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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세금 펑펑' 철없는 지자체들

화이트보스 2009. 11. 25. 10:45

'주민 세금 펑펑' 철없는 지자체들
●최고·최대 욕심에… 국제적 꽃축제 내세워 적자폭 커져도 계속
● 옆동네가 하니까… 서울 區마다 공연장 1년에 절반 '개점휴업'

최근 경기도 성남시가 3222억원을 들여 만든 신청사가 '호화 청사' 논란을 빚고 있는 것처럼, 국민의 혈세가 '줄줄 새는' 듯한 모습은 전국에서 찾을 수 있다.

예산 낭비의 가장 큰 요인은 각급 지방자치단체들의 '최대' '최고'에 대한 욕심이다. 경기도 고양시가 1997년부터 3년마다 열고 있는 국제꽃박람회는 '국제적 꽃 축제'를 표방하며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사업이다. 그러나 올해 유료 관객 수 감소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나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23일부터 5월 10일까지 고양시 호수공원 일대에서 열린 이 박람회에 고양국제꽃박람회 재단은 9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유료 관람객 수가 53만명에 불과해 입장권 수입은 37억원에 그쳤고, 운영수익도 협찬금 10억원을 포함해 간신히 48억원을 넘겨 42억원의 적자를 봤다. 올해뿐 아니다. 실제 유료 관람객 수는 지난 1~3회 꽃박람회 때부터 예상치를 밑돌았고, 2006년 열린 제4회 꽃박람회의 경우 관람객 감소로 20억여원의 적자를 냈다. 그런데도 고양시는 이 박람회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적자 커져가는 꽃박람회 올해 4월 열린 제5회 경기도 고양 국제꽃박람회 모습. 적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고양시는 포기하지 않고 있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대박' 노리다 '쪽박'

지자체들은 '대박'의 꿈에 눈먼 사업 추진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곤 한다. 드라마 겨울연가 이후 각 지역에서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유행처럼 번졌던 '대규모 드라마세트장 건설'이 대표적이다.

강원도 횡성군이 대하드라마 '토지' 촬영을 위해 만든 대규모 세트장은 운영이 중단된 지 1년이 넘었다. 횡성군이 세트장을 조성한 것은 2004년. 당시 SBS에서 기획한 광복 60주년 대하드라마 '토지' 촬영을 위해 우천면 두곡리 일대 3만9000㎡에 세트장을 조성했다. 여기에 투입된 도비와 군비만 38억7700만원이었으며 세트장 조성을 맡았던 ㈜횡성테마랜드는 주인공 서희 집 등 건물 100동을 짓는 데 25억7000만원을 들였다.

그러나 세트장 조성 이후 2005년 8만3000명에 달하던 방문객은 2006년 5만4000명, 2007년 3만1000명으로 급감했고 결국 2008년 6월 방문객이 찾지 않으면서 운영이 중단됐다.

경기도 용인시의 경우 관광 효과를 기대하고 2004년 12월 문화방송과 함께 처인구 백아면에 'MBC 드라미아'를 조성하기 시작했으나 2006년 손을 뗐다. 용인시는 이곳을 한택식물원 등 인근 관광자원과 연계한 관광단지로 만들기 위해 2010년까지 420억원(용인시와 MBC 각 210억원씩)을 투자하기로 계획했었다. 2005년 시는 1차 사업으로 6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드라마 '신돈' 세트장을 조성해 촬영까지 무사히 마쳤다. 그러나 2차 사업으로 2006년 1월부터 12월까지 건립될 예정이었던 드라마 '삼한지' 세트장이 MBC 내부사정 등으로 착공되지 못하면서 용인시는 사업상 신뢰 문제를 들어 공동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용인시는 기대했던 관광 효과는 전혀 거두지 못하고 1차 사업 때 투자한 예산 60억원만 날린 셈이 됐다.

3222억 들인 성남시 신청사 경기도 성남시가 3222억원을 들여 세운 신청사. 지하 2층, 지상 9층 규모로, 호화 청사 논란을 낳고 있다./연합뉴스
◆거대 청사 신축 경쟁도

2000년대 들어 전국 지자체마다 거대 청사 신축 붐이 일어난 것도 비슷한 사례다. 3222억원을 들여 최근 완공한 경기 성남시 신청사(지하 2층, 지상 9층, 연면적 7만2746㎡)가 '호화청사' 논란을 빚은 게 대표적이다. '스텔스 전투기' 모양을 본떠 만든 이 신청사는 기획 단계부터 "지나치게 호화롭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시민단체 등에서는 넓은 시장실을 '아방궁'이라며 냉소를 보내고 있다. 2010년 완공 예정인 서울 용산구 신청사(지하 4층, 지상 11층, 연면적 5만9177㎡)에는 1522억원이 들어간다. 2003년 완공된 광주광역시 신청사(지하 2층, 지상 18층, 8만7072㎡, 1536억원), 2005년 완공된 경기 용인시 신청사(지하 2층, 지상 15층, 3만7942㎡, 1974억원)와 전남도 신청사(지하 2층, 지상 23층, 7만6740㎡, 1687억원), 전북도 신청사(지하 2층, 지상 18층, 8만5895㎡, 1758억원)도 호화 청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썰렁한 區문화공간 서울 종로구가 사직동에서 운영 중인 광화문아트홀. 지자체 시설 중 가동률 및 수익률이 낮은 곳이다./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옆 동네가 하니 우리도 한다

인구 19만여명, 12개 읍·면으로 구성된 울산 울주군. 이곳은 온산읍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농어촌 지역인 작은 도시지만 축구장을 포함한 체육시설이 여섯 군데나 있다. 앞으로도 네 곳이 추가 건설될 예정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이미 개장한 곳에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07년 4월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에 212억원을 들여 개장된 '간절곶 스포츠파크'의 이용객 수는 작년 1만9000여명. 천연잔디 축구장에 4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체육시설이지만 하루 평균 이용자가 52명에 불과하다. 두서면 서하리에선 댐 건설로 이주해간 마을 인근에 2007년 3월 인조잔디 축구장과 생활체육시설을 갖춘 화랑체육공원이 개장됐다. 이처럼 타 지자체에 뒤지지 않기 위해 경쟁적으로 설립했다가 예산 낭비 논란을 낳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민회관이나 문화예술회관 등 공연장을 건립·운영하고 있으나, 정작 가동률은 절반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시의회 양창호 의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울시가 25개 구 문화시설 34곳 건립·리모델링을 위해 투입한 비용은 1541억9200만원인데 비해 정작 가동률은 59.4%에 불과했다. 또 이 기간 문화공연시설 운영비로 911억5000만원을 쏟아부었으나, 운영수입은 433억원에 그쳐 운영비 대비 수익률은 47.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시설 투자 대비 수익률은 17.7%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