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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내 울지 않는… 그러나 단호한 일(日) 유가족들

화이트보스 2009. 11. 18. 11:00

소리내 울지 않는… 그러나 단호한 일(日) 유가족들

입력 : 2009.11.18 05:00

그들은 크게 우는 소리 한번 없이 슬픔을 속으로 삼켰다. 졸지에 가족을 잃은 비통함이 얼마나 컸을까마는 조용하게 상황을 견뎌냈다. 그렇다고 원망과 분노마저 잊은 건 아니었다. 두어 차례, 눌러 참았던 아픔을 격하게 쏟아냈다. 하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곤 했다.

지난 14일 발생한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 참사 사건의 일본인 피해자 유가족들 얘기다. 그들은 참사 급보를 듣고 시신이 안치된 양산부산대병원에 황망하게 도착한 지난 15일 오후 2시 30분 이후 병원과 화재 현장, 숙소인 부산 코모도호텔 등지를 옮겨다니면서 누구도 함부로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핏발 선 눈으로 주위를 향해 분노를 퍼붓거나 하는 이도 볼 수 없었다. 침통하게 무릎 꿇은 채 상념에 잠겨 있거나 가족 단위로 둘러앉아 눈시울을 적실 뿐이었다.

17일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사고 현장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희생자 유가족들이 고인 의 명복을 빌고 있다./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그들이 비통하게 오열하는 모습은 두번 목격됐다. 지난 15일 오후 병원 검안실에서 새카맣게 타들어간 시신을 처음 확인하는 순간 그들 중 일부는 바닥에 털썩 엎어졌다. "다시는 한국 땅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며 원망과 분노를 격한 목소리로 토해내기도 했다. 지난 16일 저녁 참사 현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헌화하고 분향하면서 또 한번 참았던 슬픔과 눈물을 쏟아내 주위를 숙연케 했다.

그러나 그들은 예민하게 상황을 판단했고, 단호하게 요구를 관철시켰다. 경찰과 재부산 일본영사관 측은 국내는 물론 일본 취재진의 유가족 접근을 사실상 봉쇄하다시피 막았다. 유가족들이 강력하게 요구한 때문이다. 그들은 대부분 하얀 마스크로 입을 가림으로써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은 심정'임을 분명하게 나타냈다.

그들의 공무원인 일본영사관 외교관들은 자국민 유가족의 슬픔을 감싸안으며, 그들의 요구와 권익을 헌신적으로 관철시키고 보호했다. 일본영사관은 유가족들의 시신확인 과정과 참사 현장 방문 등 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었고, 그에 따른 현장 준비 등에 대해 우리 경찰과 관계 당국에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요구해 대부분 관철시켰다. 참사 발생 이후 일본 유가족이 참가하거나 배석한 기자회견이 단 한번도 열리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시신 확인도 정확히 안된 상황에서 유가족들을 언론에 노출시킬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일본 교도통신(共同通信)의 한 취재기자는 "그런 것이 일본식 장례 문화"라고 했다. 그는 이어 "사고 당시 실내사격장 CCTV 가운데 가장 중요한 2번 CCTV가 왜 하필 작동하지 않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갸웃거렸다. 그러곤 "한국의 나머지 사격장도 사고가 나면 모두 그렇지 않겠나…"고도 했다. 한국의 안전의식과 사후처리에 대한 불신이 배어있는 듯했다. 그러나 우리 총리가 무릎 꿇고 사과하고, 대통령이 구두 사과와 함께 서신으로 사과했다는 소식에 대해선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한국인 희생자들에게도 조의를 표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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