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자주 국방

북(北), 배 한척으로 도발한 건 우발적으로 보이기 위한 것"

화이트보스 2009. 11. 16. 10:24

북(北), 배 한척으로 도발한 건 우발적으로 보이기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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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1.16 03:03 / 수정 : 2009.11.16 07:45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10일 서해에서 벌어진 남북 전투함 간 교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동영상 chosun.com/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안병태 前 해군참모총장
"절대 우발적일수 없다"
北 상부지시 없이 배 못 움직여
4950발 쏜건 비효율적?
자동화 장비 제대로 작동한 것

안병태(安炳泰) 전 해군참모총장은 "북한의 서해상 무력도발은 한 척이 했든 열 척이 했든 상부 지시나 승인에 따른 명백하게 고의적인 행위"라며 "이번 교전도 북한군의 김격식 4군단장이나 서해함대사령관 수준 이상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총장은 "북한군은 상식적으로 예상할 수 없는 '역발(逆發) 심리전'을 잘 쓴다"면서 "이번에 배 한척으로 도발한 것은 우발성을 가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15일 오전 서울 군인공제회관에서 진행됐다. 안 전 총장은 해군사관학교 17기로 임관, 제2함대사령관과 해군본부 작전참모부장, 해군 작전사령관, 제20대 해군 참모총장 등을 지냈다.

―이번 교전과 관련, 고의성과 우발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

"절대 우발적일 수 없다. 사전에 면밀히 계획된 것이다. 북한 해군 전투함이 해상에 나와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다. 다만 누가 결정했느냐 문제일 뿐이다. 올 초 북한군 총참모장(우리의 합참의장)에서 4군단장으로 옮긴 김격식이나 서해함대사령관 작품이라고 본다. 그리고 평양까지 사전에 연락이 다 됐을 것이다. 최근 얻은 외국 첩보에 따르면 당시 김격식이 서해 8전대를 순시 또는 점검(inspecting)하고 있었다고 한다."

―의도적 도발이었다면 왜 한척으로 했다고 생각하는가.

"(나중에라도) 우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왜 도발했다고 보나.

"우선 이명박 정부의 국가안보 의지를 시험해 보려고 했을 것이다. 또 최근 유화 국면을 맞아 향후 미국 또는 한국과의 협상에서 몽니를 부릴 수 있는, 한마디로 비벼댈 언덕을 만들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역발(逆發) 심리전'을 잘 쓴다. 상식으로는 이해 안 되는 행태를 벌이고, 적반하장식의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이번에 한 척으로 도발한 것도 의외 아닌가. 북한 내부 단속을 위해, 긴장을 조성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제1·2연평해전과 달리 우리 장병 인명피해가 전혀 없었다. 바뀐 교전규칙이 주효했다고 보나.

"우리 전투함은 현장 지휘관이 재량을 발휘해 전투 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우리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적을 격파할 수 있다. 이번에는 3200m떨어져 있었다. 제2연평해전 이후 교전규칙이 3단계로 바뀌었고, 현장 지휘관 재량권도 커졌다. 예전처럼 5단계로 돼 있는 교전규칙에 따른다면 적 함정에 가까이 가야 하고, 적에게 기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주게 된다."

―남북 해군 전투력과 장단점을 어떻게 평가하나.

"감히 말하건대, 북한 해군은 이제 한국 해군의 적이 될 수 없다. 그런 시대는 지났다. 장비와 무기, 전투기술, 의지와 훈련 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 러시아 해군조차 제1연평해전이 끝난 뒤, '북한 해군은 모든 면에서 남한의 상대가 안 됐다'고 평가했다. 우리의 윤영하함 정도면 북한의 어떤 전투함도 제압할 수 있다."

―북한 해군이 가진 유리한 점은 없나.

"그들은 시간과 장소를 먼저 결정하는 선제권을 갖고 있다. 우리가 먼저 공격하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교전이 계속된다면 우리가 유리하겠지만, 초기에는 저들이 먼저 공격하는 것이다. 그에 맞서려면 항상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 경비정 단 한 척을 상대로 4950발의 함포를 쐈다. 비효율적 아닌가.

"4700발을 쏜 20㎜포는 당기면 순식간에 수백발이 나간다. 자동화 특성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에 우리 전투함들이 집중포화를 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장병들이 제대로 전투기술을 발휘했다는 얘기다. 평소 우리 장병들이 준비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 경비정을 침몰시킬 수 있었을 텐데 안 했다.

"그 점 또한 높이 평가해야 한다. 40㎜포는 250발을 쐈다는데, 분당 300발을 쏠 수 있는 능력을 감안할 때 우리 전투함 한 척이 1분도 채 쏘지 않은 셈이다. 완전히 격침시켰다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북한이 얼마나 악용하겠나. 이번에 살려 보낸 북한 장병들은 남한 해군에게 어떻게 당했는지, 남한 전투함이 얼마나 엄청난 화력을 자기에게 쏟아부었는지를 동료와 군 관계자들에게 얘기할 것이다. 북한군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이번엔 우리 함정이 수적으로 우세했지만 유사시엔 그 반대 상황이 더 많을 것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전체적으로 북한 함정이 우리보다 더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동화된 대구경(大口徑)함포 등 질과 능력 면에서 우리가 월등히 앞선다. 우리는 훈련도 많이 한다. 저들은 기름 부족 때문인지 훈련을 많이 하지 못한다. 항구와 연안에만 있다가 바다에 나오면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하지만 북한군의 해안포와 대함미사일은 주의해야 한다. 적들의 해안가로 붙을 때 어느 정도까지 근접할 것인가는 치밀하게 결정해야 한다."

―북한군이 보복에 나서지 않을까.

"보복 생각을 할 것이다. 1연평해전 패전 후 면밀히 계획해서 2연평해전 때 도발하지 않았나. 문제는 언제 어디서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저들이 잘 쓰는 전술 중 하나가 '성동격서(聲東擊西)' 아닌가. 서해뿐 아니라 동해에서 어떤 일이 있을 수 있다. 현장 지휘관에게 재량권을 주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승리의 요체이다. 1990년대 초반 제2함대 사령관을 할 때 교전규칙은 딱 두 가지였다. 첫째는 '먼저 쏘지 마라', 둘째는 '도발하면 (현장에서) 끝내라, 책임은 사령관이 진다'였다. 그러면 장병들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 배는 함장이 제일 잘 안다. 우리 고속정 정장은 위관급이지만 할 것과 안 할 것을 잘 구분한다."

―우리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대통령에게 상황보고 된 시간이 상황이 발생한 지 불과 16분 후였다. 또 오후 1시 30분에는 안보관계 장관회의가 있었다. 이전 정권에선 북한 핵실험이 있었는데도 오후에 회의를 했었다. 이번엔 핵실험에 비교할 수 없는 사안인데도 신속하게 대응했다. 국가 안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북한 사람은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10일 서해에서 벌어진 남북전투함 간 교전에 대해 얘기했다. 안 전 총장은 북한의 서해상 무력도발에 대해 "절대 우발적일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