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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들 연말 때아닌 수주 러시…왜?

화이트보스 2009. 12. 24. 17:33

조선사들 연말 때아닌 수주 러시…왜?
지난해 연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주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국내 조선사들이 연말 들어 때아닌 수주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수주가 일부 조선사들에 집중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국내 조선사들의 전반적인 수주 실적은 참담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상장사들의 올해 총 수주금액은 지난해 55조4780억원에 비해 84% 줄어든 9조480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선방한 해양플랜트 부문이 69% 감소했으며 상선 부문은 91% 급감했다. 일부 조선사들의 연말 수주 덕분에 그나마 감소폭이 줄어든 것.

대우조선해양은 12월 들어서 19척, 28억5000만달러의 수주고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16억달러에 달하는 드릴십과 반잠수식 시추선을 수주했으며 6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유조선 수주에도 성공했다. 12월을 제외한 올해 전체 수주금액인 9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성과다. 연말 수주에 힘입어 대우조선은 올해 국내 조선사들 중 수주량 기준 1위가 확실시되고 있다.

STX조선해양도 지난 21일 3만7000DWT(재화중량톤수)급 벌크선 2척을 수주했다. 수주금액은 선주의 요청에 의해 공개되지 않았지만 선박당 2800만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STX그룹의 유럽 조선 자회사인 STX유럽도 13일과 23일 해양작업지원선(PSV)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며 12월 들어 약 35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따냈다. STX는 올해 상선 수주 부분 2위가 유력하다.

비상장사인 성동조선해양도 최근 4억달러 규모의 선박계약을 체결하며 연말 수주러쉬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말 수주를 업황 개선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업계 1, 2위를 기록중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은 침묵하고 있기 때문. 이들은 연말에 상선이나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이렇다 할 수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황이 악화된 후 조선사들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부정적으로 변했다. 올해 일부 조선사들이 상선수주에 성공했다고 전했으나 시장에서는 비주력 선박 수주, 저가 수주 등을 이유로 수익성에 의혹을 제기해왔다.

최근의 대우조선해양, STX 등의 수주에도 가격에 대한 우려는 역시 제기되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황 개선이 요원한 상황인데 연말이라고 갑자기 수주가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며 "자금여력이 부족한 조선사들 중심으로 가격 등 협상조건에서 양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수주가격이 낮아져도 이를 저가수주로 단정짓기는 힘들다고 주장한다. 비교대상이 되는 최근 몇 년간의 선박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았기 때문. 과거처럼 높은 가격에 수주할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업황이 회복될 때까지 버틸수 만은 없는 것이다. 증권가의 한 조선 담당 연구원은 "신조선가 하락도 해운 및 조선업황 회복을 위해서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라며 "조선사 입장에서는 낮은가격에 수주해 마진을 적게 남기더라도 살아남는 것이 우선과제"라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저가수주에 대한 논란이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조선사 입장에서 손해볼 계약은 하지 않는다"며 "원자재 및 부품 가격이 하락추세에 있고 나름대로 원가절감 노력을 계속할 것이므로 적정 수익성은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초 매각 실패에 따른 진통, 경영진 비리혐의 수사 등으로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쇄신하자는 취지에서 영업 및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정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