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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日) 얀바댐 건설 백지화

화이트보스 2009. 11. 18. 11:05

일(日) 얀바댐 건설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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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1.17 23:07

차학봉·산업부 차장대우

50여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일본 민주당 정부는 군마(群馬)현 얀바댐 건설을 중단하고 현재 계획 중인 댐과 도로·철도 건설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특히 얀바댐 건설중단은 충격적이다. 얀바댐은 92년 착공, 이미 보상비와 공사비 등으로 3200억엔(4조1000억원)이 투자됐다. 공정률 70%의 댐 건설을 중단하면 이미 투자된 돈을 회수할 방법이 없는 데다 물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반발도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 정부가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자민당 장기집권의 기반이 됐던 '일본열도개조론'에 종언을 고하기 위해서이다. 자민당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는 1972년 '일본열도개조론'을 통해 댐 1100개를 비롯, 도로·철도 건설로 일본 전역을 개조하는 토건사업을 발표했다. 열도개조론은 일본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간 지속되면서 정치인·관료·기업 유착에 의한 '세금낭비형 토건사업'으로 변질됐다. 얀바댐이 대표적이다. 얀바댐은 당초 건설비가 2110억엔(2조7000억원)으로 책정됐지만, 중간에 설계 변경 등을 통해 이미 4600억엔(5조9000억원)으로 공사비가 늘어났다. 공사가 더 진행되면 공사비가 8000억엔(10조3000억원)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지금이라도 중단하는 것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사비가 고무줄처럼 늘어난 것은 관료·토건기업 유착에 원인이 있다. 최근 5년간 얀바댐 관련 공사를 수주한 업체를 조사한 결과, 국토교통성 출신 관료 93명이 재취업해 있었다. 공사를 발주한 관료들이 퇴직해 공사를 수주한 기업체 임원으로 근무하는 철밥통 관행은 담합을 낳았다. 얀바댐 공사와 관련이 있는 76건의 공사 중 65건의 낙찰률(예정가격 대비 낙찰가격의 비율)이 94%를 넘었고 8건은 99%나 됐다.

얀바댐 백지화의 결정적인 명분은 물 수요예측이 엉터리라는 것. 70~80년대 얀바댐 건설계획을 세울 때 도쿄권에 인구와 공장이 계속 증가, 조만간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하지만 물 부족은 기우였다. 당초 예상과 달리 인구는 늘어나지 않았고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금융·연구·서비스 중심으로 바뀌면서 도쿄권의 공장이 폐쇄되거나 물 사용이 적은 업종으로 바뀌었다. 오히려 물 사용량이 감소하고 있다. 얀바댐은 인구증가와 제조업의 무한 성장이라는 고도성장의 신기루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일본은 이미 2005년부터 인구감소가 시작됐다. 인구 증가를 전제로 만든 도로·테마파크·산업단지 상당수가 텅 비어 있고 잡초밭으로 변했다. 70년대에 만든 도쿄 다마 신도시조차 미분양 부지가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토건사업 비용을 아동과 고령자 복지에 투자하겠다는 민주당 정부에 대해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 일본의 실패를 답습하고 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이후 개통된 13개 도로노선 중 2008년 현재 당초 예측치에 비해 실제 이용률이 50%를 넘는 데는 4곳에 불과했다. 일부 도로는 이용률이 예상치의 10%대에 불과하다. 개발사업을 선거구민들에게 '큰 선물' 하겠다는 정치인과 관료·업체의 유착관계가 뻥튀기 수요예측의 배경일 것이다. 정부는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통행량이 적을 뿐 시간이 지나면 정상화될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엄청난 착각이다. 이미 상당수 지방에서 인구가 줄고 있고 2018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인구증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인구감소가 목전에 다가왔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전히 70~80년대식의 고도성장과 인구증가라는 신기루에 빠져 전국 곳곳에 신도시 만들고, 도로 뚫는 계획 만들기에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