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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國益)과 사익(私益) 구별 못하는 예산심의

화이트보스 2009. 12. 13. 19:51

국익(國益)과 사익(私益) 구별 못하는 예산심의

  • 김용철 부산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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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2.11 23:20

김용철 부산대교수·정치학

민주주의를 假裝한 대중 영합적 포퓰리즘이
예산심의 확정과정에 再演되어서는 안된다

내년도 예산 291조8000억원에 대한 예산심의로 여야는 최근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17일 계수조정소위를 열고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수정작업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반면 민주당은 4대강 예산에 대한 정부 여당의 입장변화 없이는 동참할 수 없다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이 국토해양위원회에서 4대강 예산 3조5000억원을 전격 처리한 데 대한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내년도 예산심의가 파행으로 달리고 있다.

대통령중심제 국가는 정치제도의 특성상 예산심의가 엄격하고 복잡하게 이루어지는 반면 의원내각제 국가는 비교적 느슨한 편이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에도 예산안 심의 과정을 미국 의회의 정치적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입법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곧 이는 미국 의회정치의 중심은 위원회 정치에 있으며 위원회 활동을 곧 소(小)입법부 활동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세출위원회는 정부정책과 사업에 대한 개별적인 지출권한을 통하여 정부지출의 수준과 정도를 결정하고 행정부 정책집행을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위원회인 것이다. 어느 나라든지 예산안 심의와 확정은 해당 상임위 간, 행정부와 의회 간, 또는 각종 이해 관련 집단들 간의 상호작용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치적 미로의 대표적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여야의 예산심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우선 야당은 예산심의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어떻게든 최소화해야 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여론의 환기를 통해 국정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면서 이에 관련되는 4대강 자료를 더 제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이미 관련자료를 다 제출했다고 하며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자료가 왜 더 필요하고 그러한 항목별 산출근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국민들에게 더 충분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국민적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자료 제출에 기꺼이 응하였고 더 이상의 자료제출이 불필요함을 좀 더 자세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야당은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국가사업인 4대강 사업 저지에 지나치게 당력을 집중하다 보니 서민경제 예산이나 저소득층 생계 관련 예산, 각종 복지지원예산, 지역경제 관련 예산 등 국민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고 진정으로 궁금해하는 예산에 대한 심의가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불필요한 정치적 쟁점들을 과대 생산하여 예산심의를 선거시장의 투쟁장소로 이용하여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예산심의과정이 정치과정이라는 말은, 국가정책의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행정부 예산편성안을 심사하고 국가재정지출의 타당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담아서 모든 국민적 이해관계가 포함되어 절충하고 융합되어 나타난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정권차원의 국가정책을 무력화하고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하여 정권심판을 하라는 의미는 더욱 아니다.

현재 법사위 등 12개 상임위가 내년도 예산을 7조원가량 순증시킨 가운데 그중 국토해양위가 3조4753억원으로 순증액이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고 이어서 보건복지위와 지식경제위도 각각 1조1737억4000만원과 1조1644억3700만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역구사업이나 민원성사업에 대한 예산지원이 특히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정작 개인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예산에 대해서는 관대해지다가 국가적 사업에 대해서는 서로 정치적 계산에 따라 여야가 과도한 대립과 충돌을 보이고 있어, 의원 개인들 간의 사적 이익과 국가 전체이익 간의 균형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민주주의를 가장한 대중 영합적 포퓰리즘이 예산안심의 확정과정에서도 그대로 재연된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적처리 시한을 훨씬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심도 있는 예산심의는커녕 정치적 이념구도에 따라 야당은 4대강 등 정권차원의 국가사업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거나 발목잡기로 국가사업의 집행을 지연시킨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될 것이고, 정부 여당 역시 입법부 본연의 예산심의 기능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