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사회 , 경제

모던 한국이여, 포스트모던 일본을 바로 보라

화이트보스 2009. 11. 18. 11:08

모던 한국이여, 포스트모던 일본을 바로 보라

  • MSN 메신저 보내기
  • 뉴스알림신청
  • RSS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 프린트하기
  • 이메일보내기
  • 기사목록
  • 스크랩하기
  • 블로그담기

입력 : 2009.01.24 03:08

일본 일본인 일본의 힘
선우정 지음|루비박스|280쪽|1만3500원

선우정 조선일보 도쿄 특파원은 고개를 숙이고 도쿄 거리를 걷는 버릇이 있다. "대체 어떤 사람이 이렇게 블록을 맞추었을까"라고 감탄하면서. 그리고 서울에서도 그렇게 걷는다. "대체 어떤 사람이 이렇게 블록을 맞추었을까"라고 분노하면서. 그는 한국과 일본의 가장 낮은 곳, 땅바닥에서 국민성의 차이를 찾는다. 그리고 이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은 결코 일본과 같은 수준에 오를 수 없다고 말한다.

일본에 대한 서적들 중 상당수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한편에선 "일본은 없다"고 외치고 한편에서는 "일본을 배워야 한다"고 외친다. 선우정 기자는 일본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마르크스보다 혁명적인 도요타, 인간을 고르지 않고 키우는 미라이 공업, 서브컬처의 세계화를 이끌어낸 무라카미 다카시, 1907년 첫선을 보인 뒤 아직도 판매되고 있는 수세미,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었던 추사 김정희의 유품을 한국에 기증한 일본인 이순신 연구가….
일본 자동차 공장의 첨단 로봇. /루비박스 제공

일본 경제와 정치 문화의 바닥을 직접 훑은 그는 "냉정히 말해서 한국과 일본은 사는 시대(時代)가 다르다"고 결론 짓는다. 한국이 문화적· 경제적·정치적으로 아직 모던(근대)에 머물러 있다면 일본은 포스트모던(탈근대)으로 진보해 있다고 그는 표현한다.

현대가 '제네시스'에 도전할 때 혼다는 인간형 로봇과 비행기에 도전했고, 삼성이 메모리 시장을 장악할 때 샤프는 세계의 환경산업을 지배하고 리드해 갔으며, 우리 문화가 '욘사마'를 내세워 일본 드라마 시장을 파고들 때 일본 문화는 패션, 건축, 팝아트 등 상위문화는 물론 오락문화, 식문화까지 세계로 발산해 'Cool Japan(멋진 일본)'이란 국가 이미지를 구축해 놓았다고 그는 지적한다.

이런 일본의 장점에 눈을 뜨는 것 자체가 진보와 도약의 첫걸음이라고 그는 얘기한다. 더군다나 지금 한국은 산업구조, 정부의 형태뿐만 아니라 21세기 최고의 화두로 떠오른 인구구조의 고령화 문제까지 신기할 정도로 일본을 답습하고 있다. 일본의 경험은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

일본이 1990년대 10년의 침체를 겪은 것은 다른 나라의 장점을 배워 단점을 극복하는 과정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해, 고립된 섬나라 특유의 '국가 치매' 현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일본인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반도국가에 분단 상황까지 겹쳐 있는 우리는 이런 '국가 치매'에 걸릴 위험이 훨씬 높은 지정학적 제약을 가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일본보다 더 겸손하게 다른 나라를 배우고 장점을 흡수해야 일본보다 빨리 진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노동자는 블록을 깔고, 기자는 열심히 글을 쓰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는 그의 말은, 그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