대지, 국회 밖 국정감사 장소 등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폭력 성향을 근절할 순 없다. 의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의원직을 잃는 것이다. 국회 윤리위 규정에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폭력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이런 행위가 발생하는 순간 윤리위 조사위 조사 시작→윤리위 전체회의 심의→기한 내 표결→제명 처리까지 어떤 예외도 없이 자동적·기계적으로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 보좌진, 당 사무처 요원들의 국회 안 폭력행위는 더 심각하다. 이들은 국회 의사 진행에 개입할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다. 그런데도 이제는 국회의사당 안에서 수십, 수백명씩 몰려다니며 예사로 의사 진행을 막고 국회의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침을 뱉고 폭력을 행사하는 게 무슨 관례처럼 돼 버렸다. 서울남부지검은 작년 12월 국회 폭력에 가담한 민주당 당직자와 보좌진 6명에 대해 징역 8월~1년을 각각 구형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노조 등 각종 이익집단들까지 국회에 밀려와 난장판을 만들고 있는 의회정치의 말세(末世) 풍경을 청산하긴 어렵다.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들이 국회 안에서 행패를 부릴 때는 무서운 가중 처벌로 국회 안 폭력을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與)에서 야(野)로 정권이 벌써 두번 바뀌었다. 앞으로도 계속 다수당과 소수당 처지가 뒤집어질 것이다. 다수당은 자신들이 소수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소수당을 적절히 배려해 그 의사를 수용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고, 소수당은 자신들이 다수당의 책임을 지는 날이 온다는 믿음을 갖고 최소한의 국회 의사 진행에 협력해야 하며, 최종적으론 다수결의 원리를 수용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될 수 있느냐의 마지막 관문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국회 폭력=의원직 제명'의 등식이 100%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