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신중국 60년

용틀임하는 中 서부대개발 현장

화이트보스 2010. 2. 11. 17:43

용틀임하는 中 서부대개발 현장

중국 서부지역 대개발의 출발점인 충칭(重慶)직할시 퉁량(銅梁)현에 위치한 진룽(金龍)공업단지. 이 공단에 입주한 시멘트회사인 진장(金江)시멘트는 올 하반기 들어 공장을 밤낮 가리지 않고 돌리고 있지만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 2000년부터 추진한 서부대개발 프로젝트의 중심지인 '청위(成유<水+兪>)경제권'은 온통 공사판 일색이다. 중국 제4의 경제성장축으로 불리는 청위경제권은 쓰촨(四川)성 성도인 청두(成都)와 충칭을 묶은 신특구로, 소비가 급증하고 지진 복구사업까지 벌어지며 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대지진이 강타한 쓰촨성 전역은 신도시 건설을 비롯해 도로, 철도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충칭과 청두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 공사가 조만간 착공된다. 4년 후 이 공사가 완공되면 자동차로 3시간30분, 고속열차로 2시간30분 걸리는 충칭과 청두를 57분6초 만에 주파할 수 있다.

충칭시는 중국 내륙의 서부지역 도시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탈바꿈하고 있다. 도심에는 8차선 도로가 사방으로 시원스럽게 뚫려 있으며 도로 주변에는 최신식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서부대개발 정책으로 도로와 철도망이 확충되면서 청위경제권은 이제 반나절 생활권이 되면서 거대한 경제권으로 우뚝 솟았다.

진룽공단에서 엘리베이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권오철 웨스트 엘리베이터 사장은 "충칭을 비롯한 쓰촨성은 성 전체가 공사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중국 중앙정부의 대규모 내수경기 부양책과 함께 지난해 쓰촨대지진 이후 엄청난 인프라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연해지역인 주장(珠江)삼각주, 창장(長江)삼각주, 환보하이(渤海)만 경제권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지역격차를 해소하고 조화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소외된 내륙지역인 서부대개발을 부르짖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내년까지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쏟아붓는 4조위안의 절반 가까이가 서부대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같은 대규모 재정 투자에 힘입어 청위경제권은 2009년 상반기 눈부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평균 경제성장률은 7.1%이지만 쓰촨성은 13.5%, 충칭시는 12.5%를 기록했다.

권오철 사장은 "워낙 도로나 교량 등 인프라 구축 계획이 방대하다 보니 건설업은 물론이고 굴착기 제조 등 관련 산업이 무서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턱없이 부족한 중장비 임대업이나 가로수용 조경사업을 하면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서부대개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경제 사령탑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난 12일 내놓은 '2009년 서부대개발 중점공사 계획'은 청위경제권 인프라 확충을 위한 대역사의 설계도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도로와 철도 등 서부대개발 인프라 건설을 위한 18개 신규 프로젝트에 4천689억위안(약 80조 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서부권의 고속성장 매력에다 대규모 인프라로 물류 흐름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제조나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서부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의 양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가 지난달 청두에 첫 지점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서부지역 금융시장 공략에 나섰다.

또 지난 7월에는 휴렛 팩커드와 대만계 폭스콘 그룹이 합작해 충칭에 연간 2천만대 생산 규모의 노트북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충칭시는 오는 2012년 컴퓨터를 중심으로 하는 전자산업을 현재의 자동차, 오토바이 산업을 대체하는 지역 내 최대 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충칭에서 한중 우호주간 행사를 주최하고 있는 신정승 주중 한국대사는 "청위경제권의 연 평균 경제성장 속도가 13~15%에 달하고 2020년까지 12~13%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기업들이 청위경제권의 내수시장을 뚫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측면 외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yskwon@yna.co.kr

(충칭<중국>=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