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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는 것, 잘하는 것만 하자

화이트보스 2010. 3. 1. 19:14

화장실 가 보면 그 기업 안다 … 대박보다는 ‘중박’ 노려라

이틀 새 1조원 몰린 스팩(SPAC) 대표 4인 ‘4색 운용’

고란 | 제155호 | 20100228 입력 블로그 바로가기
여의도에 ‘스팩’ 열풍이 불고 있다. 취업 준비생이 갖춰야 할 자격 요건(스펙·specification)이 아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라는 새로운 투자상품 바람이다. 22~23일 공모 청약을 받았던 ‘대우증권 그린코리아 스팩’에는 1조1400억원이 몰려 8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수합병(M&A) 시장에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혔다. 이어 미래에셋·동양종금·현대증권 등의 스팩이 줄줄이 청약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스팩을 골라야 좋을지 망설여진다. 전문가들은 설립 회사의 평판과 경영진 능력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투자자들을 대신해 중앙SUNDAY가 ‘스팩’ 경영진의 ‘스펙’을 점검했다.
● 지성배 대우그린코리아 대표
“잘 아는 것, 잘하는 것만 하자”


“안정성이 가미된 ‘중박’을 추구한다고 할까.”
목표 수익률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대한 지성배(43·사진) IMM인베스트먼트 대표의 답이다. 그는 ‘대우증권 그린코리아 SPAC’의 대표를 맡고 있다. ‘대(大)박’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을 얻겠다는 게 이 스팩의 목표다.
IMM인베스트먼트는 국내 토종 사모펀드다. IMM은 라틴어 ‘인 마누스 몬두스(in manus mundus)’에서 나왔다. ‘세계가 내 손에 있다(the world in my hand)’는 뜻이다. 사모펀드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30대 초반, 선배와 함께 회사를 설립한 뒤 10여 년이 지났다. 누적 투자금액이 1조원을 넘어섰고 관여한 M&A만 10여 건에 달한다. 초기엔 시행착오를 겪었다. 2001년 120억원을 들여 여성 브래지어 3위 기업인 라보라를 사들인 것이 그랬다. 금융자본을 앞세워 아무것도 모르는 제조업체를 인수했다.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했고 투자금 회수는 요원했다. 결국 내의 사업은 원 경영진에게 분리·독립해 주고, 연예기획사 싸이더스 HQ를 우회상장시켰다. 4년 만에 40%를 웃도는 내부수익률(IRR·투자 기간 중 총 투자비용이 벌어들인 수익률)을 올렸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잘하는 것만 하자’란다. 모르는 분야는 전문가를 영입하고 자신들은 금융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는 취지다. 또 소비자 심리에 따라 변동성이 큰 소비재 기업보다는 기업 간 비즈니스를 통해 안정적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회사를 선호한다고 한다. 성장성 못지않게 기업의 안정성과 영속성을 중시한다. 자본금 규모가 크고 거래소 시장에 상장한 것도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였던 셈이다.
①대우증권 그린코리아 ②거래소 ③지성배(IMM인베스트먼트 대표) ④산업은행·IMM인베스트먼트·그린손보·KT캐피탈·신한캐피탈·사학연금·IBK캐피탈·애로그래스(영국계 헤지펀드) ⑤76억2000만원 ⑥이사 5, 사외이사 4, 감사 1 ⑦875억원
⑧2월 22~23일 ⑨1000원 ⑩1000원 ⑪3500원[3.5배] ⑫16.7%
⑬산업은행·대우증권의 브랜드 파워, 유수한 기관투자가를 발기주주로 유치, 블루칩 기업 인수를 통한 성장성·안정성 추구
⑭다양한 발기주주로 의사결정 신속성 떨어질 수도, 2000억원
이상 규모의 합병 기업 찾는 데 어려움 겪을 수도

● 안재홍 미래에셋제1호 대표
될 기업인지 딱 보면 아는 ‘도사’

“화장실만 가 봐도 안다.”
‘미래에셋 제1호 SPAC’의 안재홍(54·사진) 대표는 “될 기업인지 아닌지는 보면 안다”고 단언했다. 그는 국내 벤처캐피털을 이끈 1세대다. KTB네트워크(설립 당시 한국기술개발) 공채 1기로 시작해 한국IT벤처투자 대표를 역임하는 등 30여 년 동안 벤처캐피털 업계에 몸담았다. 그가 상장(IPO)시킨 회사만도 레인콤·액토즈소프트·팅크웨어·쏠리테크·핸디소프트 등 40여 곳이 넘는다. “30년 동안 직접 바둑 둔 사람과 훈수만 둔 사람이 붙으면 누가 이기겠느냐”(이구범 미래에셋증권 투자금융사업부 사장)고 반문할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스팩과 유사한 실무 투자 경험이 누구보다 많다.

