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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납치당했다" 신동욱(박근령씨 남편)씨 주장의 진실은…강훈 기자 nuku

화이트보스 2010. 1. 23. 22:31

中서 납치당했다" 신동욱(박근령씨 남편)씨 주장의 진실은…

입력 : 2010.01.23 03:25 / 수정 : 2010.01.23 09:41

2007년 7월 칭다오… 외교부 대외비 문서로 본 그날
환각 상태 신씨, 술집서 中 경찰에 연행돼 조사받아공안 보고 "北 공작원" 소란도… 검찰 "거짓말" 결론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박균택)는 박근혜(朴槿惠) 전 한나라당 대표의 홈페이지에 40여개 비방 글을 올린 혐의(명예훼손)로 박 전 대표 동생 근령(槿令·56)씨의 남편 신동욱(42·전 백석문화대 겸임교수)씨를 불구속기소했다.

조선닷컴 1월 18일 보도

신동욱씨는 열네 살 연상인 박근령 전육영재단 이사장과 결혼식을 두 번 했다.2008년 첫 결혼식에 이어 작년 10월 14일충남 아산시 선문대에서 열린‘국제합동축복결혼식’모습 조선일보DB
신동욱씨가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문제가 된 글의 요지는 이런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동생 박지만(朴志晩)씨가 중국에서 자신을 납치해 죽이려 했으며 '마약음모' 공작을 벌였다 ▲그 배후에 박 전 대표가 있다는 것이다.

신씨는 "글을 올린 것 맞다"면서도 "글 내용은 진실이고 증거도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신씨 글을 "허위(虛僞)"라고 했다. 검찰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판단을 내리게 됐을까.

본지는 최근 외교통상부 대외비(對外秘) 문서 2점을 입수했다. 주 칭다오(靑島) 한국총영사관이 2007년 7월 1일부터 3박4일 동안 칭다오에서 발생한 신씨 관련 사건을 조사해 외교통상부에 보고한 문서이다. 상당 부분이 중국 공안(公安·경찰)의 조사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다.

문서에 따르면, 신씨는 그날 오후 4시 50분 박모·김모씨 2명과 함께 대한항공 839편으로 중국 웨이하이(威海)에 도착했다. 세 사람은 한족(漢族) 사업가를 만나 칭다오로 이동했다.

횟집에서 저녁을 먹고 단란주점에서 2차로 술을 마신 뒤 호텔로 돌아온 일행은 공안의 검문을 받았다. '성매매' 의혹 때문이었다. 박씨와 김씨는 호텔을 빠져나와 다음 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신씨는 호텔에서 공안 사무실로 연행됐다.

문서는 "신씨가 단란주점과 호텔에서 환각제를 복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경찰기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는 당시 중국 공안 조사 자료를 담고 있다. 신씨는 다음 날(2일) 오후 5시 증거 부족으로 풀려났다.

신씨는 이날 밤 호텔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다 발목을 다쳤다. 신씨는 택시를 타고 시내를 배회하다 새벽 2시쯤 현지 주민과 택시기사 신고로 용칭루파출소로 인계됐다. 파출소는 신씨를 시 공안국에 '신원불명 외국인 행려자'로 신고했고, 외사과 H경찰관이 왔다.

신씨는 H경찰관에게 자신을 "박근혜 전 대표의 동생인 육영재단 박근령 이사장 약혼자"라고 소개했다. 신씨는 5개월 전 박 이사장과 약혼한 상태였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을 때였다.

공안은 신씨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주 칭다오 한국총영사관에 연락했다. 김모 영사가 그날(3일) 저녁 용칭루파출소에 갔다. 김 영사는 여권과 소지품을 보고 신씨 신원을 확인한 뒤 중국 공안에 "우리 정부가 보호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신씨가 갑자기 소란을 일으켰다. 김 영사를 보고는 "믿을 수 없는 인물이다. 나를 납치하고 있다"고 했고 중국 H경찰관에 대해선 "'김책'이라는 북한공작원"이라고 했다. 문서는 "신씨의 환각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돼 있다.

