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 진·前 駐중국공사
법무부가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해외입양아로 한국국적회복자, 한국에서 20년 이상 산 화교, 외국인 고급인력 등에 대해 복수국적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국적법을 개정하는 것을 입법예고한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날 조선일보 사설은 이를 찬성하면서 나아가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외국동포 700만명'에 대해서도 비자나 영주권제도를 활용하여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는 문호를 더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필자는 복수국적의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여성들이 아기를 낳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1960년대, 70년대에 걱정하던 인구폭발의 문제는 더 이상의 한국의 문제가 아니고, 인구감소가 현실의 절박한 문제이다. 그런데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수많은 CIS국가군에는 한민족의 혈통을 이어받은 고려인 중 상당수의 무국적자들이 일상생활의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설혹 해당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대한민국으로의 귀향을 일생의 비원(悲願)처럼 지니고 있다. 그뿐인가? 중국의 동북 3성(省)에도 180만의 조선족 상당수가 대한민국 국적회복의 날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해서 땅 설고 물 설은 이국땅으로 이주하도록 강요되었던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한민족의 통치자들이 국가통치의 첫 번째 임무인 '자기 백성들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 나라를 일본에 빼앗겼을 때, 혹은 나라를 찾기 위한 독립운동을 위해 동만주(東滿洲), 북만주(北滿洲), 러시아의 연해주로 이주하였고, 혹은 가족을 먹여 살릴 방법이 없는 비참한 조국을 떠나 오직 생존을 위해 만주로 연해주로 떠났던 것이다.
그러면 그 후예들인 대한민국은 마땅히 흩어진 형제자매들을 찾아 부둥켜안고 그간의 말할 수 없는 고생을 위로하고 대한민국의 시민으로 그들을 받아들여야 마땅한 일이 아닌가? 이것이 역사적 사실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일본정부에 대해 '재일 한국인이 발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직시하여 그들에게 일본 지방자치권을 부여하도록 촉구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외국정부에 대해서는 '역사적 배경' 운운하며 책임을 추궁하면서, 대한민국 정부 스스로는 불운한 우리 동포들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외면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마치 내 가족이 납북자가 아니니까 납북자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정부당국자와 같다. 이스라엘 정부는 소련이 붕괴되어 소련 내에 유대인들이 생존의 어려움을 겪었을 때 수십만의 소련거주 유대인들을 그 좁은 이스라엘 땅으로 다 받아들였다. 그뿐인가. 수단이 기근에 처했을 때 수단국 내의 흑인 유대인들을, 2천년 전에 헤어진 동족인데도 십만여명을 또 받아들였다. 그것이 국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