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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核) 숙제 먼저 풀고 평화협정 꺼내야

화이트보스 2010. 1. 12. 11:05

북, 핵(核) 숙제 먼저 풀고 평화협정 꺼내야

입력 : 2010.01.11 22:17

북한 외무성이 11일 "올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조속히 시작할 것을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제의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정일의 지시를 의미하는 "위임에 의하여"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이 성명을 북한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여도 될 듯하다.

일부 정부 당국자들은 "6자회담 복귀를 위한 명분축적용으로 평화협정 논의를 내세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평화협정 문제는 이미 6자 간에 한반도평화체제 협상을 위한 포럼 구성도 합의한 바 있기 때문에 북핵 해결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얼마든지 거론이 가능하다. 문제는 북한이 핵 숙제를 풀기 위해 먼저 6자회담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런 자연스러운 논리를 거슬러가며 평화협정 문제를 먼저 꺼낸 데는 핵 폐기가 중심이 돼야 할 6자회담의 성격을 평화협정 논란으로 흐트러뜨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은 두 차례 핵실험 이후 전방위로 이뤄진 각종 제재와 화폐개혁에 따른 경제 혼란으로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이 이 상황을 벗어나려면 6자회담에 복귀할 수밖에 없으나 그냥 6자회담에 앉는 것보다는 평화협정 논의 카드로 판을 흔들어보려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이날 성명에서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제의한다"고 한 부분에선 북한의 또 다른 덫을 볼 수 있다. 북한은 60년대부터 남북 문제의 당사자인 대한민국을 외면하려는 수법을 "53년 정전협정 서명국인 북한·미국·중국이 평화협정 당사자"라는 말로 표시해 왔다. 북한이 숨을 쉬려면 결국 남쪽이 지갑을 열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왜 대한민국이 지갑을 열겠는가. 미국도 작년 말 북한이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 방북 당시 평화협정 논의를 제의하자 "비핵화 논의부터 진행된 뒤 논의할 일"이라고 밝혔었다. 북한도 이제 백일몽(白日夢)에서 깨어나 현실을 바로 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