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신중국 60년

"중(中) 서부, 대형공사 넘쳐 중장비 대여 별따기"

화이트보스 2010. 2. 11. 11:35

"중(中) 서부, 대형공사 넘쳐 중장비 대여 별따기"

 

 

中 내수 성장 전초기지
충칭·청두·시안 '西삼각 경제권' 르포
"수출의존 기존 성장모델은 외부 충격에 너무 약해"…
中, 충칭 등에 270조원 투자
대형 터미널·교통망 공사 외국 기업도 앞다퉈 몰려

세계 최대 도시 충칭(重慶·인구 약 3000만명)을 중심으로 중국 서부가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충칭 도심에서 동북 쪽으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위베이(�J北) 경제개발구. '창안(長安)포드마즈다'의 연산 30만대 자동차 공장이 있는 이 경제개발구 주변은 서구의 첨단 산업 클러스터를 연상시킬 정도로 현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개발구로 들어가는 왕복 6차선 도로를 따라 고층 아파트와 호화 빌라촌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자동차 공장 남쪽으로는 36홀짜리 대형 골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올 들어 8월까지 15만대에 가까운 자동차를 판매한 포드는 지난달 말 기존 공장에서 5분가량 떨어진 곳에 연산 15만대 규모의 소형차 생산공장도 착공했다.

이곳의 창안포드마즈다와 시 남쪽에 있는 창안스즈키, 이웃한 청두(成都)의 쓰촨도요타와 지리(吉利) 자동차까지 합치면 이 일대의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100만대를 훌쩍 넘는다.

포스코는 지난해 중국 서부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이 지역에 매년 12만t의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할 수 있는 가공센터를 완공했다. 송병래 센터장은 "충칭과 쓰촨은 그 자체로 인구 1억명이 넘는 거대 소비시장"이라며 "다국적 기업들이 내수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앞다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충칭과 쓰촨 지역의 전체 GDP(지역 내 총생산) 중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개혁개방 30년 동안 연평균 9.8%의 고도성장을 이어온 중국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출에 의존하는 기존의 성장 모델은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중국 충칭 위베이 경제개발구에 위치한 포스코충칭 가공센터 내부 모습. 포스코는 지 난해 매년 12만t의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할 수 있는 이 센터를 완공했다./충칭(重慶)=최유식 특파원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중국 서부 지역 12개 성시(성 및 직할시)를 아우르는 서부 경제권 개발을 통한 내수 성장 모델. 창장(長江·양쯔강) 상류에 자리잡고 있는 충칭은 서부 경제권의 관문에 해당한다.

충칭 시내 최대 부두인 차오톈먼(朝天門)에서 동북쪽으로 창장을 따라 7㎞가량 거슬러 올라가면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자리를 잡은 춘탄(寸灘) 컨테이너 터미널을 만난다. 연간 70만 TEU(20피트 컨테이너를 세는 단위)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중국 최대의 내륙항구. 2003년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이 터미널은 1·2단계 완공을 거쳐 3단계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다. 주민 덩위(鄧宇·51)씨는 "2000년대 초만 해도 어선이 떠다니던 강에 이제는 대형 컨테이너선이 오간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충칭과 청두를 비롯한 서부지역에 1조5000억위안(약 270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어 기반시설 건설을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쓰촨성 지진 복구 작업에 1조 위안, 그물망 같은 교통망을 구축하기 위한 18개 프로젝트에 4689억 위안이 각각 투입된다. 충칭과 청두, 시안(西安)을 잇는 이른바 '서삼각 경제권'을 중심으로 사통팔달의 물류 기반을 다지겠다는 뜻이다. 15일 청두에서 개막하는 '서부박람회'에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참석한다.

중국 충칭 위베이 경제개발구 내에 위치한 창안포드마즈다 자동차 공장의 물류센터에 자동차가 늘어서 있는 모습. 이 공장에서는 연간 30만대의 자동차가 생산된다./충칭(重慶)=최유식 특파원

대규모 프로젝트의 러시 속에 이 일대는 금융위기를 무색케 하는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충칭은 올 들어 9월까지 중국 평균의 2배가량인 1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현지 한국기업인 웨스트 엘리베이터의 권오철 사장은 "대형 공사가 하도 많아 중장비 빌리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세계적인 PC 메이커인 HP는 지난 8월 대만계 전자업체 팍스콘(Foxconn)과 함께 연산 2000만대의 노트북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이곳에 건설하기로 했다.

 

충칭시 경제문화위원회 궈젠(郭堅) 부주임은 "충칭은 한 해 선전(深�q)의 10배 수준인 15만명의 대학 졸업생을 배출한다"며 "이런 고급 인재를 바탕으로 2012년이 되면 정보기술(IT) 산업이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제치고 충칭의 최대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화학업체 바스프(BASF)와 프랑스의 환경업체 수에즈환경그룹 등도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고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12일부터 16일까지 충칭과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 우호주간 행사에 IT·에너지·금융 분야의 100여개 업체가 참가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은 현재 포스코와 금호석유화학 등 50여개 업체가 투자하고 있으며 SK그룹도 진출을 검토 중이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사무소장은 "인구나 자원 면에서 잠재력이 큰 데다 중국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어 이 지역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면서도 "아직 물류비 부담이 큰 만큼 임가공 수출보다는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이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