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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본 2012년

화이트보스 2009. 11. 25. 11:19

과학으로 본 2012년
둘둘 마는 노트북·TV·휴대폰 확산
유전자 치료로 암·에이즈 정복
‘무선 시대의 시민들은 각자의 수신기를 하나씩 가지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게 될 것이다. 군주, 총리, 외교관, 은행가, 관리, 감독 등은 어디에 있든지 업무를 처리하고 서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은 히말라야 꼭대기에, 다른 사람은 해수욕장에 있더라도 문제없이 회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로버트 슬로스라는 사람이 1912년에 쓴 ‘100년 후의 세계’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로버트 슬로스가 내다본 2012년이 채 안됐지만, 인류는 이미 ‘무선 인터넷’ ‘휴대폰’ 등 문명의 이기(利器)를 갖추고 그가 예측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당시 그의 예측은 동시대인들로부터 황당한 공상 정도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판에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는 핀잔도 들었을지 모른다. 실제 인류는 로버트 슬로스의 예측 이래 1·2차 세계대전과 같은 참혹한 재앙을 겪었다. 그런 세기말적 재앙 앞에서 인류는 세상이 곧 끝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곤 했다.

하지만 인류는 재앙과 어려움을 극복해가며 지금도 꿋꿋이 전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10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 또 다시 종말론에 휩싸인 2012년. 불과 3년 앞의 세상이지만 인류는 그때도 몰라보게 발전한 세상에서 여전히 미래를 개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이 미래를 점치는 유일한 방법은 그 미래를 직접 만드는 것’이란 말도 있다. 앞으로 3년 이내 세상을 바꿀 과학기술을 통해 2012년을 예측해본다.


▲ 독일 지멘스사가 개발한 자동차 가상 체험 시스템. / 영국 플라스틱로직사가 개발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로 만든책. photo 조선일보 DB
매초 100메가비트 무선휴대 단말기 보급

인터넷의 폭발적인 보급이 진행 중인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해커로부터 프라이버시와 기밀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이 내년쯤 보급된다. 2013년에는 바이러스를 감지해 백신을 자동 생성하고, 한 선의 광섬유로 매초 1페타(페타는 1000조)비트 이상의 광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 개발된다. 세계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매초 100메가비트의 멀티미디어 무선휴대 단말기도 보급된다.

IT업계에는 이미 상용화된 평판 디스플레이의 뒤를 이을 차세대 전략 제품으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가 등장한다. 구부리거나 둘둘 말 수 있는 특성을 갖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휴대폰, 노트북, 전자책, 전자태그, 벽면 디스플레이 등에 쓰이며 새로운 형태의 첨단 IT기기들이 쏟아질 것이다. 특히 안경이나 콘택트렌즈에 화면을 투영시키는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새롭게 각광받을 것이다. 2013년에는 유기물질이 빛을 내는, 둘둘 말리는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가 새로운 조명원으로 부각돼 형광등 대신 벽을 장식한다. 수은과 납 등 중금속을 사용하지 않는 이점이 있다.


컴퓨터로 3D 지도 보며 교실에 앉아 해외 여행


가상현실 기반의 체험형 학습시스템도 실용화된다. 현실세계의 부족한 부분을 가상세계로 보충해줌으로써 ‘증강된 현실’을 만들어내는 ‘실감형 학습 시스템’이 2012년 실현된다. 예를 들면 교실에서 수업 중인 학생들이 컴퓨터 모니터에 3D로 나타난 뉴욕지도를 보면서 진짜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며 길 안내 표현을 학습하는 식이다. 미국에 가지 않고도 미국의 환경을 체험하며 영어 수업을 받는 시스템이다. 개구리를 해부하는 과학실습 시간. 진짜 개구리는 없다. 가상현실시스템으로 구현한 개구리는 실물과 다를 바 없고, 개구리 심장 박동이 실제처럼 손끝으로 전해진다. 야외나 섬 혹은 바다로 나가지 않고도 그곳에서와 똑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증강현실 기술’은 미래를 이끌 10대 혁신기술 중 하나다.


