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우리가 지금껏 상대해온 강국들과 다르다
중국은 종종 국제법보다 힘에 의존하는 경향 보여
이런 중국의 핵무기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가 펴낸 2009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186기(基)의 핵탄두를 실전 배치하고 있다. SIPRI는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군사 분야 연구기관이다. 핵탄두 수(數)만 놓고 보면 중국은 러시아 4834기, 미국 2702기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러나 중국 관련 군사 통계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 SIPRI조차 중국 핵무기 숫자를 '추정치'라며 괄호 안에 넣어 표기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은 "중국 핵 능력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며 "기관마다 추정치가 다르다"고 했다. 어느 누구도 중국 핵무기의 실상을 정확히 모른다는 이야기다.
기자가 뽑은 올해 최대 뉴스는 중국이 세계 주요 2개국(G2)에 올라선 일이다. 19세기 이후 100년 이상 세계사의 무대 밖으로 밀려났던 중국이 초강국(superpower)으로 다시 등장한 것은 우리 민족의 미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변화다. 중국의 재부상은 지금의 북한 핵과 남북 통일문제를 넘어 우리의 먼 후손들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지금 내부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세종시·4대강 논란은 왜소한 문제다.
중국은 지금껏 우리가 맞닥뜨렸던 미국·일본 등 기존 강국들과 다른 성격의 나라다. 세계를 보는 눈, 가치의 기준부터 다르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26세의 중국 청년이 공산당에 대항하는 정당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지난 4월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3일 후베이(湖北)성 우한 중급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이 청년은 "철없는 행동이었다"며 용서를 구했지만 그는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지난 7월 초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발생한 유혈사태와 관련된 9명에 대한 사형 집행이 사건 발발 4개월 만인 지난달 초 이뤄졌다.
중국은 국제 분쟁을 국제법이 아니라 힘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여 왔다. 우리도 2000년 한·중(韓·中) 마늘 분쟁 때 이런 중국을 직접 겪었다. 한국이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따라 중국산 마늘에 대한 관세율을 올리자 중국은 즉각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 중단으로 맞섰다. 중국의 조치는 국제 규정 밖의 보복 조치였지만 우리가 물러서야 했다. 우리 외교관들은 "미국과 부딪치면 법에 호소하거나 급하면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지만 중국에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이 지금이라도 대북(對北) 석유와 식량 지원의 고삐를 당기면 북한 핵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중국은 그간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해왔고, 지난 7월 유엔 대북 제재에도 동의했다. 그러나 이후 북·중 간의 고위층 교류가 부쩍 늘었다. 이런 자리에서 중국이 북한에 어떤 지원을 얼마나 약속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고위층의 예사롭지 않은 발언에서 미뤄 짐작할 뿐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 10월 평안남도 회창군의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묘'를 찾았다. 그는 6·25 때 70만 중공군에 속해 참전했다 전사한 마오쩌둥(毛澤東)의 장남 마오안잉 묘에서 "동지, 이제 조국은 강대국이 됐으니 편히 쉬라"고 했다.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은 11월 방북 때 "50여년 전 중국 인민지원군 전사(戰士)로 (지금) 조선에 와 있으며 피로 맺어진 중국·북한 친선관계를 직접 체험했다"고 했다. 중국이 이렇게 나오는 한 북한이 유엔 제재가 두려워 핵을 포기할 리 없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도 쉽지 않게 된다.
북한은 주한미군의 핵무기를 자신들의 핵 개발 구실로 삼았다. 북한은 최근 미국이 한반도에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에 대해서도 발끈했다. 우리가 북한이 미국에 했던 것과 똑같은 논리로 중국 핵을 문제 삼긴 어렵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중국의 핵 보유국 지위에 도전해봐야 갑작스러운 생떼처럼 비칠 수 있고, 자칫 국익의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비행기로 2시간이면 서로의 수도를 오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중국의 핵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그 중국이 북한 핵에 반대한다면서도 '피로 맺은 북·중관계' 운운하는 상황에 언제까지 무방비 상태로 끌려가야 하는 것일까.
이제 중국의 핵정책에 대해 묻고 답을 요구할 때가 됐다. 그것은 우리의 생존과 장래가 걸린 문제다. 한·중이 서로를 '전략적 파트너'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껄끄러워도 이런 전략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