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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어떤 골목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니 말조심"

화이트보스 2010. 1. 21. 11:22

살다 보면 어떤 골목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니 말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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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20 22:37 / 수정 : 2010.01.21 03:25

송광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0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사람이 살다 보면 어떤 골목에서, 어떤 정치적 입지에서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모른다"며 "요즘 (한나라당에서 세종시 관련해) 말씀들 하시는 것 보니까 과연 이분들이 정치하는 분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어떤 한 분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사람인데 말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막말을 조심하고, 반대 의견도 상대방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야 된다"고 했다. 3선(選)의 송 최고위원은 친박 중진이다.

송 최고위원이 '말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지목한 것은 주류측 홍준표 전 원내대표다. 홍 의원은 18일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내 소신만 중요하다며 남의 대다수 소신을 접으라고 하고 민주 정당에서 토론도 못하게 해서는 당을 같이할 수 없다"고 했었다. 이날 회의에서도 정몽준 당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등이 "세종시에 관한 당내 토론이 필요하다"며 토론 불가(不可)를 거듭 밝힌 박 전 대표측을 압박했다. 이런 이야기 끝에 마이크를 잡은 송 최고위원이 "살다 보면 어떤 골목에서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모르니…"라고 반격에 나선 것이다.

박 전 대표측 중진인 송 최고위원의 그 말은 국회의원이건 아니건 간에 한나라당에 속한 모두가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가볍게 받아들인 사람은 이마가 잠시 서늘했을 것이고 무겁게 받아들인 사람은 등골이 오싹했을 것이다. 무슨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 모습이 한나라당 아래를 흐르고 있는 심리적 흐름이다.

박 전 대표는 대선 지지 후보 여론조사에서 부동(不動)의 1위를 유지하고 있고, '미래 권력'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낮엔 친이 쪽에 있다가 밤에는 담을 넘어 친박으로 넘어간다는 '주이야박(晝李夜朴)이란 말도 뭔가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중압감에 가위눌려 지내는 이런 당내 사정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기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하는 한마디는 상대방을 겁주는 위하(威嚇) 효과를 충분히 발휘했다. 1948년 건국 이래 '다음 대통령 세력'이 '현재 대통령 세력'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구석에 몰아붙이는 '통쾌한(?)' 모습은 처음 구경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