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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北) "평화협정 회담 열자"… '6자(者)' 복귀 명분이냐, 초점 흐리기냐

화이트보스 2010. 1. 12. 11:01

북(北) "평화협정 회담 열자"… '6자(者)' 복귀 명분이냐, 초점 흐리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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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12 04:36

작년 4월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규탄 성명 이후 "6자 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겠다"던 북한이 11일, 정전(停戰) 당사국 간 '평화협정' 회담을 제의하는 형식으로 조건부 6자 회담 복귀 의사를 밝혔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성명을 통해 "조선전쟁(6·25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올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조속히 시작할 것을 정전협정 당사국에 정중히 제의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정전협정 당사국'을 적시하진 않았다. 정전협정을 언급할 때마다 "남(南)은 당사자가 아니니 빠지라"고 강조했던 종전과는 대비되는 태도였다.

북한 외무성은 회담 제의가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김정일 위원장의 결정에 따른 것임을 내비쳤다. 성명은 특히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은 (2005년) 9·19 공동성명에 지적된 대로 별도로 진행될 수도 있고, 그 성격과 의의로 보아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조미(미북)회담처럼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의 테두리 내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평화협정 문제를 미북 양자 테이블뿐만 아니라 6자 회담의 틀 내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평화협정 이슈를 계기로 삼아 6자 회담 복귀의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6자 회담 불참을 선언했던 북한이 6자 회담에 바로 복귀할 수 없으니, 평화협정 회담을 제의해 6자 회담에 조건부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작년 9월과 10월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을 만나 "다자회담에 복귀할 용의가 있다"며 6자 회담으로의 분위기 전환에 나선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 평화협정 회담 제의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6자 회담 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의 강동 약전기구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 신은 이 사진을 11일 보도하면서 정확한 시찰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그러나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평화협정이라는 비핵화보다 더 무거운 주제를 갔다 놨기 때문에, 6자 회담 재개에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북한은 '선(先) 평화협정, 후(後) 비핵화'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6자 회담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북의 비핵화라는 목적지까지의 여정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성명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 비핵화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더 이상 자국의 이익부터 앞세우며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대담하게 근원적 문제에 손을 댈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밝힌 '근원적 문제'란, '평화체제가 수립돼야 미국의 핵위협이 없어지고, 그래야 우리도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기존 '평화협정 공세' 논리와 맥을 같이한다. 고려대 김성한 교수는 "미국이 작년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하자 이를 북한이 낚아채 역이용한 것"이라며 "핵 재처리시설 폐쇄→불능화→폐기로 이어질 비핵화 단계에 평화협정이라는 방호막을 쳐 역공을 취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 당국자들도 북한이 자신들의 핵 문제에 집중된 6자 회담에 평화협정을 전제 조건이나 동시 해결 과제로 제시해, 6자 회담의 초점을 흐리기 위한 목적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평화협정 논의는 비핵화의 진전이 추동력을 얻을 때 6자 회담과 별도 포럼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 북한의 '선(先) 평화협정, 후(後) 비핵화'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최근 "북한이 평화체제부터 논의하자는 것은 북한이 비핵화를 안 하겠다거나 지연시키겠다는 전술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제재라는 차별과 불신의 장벽이 제거되면 6자 회담 자체도 곧 열리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작년 6자 회담 불참 선언 이후, 북한이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문제와 6자 회담 재개를 연계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6자 회담 복귀를 통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 망을 뚫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미 오바마 정부는 단순히 북이 대화 테이블에 돌아온다는 이유만으로 제재를 중단하곤 했던 과거 행정부의 잘못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 문제를 둘러싼 샅바 싸움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