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문에 따르면 2000년 6월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지만 북측은 일정을 전혀 알려주지 않아 긴장의 연속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인네(DJ)가 여기까지 오셨으니까 내일 여기로 오죠”라고 말하면 회담 장소가 즉석에서 결정되는 식이었다. 김정일이 순안공항으로 DJ를 마중 나온다는 연락도 착륙 2∼3분 전에 받았을 정도였다.
게다가 북측은 김일성 주석 시신이 있는 금수산 기념궁전을 DJ가 참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광옥 당시 비서실장은 “정 그렇다면 대통령 대신 비서실장인 내가 가겠다. 내 참배가 (남한의) 실정법 위반이라면 남한에 가서 책임지겠다고 전해 달라”고 북측을 압박했다. 결국 북측은 참배 요구를 철회했다.
또 한광옥 전 대표는 DJ의 ‘언론 개혁’에 반대했다. 2001년 1월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에 앞서 (대통령과) 회견 원고를 읽는 독회를 가졌다. 남북 평화, 경제 향상과 함께 ‘언론 개혁’ 언급이 눈에 띄었다. 한 전 대표는 “임기 말 시점에서 때가 좀 늦었고,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두 번이나 지적했다. 언론 개혁은 (정부의) 제재나 위협보다는 언론기관의 자율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소신이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뜻은 확고해 결국 회견에서 언론 개혁을 발표했다. 이는 언론계에 폭풍을 예고했다고 한광옥 전 대표는 전했다.
아울러 한 전 대표는 서울시장 출사표를 접은 사연도 소개했다. 98년 노사정 대타협을 성공시킨 직후 DJ는 그에게 “한 동지는 뭘 하고 싶소”라고 물었다. “대통령님 뜻에 따르겠다”고 답하자 김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에 출마하시오”라고 권했다. 하지만 얼마 뒤 DJ는 그를 불러 “한 동지가 출마하면 여론이 안 좋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보기관에서 여론조사를 빙자해 그런 보고를 했다는 짐작에 화가 나 “국민의 정부에서도 정보기관이 정치공작을 하느냐”고 말했다고 한광옥 전 대표는 회고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