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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차분..미국 흥분..도요타 리콜 온도차

화이트보스 2010. 2. 2. 11:35

생각이 달라서일까, 이해가 엇갈려서일까.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에 대한 시각과 반응이 적잖은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당사자인 일본, 발생지인 미국, 지켜보는 한국에서 그렇다.

먼저 일본에선 이게 대문짝만 한 뉴스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한 주일, 일본의 주요 신문을 도배하다시피 한 것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의 정치자금 문제였다. 방송은 스모 선수 아사쇼류(朝靑龍)의 폭행 사건을 물고 늘어졌다. 도요타 리콜은 서너 번째로 밀렸다. 사실 전달에 이어 반성과 분발을 촉구하는 논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도요타의 일본어 홈페이지 초기화면엔 소비자에 대한 사과문이 떠 있지도 않다. 일본 소비자와는 관계가 없어서일까. 일부이긴 하지만 미국의 일본 때리기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음모론인 셈이다. 현장인 미국에선 역시 민감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쏟아지는 외신을 보면 알 수 있다. 도요타에서 자기 회사 차로 갈아타면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준다는 마케팅이 한창이라고 한다.

미국인에게 자동차는 특별한 존재다. 노트북이나 MP3와는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기에 소비자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본 제품의 품질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우리 기업에는 기회도 된다는 것, 그리고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시각이 주류다. 현대차와의 경쟁 관계도 있는 데다, 우리 소비자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각이 교차하긴 하지만 사실 도요타 리콜은 복잡한 얘기가 아니다. 무리한 원가절감을 위해 품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확한 분석이다.

과거 일본 기업은 다른 나라 기업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체질을 지녔다.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취향에 징그러울 정도로 착착 맞춰주는 게 일본 기업이었다.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일류 기술자들을 거느린 게 일본 기업이었다. 하청·부품기업들과 가족과 같은 끈끈한 연대 의식을 유지한 게 일본 기업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 제조업은 미국식의 획일적 대량생산 체제를 눌렀다. 1980년대였다.

하지만 이번 도요타 리콜 사태는 그와는 반대다. 많은 일본 전문가는 “도요타가 부품업체에 대한 기술과 자금 지원을 줄인 게 문제의 발단”이라고 진단한다. 원가 절감을 위해 관리하기 어려운 해외 부품업체의 하청 비중을 높인 것은 자기만의 무기를 버리고 남의 무기를 집어 든 거나 마찬가지였다는 뜻이다. 도요타의 리콜은 자신의 강점인 ‘도요타다움’을 잃은 데서 비롯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따라서 도요타의 리콜을 일본 제조업 신화의 붕괴로 직결시킬 수만은 없다. 붕괴한 것은 도요타가 채택한 ‘비(非)도요타’ 노선이다. 혼다·샤프 등 다른 일본 기업들의 리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이 완전히 한물갔다고 보긴 어렵다. 다시 정상(正常)을 회복할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을 하는 기업인들은 이런 말을 흔히 한다. “모터 달린 물건을 만드는 기업은 다 같다.”

기술적인 난이도, 사고가 날 확률, 그러다 자칫 된통 당할 위험, 이런 게 업종과 관계없이 비슷하다는 얘기다. 도요타의 리콜은 바로 한국 제조업이 돌이켜 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