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령관으로 돌아온 월남戰 피란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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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의 베트남 귀국.. 훙 바 레 사령관(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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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베트남> AP=연합뉴스) 1975년 베트남 남부지역이 공산군에 함락된 날 어선에 몸을 싣고 고향을 떠났던 5세 베트남 소년이 7일 의젓한 미 해군 사령관이 되어 34년 만에 고향 땅을 밟았다.
베트남 항구도시 다낭에 도착한 미 해군 구축함 USS 라센(Lassen)에서 내린 홍바 레 사령관은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해군 함정 사령관으로서 돌아올 줄은 생각 못했었다"라며 "개인적으로 엄청난 영광"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레 사령관은 베트남 해군 사령관이었던 아버지가 모는 400여명의 피란민으로 꽉 찬 어선을 타고 불안한 여행을 떠났었다. 수 일만에 구조된 그들은 필리핀 미 해군 기지와 캘리포니아주 난민 캠프를 거쳐 버지니아주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그가 대동하고 온 배는 155m 크기에 토마호크 수중 발사 미사일이 장착된 선원 300명의 구축함으로, 7함대 기함인 USS 블루릿지와 함께 2003년부터 이어져 온 미 해군의 베트남 친선방문 차 다낭에 도착한 것이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휴식을 취하러 자주 찾았던 곳인 다낭은 34년 전에 비해 몰라보게 달리진 모습이었다.
해군들이 헤엄치며 놀던 해변엔 하얏트나 매리엇 같은 고급 호텔들이 들어서고 있고, 프로 골퍼 콜린 몽고메리가 설계한 골프장이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그 사이 미국과 베트남 관계도 급격히 변했다. 1995년 관계 정상화를 이룬 이후 무역이 급증한 것은 물론 군사 동맹 관계도 가까워졌다.
레 사령관이 발을 디딘 장소의 변천사만 살펴봐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곳은 미군이 베트남군에 살포하기 위한 고엽제(Agent Orange)를 섞어 미군 비행정에 싣던 장소였다.
지금은 다이옥신 등 강력한 독성물질인 고엽제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양국이 협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암시하듯, 이날 환영 행사에서 양국은 잠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블루릿지 함정에 두 국가의 국기를 어디에 게양할지를 두고 의견 충돌이 일어나 2시간가량 행사가 지연된 것. 결국엔 뒷갑판에 게양할 것을 주장했던 미국이 한 발 물러나 베트남의 뜻대로 돛대에 국기를 걸기로 결정됐다.
비록 이런 상황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레 사령관은 베트남어를 띄엄띄엄 말하며 "미국인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끼지만 베트남의 전통 역시 매우 자랑스럽다"고 감격해 했다.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