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는 求同存異” (구동존이·같은 것을 추구하고 이견은 남겨둠)
“한·중 관계는 百花齊放” (백화제방·온갖 꽃이 다투어 피는 모습)
이런 상황에서 2년 반 전 방한한 원자바오(溫家寶)총리에 이어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유력시되는 시 부주석이 또다시 한·중 FTA를 강하게 거론,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시 부주석은 한국(16~19일)을 비롯, 일본·캄보디아·미얀마 등 아시아 4개국 순방(14~22일)을 앞두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한국·일본의 9개 언론사와 인터뷰했다. 한국에서는 중앙일보와 연합뉴스·KBS·MBC가 초청받았다. ▲중앙선데이 12월 13일자 1·10·11면 기사 참조
시 부주석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 이어 2012년께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기 주자다. 그는 취임 이후 유럽·중남미·아시아 국가들을 순방했지만 해외 언론과 인터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 부주석은 이날 한·중, 중·일 양자 관계뿐 아니라 북핵 문제, 동북아 공동체 구상, 지구온난화 문제, G2(미국·중국) 시대 도래 등 광범위한 현안들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중 FTA의 조기 추진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다. 시 부주석은 “(2007년 3월에 시작된) 양국 공동연구에 따르면 일부 부문에서 입장 차이가 있지만 FTA에 대해 광범위하게 의견이 접근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국의 산업별 수요와 수용 능력 등을 감안, 조속한 시일에 FTA 협상을 공식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최근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과 첫 북·미 양자회담 이후의 6자회담 전망에 대해 그는 “당사국들이 6자회담을 속히 재개해 9·19 공동성명에서 밝힌 3대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하자”면서 “중국도 6자회담 진전 과정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수교 17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에 대해 “수교 이후 인적 교류가 매우 활발해 백화제방(百花齊放·온갖 꽃이 다투어 피는 모습)의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8월 체결된)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앞으로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후 주석과 이명박 대통령이 합의한 대로 2010년 상하이(上海) 엑스포와 2012년 여수 엑스포를 계기로 양국의 인적 교류를 촉진해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시 부주석은 “양국이 영원히 좋은 이웃, 좋은 동반자, 좋은 친구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가 지난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기대와 전망을 밝혔다. 그는 “동아시아 공동체는 중·일을 포함해 해당 지역 국가들이 모두 추구하는 목적”이라고 전제한 뒤 “3국 협력이 이뤄지면 이는 동아시아 공동체로 이어져 지역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중이 세계를 주도하는 G2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G2는 중국의 평화·자주 외교 원칙에도 맞지 않고 글로벌화·다극화 추세에도 맞지 않다”며 “중국은 G2가 될 의향이 없고 평화 발전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 부주석은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16일 오후 서울에 도착해 19일 오전까지 3박4일간 머물 예정이다. 그는 17일 이명박 대통령과 조찬을 겸해 회동한다. 시 부주석은 2005년 저장(浙江)성 당 서기 시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지난해 3월 국가 부주석 취임 뒤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