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유 먹기 운동에 발맞춰 급식 우유를 꼬박꼬박 챙겨 마시거나 큰 키를 소망하며 먹기 싫어도 우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완전식품인 우유가 우리의 몸을 튼튼하게 만들어준다고 믿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우유가 우리의 몸을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장수마을로 유명한 일본의 ‘오키나와’ 사람들의 식단을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들은 음식에 첨가되는 설탕과 지방의 비율을 최소화하고, 유제품을 제외한 식단을 즐기고 있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효과적인 식단에서 유제품은 주식에서 밀려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유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객관적이지 않다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다. 두 주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의견이든 맹신은 금물. 이젠 우유도 자신의 건강상태를 철저히 따져가며 적당히, 그리고 잘 마셔야 한다.
주장1 우유, 먹지 말아야 한다!
젖소는 좁은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여러 가지 첨가물이 든 사료를 먹고 자란다. 우유에 화학약품과 다이옥신류의 환경호르몬이 농축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까다로운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조차 소에게서 우유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84가지의 화학약품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2 우유는 칼슘을 몸에서 빠져나가게 한다
우유에는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 있지만 우유의 인 성분이 칼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우유를 많이 마신다고 뼈나 치아가 튼튼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체내 칼슘의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우리 몸은 신장에서 빨리 배출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우유나 동물성 단백질을 과다 섭취하면 신장 기능 저하는 물론 몸의 산성화로 인해 오히려 칼슘이 빠져나가게 된다는 것. 게다가 버터, 치즈, 크림 등의 유제품에는 동맥경화와 뇌졸중, 심장마비의 원인이 되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유아나 아이들이 우유를 많이 마시면 철분 결핍성 빈혈에 걸릴 위험도 있다.
3 대부분의 동양인은 우유를 소화시키는 기능이 부족하다
지구상에서 우유의 유당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일부 백인과 유목민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동양인(약 80%)은 우유를 분해하여 체내에 흡수하도록 돕는 효소인 락타아제가 결핍되어 있다. 락타아제가 부족한 사람이 우유를 마시면 우유의 영양학적 혜택을 누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때문에 단백질 결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4 우유는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우유 속에 함유된 49%의 지방은 아이들을 성인병의 위험에 빠뜨린다. 우유는 당뇨나 알레르기와도 연관이 깊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식이성 단백질을 제대로 소화하지만 일부는 주로 유전적인 이유로 소화해내지 못한다. 소화되지 못한 단백질 조각들은 혈액 속으로 유입되는데, 면역계는 이것을 침입자로 인식하고 파괴에 들어간다. 그런데 단백질의 일부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세포와 닮아 있는 까닭에 면역계는 이를 착각해 췌장 세포까지 파괴해버린다. 그 결과 인슐린을 분비할 수 없게 돼 당뇨병에 걸리게 된다. 이처럼 ‘낯선’ 단백질을 제공하는 식품 중 하나가 바로 우유다. 소의 인슐린은 사람의 인슐린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주장2 우유, 먹어야 한다!
1 우유는 우리 몸의 항상성을 돕는다
우유는 장내 유산균의 증식을 도와 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변비를 해소시켜주며, 골다공증과 동맥경화성 질환으로부터 보호해주고 면역력을 강화시켜준다. 혈당치 곡선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기 때문에 당뇨병에도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어린이의 성장과 노인의 치매뿐 아니라 각종 항암 효과까지 보고되고 있는데, 많은 학자 및 의사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유가 특히 위암과 대장암, 통풍 예방에 절대적으로 기여한다고 한다. 또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위장병균의 활동을 억제하거나 위산을 중화시켜 위 점막을 보호하는 기능도 있다.
2 뇌와 신경조직을 구성하는 갈락토오스는 우유에만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가면서 유당 분해 효소인 락타아제가 활동을 멈춘다. 그런데 유목민족은 생활여건상 우유와 유제품을 섭취해야만 연명해나갈 수 있었던 유전적인 경험에 의해 락타아제 효소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처럼 유당불내증(소화효소(락타이제)가 부족해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현상)인 사람도 유당을 분해시켜서 생산되는 요구르트를 마시거나 200ml 정도 소량의 우유를 꾸준히 마시면 유당 소화력이 생기게 돼 나중에는 탈 없이 우유를 마실 수 있다. 포도당과 갈락토오스로 구성된 유당은 인체에 꼭 필요한 당 성분이다. 포도당은 곡식 등 다른 음식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뇌와 신경조직의 구성물질인 갈락토오스는 우유에만 존재하는 당이다.
3 우유의 단백질과 지방이 암을 예방해준다
우유를 정기적으로 마시면 우유의 단백질과 지방이 식도와 위벽의 점막을 보호해 식도암, 위암과 같은 소화기계의 암 발생률이 낮아진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혈압과 통풍, 비만 발생률도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고산지대에서 생산되는 우유와 치즈를 즐겨 먹는 스위스 사람들은 다른 유럽 지역 사람들에 비해 심장질환의 발병률이 낮으며, 세계적인 장수국가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이 장수의 비결로 우유를 비롯한 각종 유제품을 꼽는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 여성조선
취재 윤미 기자ㅣ사진 신승희
참고서적 우유의 역습(알마), 아이의 식탁에서 우유를 지켜라(랜덤하우스 중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