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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군만 정밀 타격… 부작용 줄고 주변 장기 안 다쳐

화이트보스 2010. 2. 10. 12:13

암세포군만 정밀 타격… 부작용 줄고 주변 장기 안 다쳐

첨단 방사선 치료장비

로봇 수술만큼 대형병원의 도입 경쟁이 치열한 것이 첨단 암 방사선 치료용 장비이다. 대표적인 첨단 방사선 장비는 몸 곳곳의 암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토모테라피, 방사선 치료 시간을 크게 줄인 래피드아크 등이 있다. 첨단 방사선 장비는 대부분의 기존 장비보다 치료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다. 그러나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비가 흔히 수천만원에 이른다. 첨단 방사선 장비의 특징을 알아봤다.

▲ 첨단 방사선 장비인 토모테라피는 암세포만 골라서 파괴해 부작용은 적고 치료효과는 높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비가 비싼 단점도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장기 움직임따라 조준해 파괴

토모테라피는 현재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화순전남대병원 등에서 운용한다. 첨단 장비 중 가장 많이 보급된 기기이다. 토모테라피는 종양을 다각도로 촬영한 뒤 건물의 층수 나누듯 컴퓨터 상에서 일정 간격으로 범위를 만들어 놓는다. 그 뒤 각 범위마다 방사선을 조사(照射)해 암세포를 죽인다. 종양 주변에 암에 걸리지 않은 장기가 있으면 방사선량을 조절해 종양에만 강하게 쏠 수 있다. 기존 장비는 일정한 범위 안에는 같은 양의 방사선만 쏠 수 있어서, 암덩어리 주변에 중요한 장기가 있으면 암에 쏘는 방사선량까지 줄여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금기창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토모테라피는 기존 방사선치료기나 수술로 치료가 힘들었던 척추종양과 뇌종양, 두경부암, 재발성암 등의 치료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원자력병원, 아주대병원, 인하대병원, 제주대병원에서 가동 중인 래피드아크는 토모테라피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치료 시간은 5분의 1 이하로 줄였다. 암을 3차원으로 인식해 한꺼번에 치료하기 때문이다. 김헌정 인하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래피드아크나 신형 토모테라피는 간, 폐, 위처럼 움직이는 장기의 이동 형태를 따라가며 정확히 방사선을 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높고 주변 조직이 불필요하게 방사선을 맞지 않아 부작용이 적다"고 말했다.

◆치료 부작용 크게 줄어

최신 장비는 방사선을 종양 부위에만 '선택과 집중'해서 쏘기 때문에 부작용을 크게 줄였다. 안승도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최신 방사선 장비는 임신부도 자궁 등 임신·출산과 직접 관련된 장기가 아닌 다른 장기에는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사선치료를 받을 때 가장 흔한 부작용 중 하나는 구강건조증이다. 머리 부근에 암이 생기는 두경부암 환자의 약 70%가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침샘이 마르고 입안에 염증이 생겨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김헌정 교수는 "하지만 래피드아크처럼 치료 부위마다 방사선 세기를 조절하는 장비는 구강건조증 발생률을 30% 이하로 낮춘다"고 말했다. 래피드아크나 토모테라피는 직장암 치료 후유증인 직장 내 궤양 발생률도 5% 가량 줄인다.

▲ 래피드아크는 암세포만 골라서 파괴해 부작용은 적고 치료효과는 높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비가 비싼 단점도 있다 / 인하대병원 제공
◆최신 장비만 찾아다닐 필요는 없어

최신 장비는 이와 같은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치료비가 워낙 비싸다. 오영택 아주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기존의 장비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환자는 비용과 효과를 고려해서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립선암이나 두경부암처럼 주변에 민감한 장기가 많은 경우가 아니면 기존 치료법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방사선치료를 받던 사람이 토모테라피나 래피드아크로 치료받으려면 치료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암의 크기와 전이 정도, 주변의 정상 장기의 형태, 방사선에 대한 민감도를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 누적된 방사선량도 따져야 하는 만큼 치료 계획은 처음 치료받는 사람보다 더 오랜 시간을 들여 복잡하게 세워야 한다.

토모테라피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과정을 설계하는 데 450만~800만원, 치료할 때 50만~100만원 정도가 든다. 치료가 끝날 때까지의 비용은 대부분 2000만원이 넘는다. 래피드아크는 3차원 입체방사선치료나 영상유도방사선치료만 할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세기조절 방사선치료를 해야 하는 두경부암이나 전립선암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1500만~2000만원이 든다.

/ 이준덕 헬스조선 기자 jundeok@chosun.com
  • 2010.02.09 16:06 입력 /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