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엔 든든한 장갑차 MRAP… 한국군 '바라쿠다'로는 역부족할듯
'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세계 최강 미국군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을 괴롭히는 탈레반과 반군들의 무기다. 우리말로 급조(急造)폭발물로 번역되는 이 무기는 첨단 미사일 등과는 거리가 먼 '원시적인' 것이다.
보통 기존의 곡사포·박격포 등에서 사용되는 포탄이나 전투기에서 투하되는 폭탄 등을 도저히 폭발 무기로 믿기 힘든 물건으로 위장한 뒤 휴대전화 등으로 먼 곳에서 조종해 터뜨는 방식을 쓴다.
위장 형태는 페트병, 쓰레기통, 죽은 개와 같은 짐승 등이다. 무심코 만지거나 방심하고 지나가다 피해를 입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IED 공격 건수는 2007년 이후 3.5배 증가했고 지난 2년간 IED에 의한 사상자 수는 4배나 늘어났다.
미군의 주력 기동차량 '험비'는 IED 폭발에 취약해 강력한 IED의 공격을 받을 경우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 병력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 피해가 속출하자 미군은 2003년 이후 IED 폭발에 강한 MRAP (Mine Resistant Ambush Protected) 장갑차 도입을 추진했다.
지뢰방호 장갑차량으로 번역되는 MRAP는 IED 공격 300건을 받고도 부상자만 발생했을 뿐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고무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신속히 MRAP를 대량 도입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IED 공격을 받을 경우 MRAP가 크게 부서질 수는 있다. 하지만 V자형으로 돼 있는 차체 아랫부분 형상으로 폭발력의 상당 부분을 분산, 충격을 완화해 웬만해선 탑승한 장병이 부상을 입을지언정 사망에 이르지는 않도록 한다.
미 육군은 지난 9월 신형 MRAP인 MRAP-ATV 1700대(10억6000만달러 규모)를 2010년 2월까지 추가 도입키로 하는 등 MRAP 도입을 최우선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 ▲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되는 미국 MRAP ATV 신형 장갑차(위)와 한국군 바라쿠다장갑차. / 유용원의 군사세계
최근 아프가니스탄 민간재건팀 보호를 위해 300명 안팎의 경계병력 파견을 결정한 우리 군에 있어서도 IED 대책이 가장 시급한 과제의 하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IED 공격으로부터 우리 장병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은 보통 지프나 트럭으로는 불가능하고 MRAP 같은 특수 장갑차가 있어야 하지만 현재 우리 군에는 이런 장갑차가 전혀 없다.
우리 군의 주력 장갑차는 무한궤도(캐터필러)로 움직이는 궤도형 장갑차 K-200이다. K-200은 구경 12.7㎜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으나 IED 공격에는 취약하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재건지원 활동 작전에는 바퀴 달린 차륜형 장갑차가 유용하다. 도심이나 도로 위에서 궤도형 장갑차보다 차륜형 장갑차가 훨씬 기동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미군의 MRAP들도 차륜형 장갑차다.
현재 우리 군에는 70년대 이탈리아서 도입된 구형 피아트6614와 비교적 신형인 '바라쿠다'가 있다. 바라쿠다는 원래 경찰 시위진압용 경장갑차로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2004년 이라크에 자이툰부대가 파병될 때 마땅한 차륜형 장갑차가 없어 부랴부랴 군용으로 개조된 것이다.
구경 7.62㎜ 소총탄 방호가 가능하고 최대 12명의 승무원이 탑승할 수 있으며, 최대 시속 100㎞로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IED 공격은 버텨내기 힘들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최근 개발이 완료된 국산 보병전투장갑차 K-21이나 주력전차인 K-1 전차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K-21은 40mm 기관포를 장착하고 30mm 기관포탄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방호능력을 갖추고 있다. 군 소식통은 "전차 등 강력한 화력을 가진 기갑장비를 보내면 전투 목적 파병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전에서 반군들이 미군을 가장 괴롭히고 있는 존재 중 하나인 저격수에 대한 대책도 요구된다. 강화된 개인 방탄장구류 지급과 저격수 등 최정예 특수부대원들의 파병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동안 동티모르, 이라크, 레바논 등에 대한 파병을 통해 축적된 경험을 최대한 살려 아프가니스탄 파병 때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