김 영사는 신씨가 계속 이상한 말을 하며 우리 공관 보호를 거부하자 부(副) 총영사에게 이 내용을 보고했다. 부총영사는 전화로 신씨를 설득한 끝에 총영사관으로 데려왔다. 4일 0시10분이었다.

신씨는 같은 날 오전 총영사관 안내로 병원에서 발목 치료를 받고 돌아온 뒤에도 "난 납치 당했다. 언론과 인터뷰해 납치공작을 알리겠다"고 주장하는 등 정상을 회복하지 못했다.

당시 총영사관측은 박근령 이사장 등 보호자가 칭다오로 와 신씨를 동행 귀국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신씨의 상태가 호전되면서 4일 오후 국적기편으로 귀국시켰다.

칭다오 한국총영사관이 외교통상부에 보낸 대외비 문서. 신동욱씨는 남의 이름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박 전 대표측이 중국에서 신씨를 납치해 마약 음모 공작을 벌였다’는 글을 올렸으나 검찰은 이 문서를 바탕으로 신씨의 글이‘허위’라고 결론 내렸다.
여기까지가 당시 총영사관이 외교통상부에 보낸 문서의 주 내용이다. 신씨가 귀국한 날 작성된 이 문서는 당시 대외비로 분류돼 배포처도 장관, 1차관, 2차관, 주무 부서로 제한됐다.

신씨를 수사한 검찰도 최근 외교부에서 이 문서를 확보했다. 문서에 신씨와 칭다오 여행에 동행한 것으로 돼 있는 박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총영사관에 근무했던 김 영사도 불러 조사했다. 이 문서가 '중국 청부납치' '마약공작'이라는 신씨 글이 '허위'임을 입증하는 결정적 자료가 됐던 셈이다.

김 영사는 검찰에서 "문서에 보고한 대로다. 뭔가 배후가 있거나 납치 그런 사건이 아니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신씨는 검찰에서 '칭다오 사건'에 대해 뭐라고 진술했을까. 그는 '박 전 대표가 납치 공작 배후라는 증거가 있느냐'는 추궁에 "객관적 자료는 없지만,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수사팀이 총영서관 문서를 들이대자 "총영사관과 중국 공안이 진상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문서에는 신씨가 중국 공안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한국 대선 후보 친동생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 딸의 약혼자임을 내세워 우리 외교공관에서 각별한 보호를 받았던 흔적이 엿보인다.

신씨 변호인인 윤모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국 공안에서 조사를 받고 환각상태에 있었다는 문서 내용은 맞지만, 그건 사건 겉만 봤을 뿐이고 실상은 박지만씨측 공작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는 게 신씨 입장"이라고 했다.

신씨가 당시 박지만씨의 사주를 받고 동행한 박씨 일행의 꾐에 빠져 술집에서 환각제를 흡입하고 여종업원과 호텔에 갔다는 것이다. 박씨는 근령·지만씨와 5촌 관계로 신씨와도 인척이다. 윤 변호사는 "박씨가 사건 진상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근령씨와 지만씨 사이를 왔다갔다하고 있다"고 했다.

박씨의 말은 신씨측과 달랐다. 박씨는 "추태가 드러날까 두려운 신씨가 거짓말하고 있다. 술 마시고 망신당한 사건이다. 납치는 무슨 납치냐"고 했다.

박 전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김재원 전 의원은 "칭다오 사건이 벌어진 2007년 7월은 대선 경선을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살얼음판 걷는 시기에 박 전 대표가 동생 약혼자를 납치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이 사건은 그저 사람 됨됨이의 문제가 아니겠냐"라고 했다.

신씨와 박근령씨는 2007년 2월 6일 관악산 정상에서 약혼했고, 2008년 10월 13일 여의도에서 결혼했다. 박 전 대표와 박지만씨는 결혼식에 불참했다. 본지는 신씨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전화는 불통이었고 자택에서도 만나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