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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청 예산은 ‘공무원들 쌈짓돈’

화이트보스 2009. 12. 22. 10:13

홍성군청 예산은 ‘공무원들 쌈짓돈’ [중앙일보]

2009.12.22 02:39 입력

108명이 4년간 7억 빼내 술·옷값 써

충남 홍성군청 총무과 6급 직원 A씨(44)는 2007년 5월 친구들과 회식할 돈이 필요하자 평소 군청과 거래해오던 사무기기 업자 이모(44)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금 200만원이 필요하니 군청에서 물품을 구입한 것처럼 가짜 세금계산서를 만들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곧바로 복사기 토너 5개와 복사 용지 10상자 등 250만원어치 물품을 구입한 내역이 적힌 세금계산서를 작성해 A씨에게 전했다. A씨는 이 세금계산서를 이용, 군청 재무과에 예산 지급에 필요한 서류(물품지출결의서)를 냈다.

사무기기 업자 이씨는 군청 재무과로부터 250만원을 받아 이 가운데 세금 20%(50만원)를 제외한 200만원을 A씨에게 건넸다. A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2005년부터 3년간 군 예산 4496만원을 빼돌렸다. A씨는 이 돈 가운데 상당액을 술값으로 썼다. 수도권의 백화점에서 30만∼40만원대 옷을 구입해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대전지검 홍성지청은 21일 사기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A씨를 구속 기소했다.

홍성군청 직원 670여 명 가운데 16%(108명)가 2005년부터 지난 10월까지 이처럼 사무용품을 구입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예산 7억여원을 빼돌리다 검찰에 적발됐다. 수사 결과 군청 20개 부서 가운데 70% 이상의 부서에서 사무용품 허위 구입 방식의 ‘예산 빼돌리기’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무원들은 구매했는지를 확인하기 쉽지 않은 사무기기 소모품을 구입한 것처럼 속여 예산을 빼돌렸다.

검찰은 A씨를 포함해 3000만원 이상을 빼돌린 직원 2명을 구속기소하고, 1000만∼2000만원대를 챙긴 김모(37·7급)씨 등 4명과 납품업자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300만∼500만원을 챙긴 36명은 약식 기소하고, 나머지 65명은 징계하도록 군청에 통보했다.

홍성=서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