C형간염 백신 개발…날씨도 마음대로

아직 뛰어난 치료제가 없는 C형간염 백신. 현재 전세계 대형 제약회사가 모두 덤벼들어 30여 가지 C형간염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단일 의약품목으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분야다. 특히 서구에는 C형간염 환자가 B형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아 C형 백신 개발자는 돈방석에 올라앉을 수 있다. C형간염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가 워낙 심해 백신 개발이 쉽지 않은 실정이지만 제약업체들이 강력한 개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2011년쯤 백신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엘니뇨, 라니냐 등으로 인한 기상이변이 보여주듯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와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심각한 상태다. 이와 관련 과학자들은 지구로 쏟아져오는 태양빛을 아예 우주에서 쫓아버리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우주 밖에 거대한 거울을 쏘아올려 태양빛을 반사시켜 버리겠다는 것. 일부에서는 아예 이 에너지를 모아 지구로 보내 에너지원으로 쓰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여러 종류의 대기대순환모델(GCM·Global Climate Model·전지구기후모델)을 개발해 우리나라 1개 도(道)만한 지역의 기후변화를 수개월 전부터 예측하고 있다. 2012년이면 이 모델을 이용해 동북아를 오염시키는 황사의 이동경로 모니터링 기술이 실용화되고 2013년이면 태풍을 약화시키거나 해류를 제어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인류가 날씨를 바꿈으로써 자연재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맛 거의 안 변하는 김치통조림 등장

김치 장기보존 기술은 우리나라의 토종 기술이지만 일본이 호시탐탐 공략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분야다. 김치는 상온에서는 3~4일만 넘겨도 신맛을 내는 등 보존이 가장 어려운 식품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미국, 동남아 등 원거리 수출에 장애가 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통조림처럼 1년 이상 같은 맛을 유지하는 김치보존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압력을 가해 탄산가스를 넣어주고 전기장을 걸어줌으로써 상온에서도 1개월 이상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이 3년 안에 상용화될 전망이다. 장기보존 기술이 나온다면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라이프사이언스 분야에서는 21세기 의료시장을 가장 크게 잠식할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 치료가 뜬다. 특정 유전자를 조합시킨 운반체유전자(벡터)를 환자의 몸에 주입하고 벡터에 의해 환자의 세포로 유전자를 운반시키는 방법이 등장한다. 미국의 경우 이미 200여 병원에서 5000여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질병 관련 유전자 치료에 이용되는 벡터 중 상당수는 특허가 난 상태다. 유전자 치료 대상으로는 효과적 치료법이 없는 유전병과 암, 에이즈가 검토되고 있어 2013년경에는 불치의 병으로 알려진 에이즈와 각종 암 치료제가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너나 없이 가입하고 있는 암보험이 쓸모없어지지 않을까.


수소차 질주… 휴대용 통역기 등장, 영어 걱정 끝? 

논란이 되고 있지만 검증을 거친 유전자조작 식물이나 동물들이 식량문제를 해결해 줄 가능성도 높다. 수퍼벼, 수퍼밀, 수퍼옥수수, 수퍼돼지 등이 굶주린 8억명의 인구를 배고픔에서 해방시켜줄 것이다. 2010년경에는 화학살충제나 화학비료 대신 인체에 영향이 없는 생물살충제와 생물비료가 등장한다.

2012년경 수소연료전지차가 실용화된다. 웬만한 거리에는 연료전지 자동차가 가득하고, 웬만한 주유소에서 수소에너지를 충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연료전지 자동차와 함께 2013년에는 자동운전 시스템이 실용화된다. 보다 성능 좋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개발되면 전기차의 대중화도 빨라질 수 있다.

2012년에는 분명 지금과 다른 뭔가가 기다리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어딜 가도 휴대용 통역기만 차고 다니면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는 꿈의 현실이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