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DNA 담금질한 일본 교세라
교 세 라 의 세 라 믹 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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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도 ‘파인 세라믹’은 교토의 ‘발명 DNA’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제품이다. 세라믹(ceramic)은 그리스어로 ‘불에 구운 것’을 뜻하는 케라모스(keramos)가 어원이다. 도자기·타일·붉은 벽돌·기와 등도 넓은 의미에서는 세라믹으로 분류된다. 일본 문화의 오랜 중심지였던 교토에서는 이런 물건들을 만드는 기술이 발달해 있었다. 이런 전통을 이어받은 파인 세라믹은 ‘파인(fine·고급)’이 나타내듯 고급 원료와 새로운 공정을 통해 제조된 첨단 세라믹 제품을 의미한다.
세라믹으로 칼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으레 스테인리스나 철로 칼을 만든다는 상식을 의심하면서 나왔다. 철은 의외로 단점이 많다. 녹슬고 무뎌지는 것은 물론이고 야채나 과일·생선과 고기를 자르면 음식물에 쇠 냄새가 묻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세라믹 칼은 이런 단점이 거의 없다. 쇠칼로 자르면 변색이 되는 사과나 양파도 세라믹 칼로 자르면 깔끔하다. 세라믹 성분은 비활성이라 산과 알칼리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라믹은 물질의 강도를 나타내는 모스 척도에서 8.5를 기록해 철(6~6.5)보다 훨씬 강하고 다이아몬드(10)에 가까울 만큼 단단하다. 세라믹이 철에 이어 제2의 ‘산업의 쌀’로 불리는 이유다. 도쿄 긴자(銀座)에서 초밥집을 운영하는 스가 도오루(須賀徹·52)는 “녹슬지 않고 청결하게 유지되며, 철보다 단단해 좀체 무뎌지지 않아 세라믹 칼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녹슬지 않는 특성 때문에 스쿠버 다이버들도 세라믹 칼을 많이 쓴다.
전기가 통하지 않고 자성이 없어서 폭탄 제거 작업에도 유용하다. 하지만 보안 쪽에선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다. 금속탐지기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초고주파 스캐너에는 검색이 되지만 보급이 일반화되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세라믹 민간용품 업체들은 소량의 금속을 칼에 섞어 탐지기에서 감지되도록 한다.
세라믹 칼은 너무 강해 큰 충격을 주면 깨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도끼처럼 나무를 찍거나 고기 뼈와 냉동식품을 자르는 데는 부적합하다. 세라믹이 이렇게 단단한 건 제조 공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세라믹 칼은 주성분인 지르코늄 분말을 300t에 이르는 높은 압력으로 눌러서 만든다. 이를 섭씨 1400도의 고열 로(爐)에서 5~12시간 가열해 굳힌다. 딱딱해진 만큼 이를 갈기 위해서는 공업용 다이아몬드 코딩을 한 세라믹 전용 숫돌을 사용한다. 가격은 개당 5000엔 안팎이 보통이다.
교토=김동호 특파원
교토의 세계적 기업들
교토에는 교세라 등 창조적 발명품을 만드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화투를 만드는 회사로 100여 년 전 출발해 ‘위’ 같은 세계적 히트 게임기를 만들어 낸 닌텐도와, 세계적 세라믹 업체인 교세라가 대표적이다. 호리바제작소·니치콘·무라타제작소·옴론 등도 삼성전자·IBM·소니 등이 제품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교토 기업들이다. 우주왕복선과 천체망원경 등을 만들 때도 교토 기업들의 부품들은 필수적이다. 교토에는 물론 이런 것들을 팔 시장이 없다. 하지만 창조적 DNA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상대로 기막힌 발명품들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