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이 구속기소되고 6명이 불구속 기소됐는데 오산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과 전 일간지 기자, 전 도의원 등 유지들이 망라됐다.
이 시장은 아파트 건설업자에게 10억원을 수수하고 매형이 관련된 업체에 어린이공사를 수주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공사현장 식당운영권을 여성단체 회장에게 넘기도록 압력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용인시의 인사비리는 수년간 쉬쉬해 오다 인사담당 공무원의 자살로 실체가 드러난 케이스다.
전 행정과장과 인사계장이 국.과장의 도장 32개를 위조하고 근무평점을 조작하는 등 대담하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한 수법에 검찰마저 혀를 내둘렀다.
감사원 감사를 받던 7급 공무원은 차량에 연탄을 피워 목숨을 끊었고, 2개월에 걸친 수사에서도 인사비리의 '몸통'이 밝혀지지 않을 정도로 내부 단속이 철저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사건의 전모는 끝내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공무원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 토착비리는 인사비리에서 시작되는데 얽히고설킨 뿌리는 쉽게 뽑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뢰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노재영(58) 군포시장은 지역 건설업자들로부터 자신의 재판비용을 '모금'했다는 것이 검찰 공소장 요지다.
정무비서 등 측근 3명이 10억원을 모아 일부를 노 시장에게 전달하고 나머지는 선물 구입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자들은 공사 편의를 약속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시장 측근들이 각종 명목을 내세워 자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등 도덕 불감증이 심각했다"고 했다.
경남의 고성군의원은 군청이 발주한 관급공사를 특정업체가 수의계약 할 수 있도록 공무원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건설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전 울산시의원은 아파트 공사가 잘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건설업자로부터 수억원을 받는 등 권력형비리는 현재진행형이다.
비위 공무원과 함께 사이비 기자도 토착비리의 한 축을 이룬다.
광주지검에 의해 구속된 한 기자의 경우 4년여동안 공사현장 등에서 사소한 잘못을 트집 잡아 돈을 뜯거나 간행물을 강매해 무려 360차례에 걸쳐 7천500여만원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포천의 지역신문 기자 2명은 공무원의 업무상 약점을 잡고 협박해 5차례에 걸쳐 6천800만원을 받아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달 말 적발한 사이비기자가 32명, 광주지검이 검거한 사이비기자는 20여명에 달할 정도로 사이비언론은 전국적으로 만연한 뿌리깊은 토착비리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업체의 비리를 봐 주겠다는 것은 물론 국회의원 등 인맥을 과시하며 세무조사를 무마해 주겠다는 식으로 식사비와 기름값을 뜯어내는 등 범행 행태가 다양했다"며 "사이비 기자 때문에 지역과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 실정"이라고 했다.
대학 교수 등 각계 전문가들은 토착비리가 만연하는 원인으로 연고주의와 정실주의를 꼽는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신평 교수는 "한국사회 특유의 연고주의와 정실주의가 건강한 민주사회로 가는 길을 막고 토착비리와 토호세력를 온존토록 하는 원인"이라며 "무엇보다 사법당국의 공평하고 엄정한 법 집행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최근 헌법 개정 문제가 일각에서 논의되는데 헌법 조문에 혈연.지연.학연 등의 연고주의 청산 등을 집어넣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예산의 투명하지 못한 심의와 집행이 공직 비리로 이어지고 지역 토착세력의 금품 유혹이 공무원들을 부정의 늪에 빠지게 한다고 진단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인하대 법학과 김민배 교수는 "대부분의 공직 비리는 불투명한 예산 심의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사업 제안과 예산 편성에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예산 심의 과정을 투명하게 바꾸면 이권 개입이나 부패가 자리잡을 틈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강원대 행정학과 장노순 교수는 "행정 관료들이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로비를 펼치는 지역 토착세력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토착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공무원의 청렴 의식만으로 뇌물 비리를 근절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무엇보다 금품과 향응을 이용해 청탁하면 망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며 "하위직 공무원의 비리를 고위 공직자가 책임지는 행정 시스템 정착 등 공직사회의 뼈를 깎는 자성도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고질적인 토착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대안으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감사 시스템의 정비와 처벌 강화를 먼저 꼽았다.
제주경실련 한영조 사무처장은 "토착비리에 대한 인식 전환을 자율에 맡기기에는 이미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본다"면서 "정부와 감사위원회의 감사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별도의 특별기구를 만들어 감사해야만 기관장과 공무원들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 덧붙여 비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금홍섭 사무처장은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자치단체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 처장은 "지자체의 부패를 막으려면 민.관.전문가가 참여하는 부패방지위원회를 지방에도 두고 자치단체장의 독주를 일상적으로 언론, 시민단체 등이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검찰, 경찰이 나서도 절대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다.
춘천시민연대 유성철 사무국장은 비리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업체와 계약을 파기해 불이익을 주는 청렴계약제와 시민단체 등 외부기관이 공직사회 감사에 참여하는 방안의 도입을 제안했고,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염경형 정책실장은 국가청렴위원회의 독립과 행정기관 등에 민간 인사가 참여하는 감사기구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충청대 행정학부 남기헌 교수 역시 "공정한 입찰제도, 청렴계약서 도입, 감시시스템 상시 가동, 내부고발자 보호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관계 당국의 조사활동에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