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내주고 밥 얻어먹는 빈국들
ㆍ 부국 ‘농지 사냥’에 아프리카 등 유치전
ㆍ“삶의 질 개선” 선전 불구 황폐화 가속
“기름지고 관개가 가능한 드넓은 땅을 싸게 빌려드립니다. 풍부한 수자원과 값싼 노동력도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곳곳에는 정부가 외국인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내건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지난해 식량위기 당시 곡물값 폭등을 경험했던 부국의 농업 기업들은 ‘농지 사냥’에 나섰다.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농지가 전 세계 농지 임대사업에서 뜨거운 상품으로 떠올랐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3일 전했다.
빈국 정부들은 새로운 투자가들을 유치하기 위해 농업 기업 임원들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직접 농지임대 중개업체를 꾸리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임대된 농지만 20만2300㎢에 달한다. 농업 기업들이 이들 빈국에 들어와 농업을 산업화하면 농민들의 삶의 질도 같이 올라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농지 임대사업에 가장 열성적으로 뛰어든 나라는 에티오피아다. 에티오피아는 모두 2만4300㎢의 땅을 임대용으로 내놓았다. 40~99년에 달하는 장기임대 조건에 감세 혜택까지 주어진다. 투자가들은 전세기를 타고 가다 마음에 드는 땅을 고르면 된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나라들은 닥쳐올 식량난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식량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는 밀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아프리카에서 충당하고 있고, 농지 부족에 시달리는 인도도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들에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투자가들은 “세계 인구 증가로 인한 농지와 식량 부족은 필연적이므로 식량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땅을 빌려주는 나라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은 거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비관적인 전문가들은 식량이 부국으로 빠져나가면서 주민들이 굶주리게 되는 가난한 나라의 이미지를 그려내기도 한다. 산업화된 농사가 기름진 땅을 황폐화시켜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빈국들을 더욱 곤란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 에티오피아에서 기업적 농업에 동원되고 있는 노동력은 대부분 어린이들이다. 이들이 받는 일당은 70센트 수준이다. 근무 현장에는 항상 농업 기업 감독관들이 배치돼 있다. 에티오피아에 진출해 있는 인도 농업 기업 카루투리 아르고의 하누만타 라오 회장은 “현지 주민들은 아주 행복해한다”며 “우리와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인 60여명에게 트랙터 운전법을 가르쳤다며 자신이 지시하는 대로 잘 따라오면 에티오피아인들이 현대식 기술을 농사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행복하지 않다”며 일당 2~4달러를 지급한다는 중국계 건설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외국 기업들이 우리 미래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까지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청솔기자 taiyang@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ㆍ“삶의 질 개선” 선전 불구 황폐화 가속
“기름지고 관개가 가능한 드넓은 땅을 싸게 빌려드립니다. 풍부한 수자원과 값싼 노동력도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곳곳에는 정부가 외국인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내건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지난해 식량위기 당시 곡물값 폭등을 경험했던 부국의 농업 기업들은 ‘농지 사냥’에 나섰다.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농지가 전 세계 농지 임대사업에서 뜨거운 상품으로 떠올랐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3일 전했다.

농지 임대사업에 가장 열성적으로 뛰어든 나라는 에티오피아다. 에티오피아는 모두 2만4300㎢의 땅을 임대용으로 내놓았다. 40~99년에 달하는 장기임대 조건에 감세 혜택까지 주어진다. 투자가들은 전세기를 타고 가다 마음에 드는 땅을 고르면 된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나라들은 닥쳐올 식량난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식량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는 밀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아프리카에서 충당하고 있고, 농지 부족에 시달리는 인도도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들에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투자가들은 “세계 인구 증가로 인한 농지와 식량 부족은 필연적이므로 식량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땅을 빌려주는 나라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은 거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비관적인 전문가들은 식량이 부국으로 빠져나가면서 주민들이 굶주리게 되는 가난한 나라의 이미지를 그려내기도 한다. 산업화된 농사가 기름진 땅을 황폐화시켜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빈국들을 더욱 곤란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 에티오피아에서 기업적 농업에 동원되고 있는 노동력은 대부분 어린이들이다. 이들이 받는 일당은 70센트 수준이다. 근무 현장에는 항상 농업 기업 감독관들이 배치돼 있다. 에티오피아에 진출해 있는 인도 농업 기업 카루투리 아르고의 하누만타 라오 회장은 “현지 주민들은 아주 행복해한다”며 “우리와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인 60여명에게 트랙터 운전법을 가르쳤다며 자신이 지시하는 대로 잘 따라오면 에티오피아인들이 현대식 기술을 농사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행복하지 않다”며 일당 2~4달러를 지급한다는 중국계 건설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외국 기업들이 우리 미래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까지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청솔기자 ta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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