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 기자들에 촌지 '구설수'
회식 자리서 '게임' 형식 빌려 400만원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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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사진) 검찰총장이 기자들과 회식 자리에서 ‘촌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각 언론사의 검찰 출입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취임 후 처음 기자들과 상견례를 갖고 인사하는 자리였다. 검찰에선 김 총장 등 대검찰청 간부 8명이 나왔고, 신문과 방송사 기자 24명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 전언에 따르면 김 총장은 저녁식사가 끝날 무렵 ‘추첨 이벤트’를 제안했다. 같은 번호 두 개가 적힌 종이 한 장씩이 기자들에게 주어졌고, 기자들은 이를 둘로 찢어 하나를 작은 상자에 담았다. 김 총장을 비롯한 검찰 측 참석자 8명이 돌아가며 상자에 담긴 번호표를 한 장씩 뽑은 결과 총 8개 언론사 기자가 당첨됐다. 김 총장은 당첨 기자들에게 봉투를 하나씩 건넸다.
봉투 하나엔 1만원권·5만원권 현금과 10만원권 수표가 섞인 채로 총 50만원이 들어 있었다. 봉투 뒷면엔 ‘검찰총장 김준규’, 앞면에는 ‘격려’라고 적혀 있었다. 결과적으로 회식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400만원이 전달된 셈이 됐다. 이 돈은 김 총장이 부하직원 격려 등에 쓰는 ‘특수활동비’ 일부로 알려졌다.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처리가 필요 없는 예산 항목이다.
회식이 끝난 뒤 봉투 속 내용물을 확인한 기자들은 이튿날 돈을 회수했다. 일부 기자는 대검에 돌려줬고, 그냥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한 기자도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한 일로 보이며, 촌지를 건네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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