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확률 5%에서 출발
한국 원전의 '아버지'격인 美 웨스팅하우스 누르고
하청업체로 받아들여
UAE 원전 수주의 주계약사인 한국전력의 서울 삼성동 본사 지하에는 워룸(war room)이 있다. 수주팀 80여명의 아지트다. '첫 원전 수출은 UAE에서' '나가자 UAE, Yes We can'…. 벽에는 붉은색 글씨로 쓰인 플래카드들이 빼곡하다. 24시간 가동되는 이 워룸의 팀장인 변준연 해외사업본부장은 27일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기를 타고 UAE로 향하는 기내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가 기적을 이뤄낼 것 같습니다." 원전을 건설하려면 총 500만개의 물품이 들어간다. 1978년 고리 원전 1호기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우리나라가 원전 건설을 위해 내놓은 것은 모래와 자갈뿐이었다. 그만큼 황무지였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오늘, 한국은 미국·프랑스·러시아·일본 등 원전 강국을 물리치고 원전 수출국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한국은 2004년 중국, 2007년 남아프리카공화국, 2008년 캐나다 등의 원전 수주에 도전했지만 잇달아 탈락했다.지난 2월 아부다비에 세계의 내로라하는 원전 관련사 20여개사가 서로 '짝짓기'를 위해 처음 모였을 때였다. 원전은 재하청 등 작은 기업까지 합치면 총 200여개의 회사가 관여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때 한국 원전의 '아버지'나 다름없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한전을 주계약자로 단일팀을 이룬 한국측에 "당신들은 안 된다. 두산중공업과 현대건설을 우리에게 넘기라"고 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실제로 두산중공업과 현대건설을 따로 접촉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은 단일팀의 대오를 흩뜨리지 않았다.
UAE가 5월 입찰자격을 3개사로 압축했을 때 이변이 일어났다. 한전팀은 합격하고 웨스팅하우스는 탈락한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당시 공황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변 본부장은 "원전 수주는 건설 10년, 운영 60년 등 70년 파트너를 정하는 작업인데 UAE는 한국이 단일팀을 이룬 것을 여러 개 회사가 병렬적인 컨소시엄을 구축한 다른 나라보다 오히려 장점으로 여긴 것 같다"고 말했다. 한전은 이후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본사를 찾아 한국팀에 하청업체로 들어올 것을 제안했고, 웨스팅하우스는 '눈물을 머금고' 이를 수용했다.
2월 원전 관련 20여개사가 처음 모였을 때 한국팀이 수주에 성공할 확률은 산술적으로 5%였다. 5월 UAE가 입찰자격을 3개사로 압축했을 때 국제사회의 원전 전문가들은 선정 가능성을 프랑스 아레바 60%, GE-히타치 컨소시엄 30%, 한전팀 10%로 점쳤다. 그러나 UAE는 한전팀의 건설능력(현대건설과 두산중공업), 운전능력(한전 계열사), 안전성(한전 계열사) 등을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의 종합적인 승리라고 할 수 있다"면서 "특히 UAE는 우리가 프랑스보다 훨씬 공기를 단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가격을 프랑스보다 20~30%가량 낮춘 것을 좋게 보았다"고 했다.
변준연 해외사업본부장은 "이번에 원전 4개를 따낸 만큼 2020년까지 원전 10개 수출 목표를 완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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