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7일 정부가 준비 중인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정부 부처 중 9부2처2청이 세종시로 이전하는)원안이 배제된 안(案)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정부 부처 이전을 백지화하는 세종시 수정안을 새 당론(黨論)으로 채택하는 것에 대해서도 "당론을 뒤집는 것으로, 그렇게 당론을 만들어도 저는 반대한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그간 자신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던 2005년 3월 당론으로 찬성했던 행정중심복합도시법에 따라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이뤄져야 하며, 세종시 자족(自足) 기능을 높이기 위해 정부 이전에 더해 '+α(플러스 알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박 전 대표는 11일로 예정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나흘 앞두고 정부의 수정안에 반대의 쐐기를 박아야겠다고 작심한 듯하다. 지난 한 달 넘게 세종시 문제가 나오면 "이미 내 입장은 다 이야기했다"며 즉답을 피했던 것과는 대조적 행동이다.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여러 해석이 나돈다고 한다. 친이 주류측은 박 전 대표가 대통령과 정부로 하여금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고 국민과 충청도민을 설득하는 시간과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고 나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친박 진영에선 "박 전 대표가 정답을 이야기했다"며 세종시 법안이 국회로 넘어와도 잘 처리되지 않을 게 뻔한 상황에서 정부가 법안을 국회로 보내선 안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나타나는 이런 친이·친박 갈등의 저류(底流)에는 보다 복잡한 흐름이 서로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사실 세종시 사태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을 제외하곤 박 전 대표만큼 고심(苦心)하고 있는 정치인도 없을 것이다. 박 전 대표는 현 정계에서 과거의 3김(金)에 뒤지지 않을 강력한 친위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다. 이들 친위 지지세력들은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박 전 대표의 모든 발언, 모든 행동을 무조건 100% 지지해 왔다. 그러나 이들 일부도 '정부부처 이전 원안대로'라는 박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 과거처럼 확신에 찬 지지의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상황에서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찬성했던 행정중심복합도시 법안을 뒤집는 데 따른 부담감과 다음 대선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차기주자(次期走者)로서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다. 일단은 흔들리는 지지세력에 자신의 뜻을 재확인시키는 신호로 보내진 것이 이번 발언인지도 모른다.
세종시 수정안은 친박 진영의 도움 없이는 한나라당 당론 채택은 물론 상임위나 국회 통과도 어렵다. 박 전 대표의 반대로 정부 수정안이 좌절되고 정부 부처가 옮겨갈 수밖에 없다면 그 역풍(逆風)은 야당보다 박 전 대표 쪽으로 지속적으로 거세게 몰아칠 것이 분명하다. 사실 박 전 대표가 행정부가 세종시로 옮겨가는 것이 나라의 먼 장래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적은 없다. 국민에게 한번 약속했으면 실행하는 게 도리라고 했을 뿐이다. 세종시의 정부 대안에 충청도민에게 도움이 될 여러 방안이 더 많이 담기게 된 데는 박 전 대표의 영향도 있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은 박 전 대표의 이런 고심을 헤아리고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면서 정부 안(案)을 추진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큰 대통령, 큰 정치인으로 두 사람이 마음을 열고 만날 때다. 나라의 운명과 대통령의 성패, 한 정치인의 장래가 이 만남에 걸렸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만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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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0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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