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풀린 은행권 사고 빈발 |
|
KBㆍ외환 등 잇따른 횡령 사건에 `사고백화점` 오명
|
|
|
가장 안전하게 고객 돈을 굴려야 할 은행들이 횡령, 정보 유출, 회계 의혹 같은 악성 추문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수검 문건 유출 파문에 회계 의혹까지 불거진 국민은행부터 일본에서 영업정지를 당하고 200억원대 대출 사기로 수사를 받고 있는 외환은행, 특정 지점에서 같은 횡령 사고가 두 번이나 불거진 신한은행까지. 사고도 `전방위`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의 기본인 신뢰가 무너진다"는 위기감이 높다.
특히 최근 스캔들은 특정 은행만의 문제가 아닌 데다 `정책 판단`이 아닌 준법의식(compliance) 자체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에서 한층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산업이 전환기이고, 금융당국도 새 규제 틀을 정하지 못한 데다 합병 이슈까지 걸려 어수선하다는 이유만으로 돌리기에는 금융사고의 질이 너무 안 좋다는 얘기다.
◆ 사고 백화점 된 KB
= 리딩뱅크, 국내 대표 은행을 자처하던 국민은행은 최근 `금융권 사고 백화점`으로 전락했다.
지난달 초 노조를 통해 금융감독원 사전검사 수검일보가 유출된 건 시작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강정원 행장 사태로 코너에 몰린 경영진이 이 같은 행위를 `방조`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금감원 종합검사가 끝난 직후에는 IT팀장이 자살(추정)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금감원의 강압검사가 자살 원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최근에는 국민은행 회계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국민은행의 최근 사고는 역시 리더십 공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기강이 해이해지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며 "국민은행이 잇단 악재에 시달리면서 그런 일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 신한, 외환도 `사고` 끊이지 않아
= 외환은행도 수백억 원 규모 부실ㆍ횡령 등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우선 2007년 말 외환은행 일본 오사카지점이 자금세탁방지법을 위반해 지난 1월 일본 금융청에서 3개월 영업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지점장이 자금 출처를 확인하지 않고 불순세력에 예금잔액증명서 등을 발급했다는 이유다. 최근에는 사당역 전ㆍ현직 지점장이 연루된 200억원대 대출 사기로 사법당국 수사를 받고 있다. 2008년 부정 대출 과정에서 업자에게 직원이 뇌물을 받은 혐의다.
은행 측 관계자는 "전직 지점장은 이미 퇴직했고 당시 현직 지점장은 대출 부실로 징계를 받았다"며 "당시 지점장은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사고 원인은 수년째 인수ㆍ합병(M&A) 대상으로 거론되는 불안감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인사에 대한 내부 불만도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성과가 좋은 지점장을 더 열악한 곳으로 발령 낸다"며 "실력을 발휘하라는 취지겠지만 당하는 개인으로선 좋을 리 없다"고 말했다.
`사고`는 신한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신한은행 원주지점은 횡령 사고가 두 번 재발하는 문제를 드러낸 바 있다. 200억원 넘는 횡령 사고가 발생한 지점에서 작년 10월 또다시 3억6000만원의 직원 횡령 사고가 생긴 것이다. 금감원은 최근 횡령 사고에 대해 관련 부행장 등 임직원 10여 명을 징계한 바 있다. 사고를 낸 해당 직원은 직후 면직됐다.
금융당국은 신한은행이 시재금 일치 여부를 제대로 검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횡령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당국은 판단했다.
은행 안팎에서는 이 사고가 옛 조흥은행과 통합 후 `합병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제가 된 직원들은 모두 옛 조흥 출신이었다. 이후 은행 측은 수개월간 걸쳐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신뢰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 "기본 흔들리면 공멸" 위기감 가져야
= 최근 은행권의 잇단 사고는 기본이 무너졌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2~3년 전 신용부도스왑(CDS),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고난도 파생상품 투자로 본 손실은 정책당국이 투자를 유도한 측면도 있었다. 정책 실패의 측면이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고는 대부분 은행 내부 기본윤리와 기강이 무너진 탓이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산업이 대전환기에 있고, 국내 은행권에도 인수ㆍ합병 이슈와 새 규제 틀 만들기라는 큰 변화가 방향성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은행 내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고 있다. "금융 빅뱅을 논하기 전에 기본부터 지켜라"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감사는 "결국 금융사고 예방은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며 강력한 내부통제와 금융감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태근 기자 / 손일선 기자 / 임성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