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앞선 기술+반값 공급’ 전자 등 10大산업 세계 1위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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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2 03: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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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2 06: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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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남성 |
차이테크(China+Technology)의 공습이 시작됐다
저가-저질 중국산은 잊어라 고부가산업 점유율 美-日 제쳐 이공계 ‘인재 실탄’도 막강 내비게이션 학과만 100여 곳
한국 新샌드위치 시대 오나 철강-조선-석유화학 두각 中 ‘한국 따라잡기’ 전폭 지원
《올해 예상 매출액이 300억 달러(약 36조 원)에 이르는 중국 기업 ‘화웨이( 華爲)’는 유럽의 ‘노키아-지멘스’ 뒤를 잇는 세계 2위의 통신장비업체다. 화웨이는 1988년 소형 전화 교환기를 수입해 판매하는 중소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자국의 저렴하고 우수한 기술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으로 세계적 기술 기업으로 성장했다. 화웨이는 직원 8만7000여 명 가운데 42%가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중국 본토의 R&D 인력은 전원을 중국 내 대학졸업자들만으로 구성했다. 이 회사는 기술의 현지화와 고용비용 절감을 통해 올해 통신장비 분야의 세계 3위 업체인 ‘알카텔루슨트’를 제쳤다.》
○차이테크, 국내 주요 산업과 경쟁 예상중국 기업의 약진은 ‘중국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하이얼( 海爾)’의 진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동안 모방 저가( 低價)상품이 대부분이던 하이얼 제품군은 이제 수출품의 90% 이상이 독자 브랜드일 정도로 기술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최대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이면서 세계 3위 태양전지업체인 ‘상더(尙德)전력’은 최근 발전효율(광전지 태양에너지 전환율)을 15.6%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고치를 경신한 수치다. 이 같은 ‘차이테크(China+Technology)’의 부상은 몇몇 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기업과 정부, 내륙과 해안을 가리지 않고 중국 대륙 전역이 기술 강국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중국의 각종 기술 관련 통계자료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올해 중국통계연감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의 R&D 지출액은 1966억 위안에서 4616억 위안으로 약 2.4배 증가했다. R&D 인력도 115만 명에서 197만 명으로 늘었다. 특허인정 건수는 연평균 19만 건에서 41만 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중국 전역에 조성된 58개국 첨단기술산업단지는 우주항공, 전자통신, 컴퓨터, 제약 등 중국의 전략산업 성장을 이끄는 핵심기지다. 중국의 국제특허 출원은 2004년 898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6100여 건으로 세계 6위로 떠올랐다. 차이테크의 부상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크고 있는 자국 시장을 해외 기업에 뺏기지 않는 동시에 국제시장에서 자국 기업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중국 정부 전략이 결실을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이런 야심은 올해 초 발표한 10대 산업 구조조정 진흥정책에서도 나타난다. 자동차, 전자정보, 철강, 조선, 석유화학, 경공업, 방직, 설비제조, 비철금속, 물류업 등 10대 산업분야에서 세계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각 산업 분야에서 수준 이하의 기업을 퇴출시켜 전체 산업구조를 한 단계 레벨업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된다. 여기서 살아남은 유망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중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육성될 전망이다. 조철 한국산업연구원 베이징사무소 소장은 “중국의 10대 산업 대부분이 현재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과 겹친다”며 “지금까지 중국은 제조 중심, 한국은 기술 중심으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양국의 산업구도가 앞으로는 ‘상호 경쟁적’으로 바뀌게 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기술인재-기술추격 시간문제더욱 위협적인 것은 차이테크의 빠른 성장속도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과거 한국이 일본을 추격한 것보다 몇 배 이상 빠르게 선진기술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KOTRA 베이징(北京)무역관 박한진 부장은 “중국은 기초과학 부문에 탄탄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 상용화만 되면 각 분야 1위 자리에 오를 기술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실제로 중국은 자국의 탄탄한 기초과학 역량을 빠르게 산업화해 이미 세계 고부가가치 제조업 수출 점유율에서 미국 일본 한국을 모두 제친 상태다. 한국의 대표산업인 전자정보산업에서 중국의 매출액은 2001년 이후 연평균 28%씩 증가하고 있으며 철강제품 경쟁력도 우리와 비슷해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차이테크 급부상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지원 외에도 세계 최대 규모의 ‘이공계 인재풀’이 있다. 중국과학기술원 집계에 따르면 중국 대학원 졸업생 중 이공계 비중은 41%에 이른다. ‘교변기업’이라고 불리는 대학벤처기업의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대학으로부터 직접 출자받아 학교의 연구성과를 산업화하는 과학기술형 교변기업은 현재 중국 전역에 2000개를 웃돈다. 이들은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약 2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세계 2위의 보안설비기업 ‘누크테크’는 중국 교변기업의 힘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칭화( 淸華)대의 물리학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세관용 컨테이너 검사시스템을 개발한 이 회사는 최근 자신들의 핵심기술과 상업화 능력을 항공, 철도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KOTRA 박한진 부장은 “기술인재가 풍부한 중국은 기술의 전문화 수준도 매우 높다”며 “중국에는 내비게이션을 연구하는 대학 학과만 100곳이 넘는다”고 전했다. ○외국 기업에 기술공유 요구도이런 상황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기술공유 요구는 국내 기업들의 고민을 한층 더 깊게 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자국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에 △R&D센터 설립 △중국 시장만을 위한 독자 브랜드(모델) 개발 △독자 모델 관련 기술공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 기업을 합작 형태로 현지에 진출하게 한 뒤 이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외국 기업이 아닌 합작기업이 갖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인 기술공유 전략이다. 예를 들어 베이징 폴크스바겐은 중국만을 위한 중국형 모델을 개발해야 하고 이 모델의 지적재산권은 폴크스바겐이 아닌 베이징 폴크스바겐에 있게 한다는 것. 중국에 진출한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중국 내수시장을 보고 들어온 대부분의 외국 기업은 정부의 이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최근 중국 현지에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장을 건설하려는 한 국내 업체의 관계자는 “(기술유출 우려가 있다고 해도) 중국의 무역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아예 중국에 물건을) 못 팔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토로했다.삼성경제연구소 베이징사무소 유진석 수석연구원은 “각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 기술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투자역량, 시장규모 등 모든 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만큼 국내 기업들은 중국과 ‘함께’ 생존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