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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만에 막 내린 ‘의원직 사퇴 쇼’

화이트보스 2010. 1. 11. 12:34

반년 만에 막 내린 ‘의원직 사퇴 쇼’ [중앙일보]

2010.01.11 03:10 입력 / 2010.01.11 04:20 수정

“미디어법 무효 투쟁” 사직서 내고 거리로
상황 변화 없는데 “원내 복귀” 사퇴 철회

민주당 최문순·천정배·장세환 의원(왼쪽부터)이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의원직 복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미디어법이 원천무효될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노숙과 길거리 투쟁을 불사하던 민주당 의원 세 명이 결국 국회로 되돌아왔다.

민주당 천정배·장세환·최문순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에 복귀하겠다”며 사퇴의사를 철회했다. 이들의 복귀는 각각 172일(최문순), 171일(천정배), 74일(장세환) 만이다.

지난해 7월 22일 방송법 개정안 등 미디어 관련법이 처리되자 이튿날 최 의원이 가장 먼저 사직서를 냈고, 천 의원이 뒤를 따랐다. 장 의원은 10월 29일 헌법재판소가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 ‘유효’ 결정을 내리자 뒤늦게 사직서를 냈다. 사직서엔 “원통하고 분하게도 언론악법 저지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천정배), “헌재가 권력의 손을 들어줬다”(장세환)와 같은 격한 표현이 담겼었다. 이들은 보좌진 전원을 해임하고 세비 수령도 거부했다.

이후 세 사람은 거리로 나갔다. 천·최 의원은 7월 말부터 약 100일간 서울 명동 거리에서 서명운동을 했다. 헌재 결정을 앞둔 10월엔 헌재 앞에서 2박3일간 노숙도 했다. 12월 1일엔 국회의장실 기습점거를 시도하다 경위들에게 쫓겨나 한 달 가까이 국회 본청 로텐더 홀에서 농성을 했다.

사퇴 선언을 할 당시와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들은 결국 사퇴의사를 접었다.

천 의원은 회견에서 “원내로 들어가 활동하는 게 보다 효율적이고 실질적이라는 재야 원로인사와 시민단체, 선배·동료 의원들의 권유와 충고를 무조건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하느라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실패를 자인했다. 그는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힘들었다”며 “늘 미안했던 보좌진이 다시 월급을 받게 돼 기쁘다”고도 했다.

이들의 복귀에 대해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의원직 사퇴쇼가 반년 만에 마무리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에서조차 “큰 짐을 덜었다”(한 재선 의원)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들은 당 지도부를 원망했다. 장 의원은 “복귀하는 대로 당 지도부에 보다 강력한 투쟁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 사람의 복귀로 민주당(87석)의 실질 의석 수는 85석이 됐다. ‘박연차 사건’에 연루돼 재판 중에 사직서를 낸 이광재 의원과 정세균 대표가 아직 복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미디어법 처리 직후 ‘총사퇴’를 결의한 의원들을 대표해 사직서를 냈다. 한 측근은 “국회에 제출될 세종시법 수정안을 막기 위해선 한 석이 아쉬운 상황”이라며 “(정 대표도)곧 ‘복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임장혁·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