안 대표는 “성장성 높은 유망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선 숫자보다 사람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는 알 수 없는 미래 가치를 읽어내는 능력이 투자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는 레인콤 사례를 들었다. “양덕준 (레인콤) 사장이 투자 받으러 왔을 때는 완전히 빈손이었다. 그러나 기술력과 양 사장의 네트워크를 믿고 투자해 레인콤은 (한때) MP3 업계 시장 1위가 됐고 (한국IT벤처투자 대표 재직 당시) 우리는 20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아직까지 상장을 하지 않은 국내 우량기업이 남아 있을지는 의심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기술개발과 연구에만 매진하다 보니 공단에 틀어박혀 여의도에는 얼씬 않는 경영자들이 많다”며 “이들을 발굴하는 것이 임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래에셋증권과의 협업을 강조했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10개 기업의 IPO를 성공시켜 IPO 건수로는 증권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①미래에셋 제1호 ②코스닥
③안재홍(전 한국IT벤처투자 대표) ④안재홍·김철우
⑤15억 ⑥이사 2, 사외이사 1, 감사 1
⑦200억원 ⑧3월 3~4일 ⑨500원
⑩500원 ⑪1500원[3배] ⑫12.2%
⑬임원진 줄여 운용비 최소화, 벤처기업 합병 타깃에 맞는
자본금 규모, 투자 성공 시 큰 수익 기대
⑭미래에셋 단독 운영에 따른 불안감, 합병 대상 기업의 규모가
작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우려

● 신호주 현대PwC드림투게더 대표
인맥 사슬에 안 걸릴 기업 없다


“어제도 장흥순(전 벤처협회장)·전하진(전 한컴 대표) 등을 만났다.”
‘현대PwC드림투게더 SPAC’ 신호주(61·사진) 대표의 인터뷰 첫 마디다. 그는 2002년부터 3년간 코스닥증권시장 사장을 지내면서 벤처기업인들과의 인연을 키워왔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무부 증권과장·은행과장 등을 거쳐 관료는 물론이고 벤처협회·상장기업협회 등의 민간 인맥까지 두루 갖췄다.

신 대표가 맡은 역할은 좋은 기업의 발굴과 검증이다. 코스닥증권시장 사장 시절 그는 1년에 300개가 넘는 기업을 찾아다니며 코스닥 시장 유치에 힘썼다. 삼일회계법인 경영자문으로 옮긴 후에도 연 70~80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이 같은 만남은 최근 어느 대기업이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하는 데에도 도움을 줬다. 그 증권사 사장과 만나 고충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증권사 매각을 알선했다. 이때 신 대표가 활용한 것이 ‘코칭’ 기술이다. 인생이나 사업에서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화 기법이다. 2008년 초에는 아예 국제 코칭 자격증을 땄다. 이것을 따려면 60시간의 교육과 100시간의 실습을 이수하고 영어 인터뷰를 통과해야 한다. 신 대표는 코칭 기술이 상장을 꺼리는 비상장 우량 기업의 CEO를 설득해 좋은 기업과 스팩의 합병을 성사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

그외 M&A 실무는 삼일PwC어드바이저리가 담당한다. 이곳은 지난해 가장 많은 건의 M&A 자문을 진행했다. 특히 스팩의 액면가를 100원으로 책정해 향후 합병 때 내야 하는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고안해 내는 등 회계 관련 업무에 강하다.

①현대PwC 드림투게더 ②코스닥
③신호주(전 코스닥증권시장 사장) ④삼일PwC어드바이저리
⑤21억5000만원 ⑥이사 3, 사외이사 1, 감사 1
⑦200억원 ⑧3월 10~11일
⑨100원 ⑩2000원 ⑪6000원[3배] ⑫16.2%
⑬액면가를 최소화해 합병 때 발생하는 세금 부담 최소화,
투자 성공 시 큰 수익 기대
⑭실제 벤처 투자 업무 진행해 본 발기주주 없음,
합병 대상 기업의 규모가 작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우려

● 엡스타인 동양밸류오션 이사
골드먼삭스서 M&A 업무 10여 년 경험


“M&A 경험이 나만큼 많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동양종금증권 호바트 리 엡스타인(53·사진) 부사장의 자신감이다. 대우증권 스팩에 1조원 넘는 돈이 몰려 부담이겠다는 말에 “다른 스팩에는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동양밸류오션 SPAC’의 대표는 아니지만 사실상 경영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엡스타인 부사장은 설명이 필요 없는 사람이다. 세계적 투자은행(IB)인 골드먼삭스 한국 대표(2005~2007년)를 역임했다. 1997~2000년엔 골드먼삭스에서 한국 기업의 구조조정과 매각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때 어떤 기업을 다뤘느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다른 회사에서 한 일을 말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투자설명서에 나온 경력 중 ‘세계 최초 GDR(글로벌 예탁증서) 발행’에 대해 묻자 “이것은 팩트(사실)”라며 말을 이었다. 당시 CSFB 아시아 주식본부 대표를 할 때 삼성물산의 4000만 달러 GDR을 세계 최초로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롯데쇼핑·G마켓·한국전력기술 등의 IPO를 성사시켰고, KTF·아남반도체 등 지분 매각과 KT&G 경영권 방어 자문 등을 맡았다. 모두 이번에 내놓은 스팩이 합병을 목표로 하는 1000억원 규모의 기업보다는 덩치가 크다. 중소기업에 대한 M&A 경험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트럭이나 승용차나 운전은 똑같다”며 “오히려 큰 규모의 M&A를 해 본 경험이 스팩에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팩 설립 증권사인 동양종금증권의 IB 능력도 국내 최고”라고 덧붙였다. 동양종금증권은 지난해 채권인수 시장에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①동양밸류오션 ②거래소
③박순화(전 산업은행 이사)
④과학기술인공제회·매지링크·아주IB투자·KT캐피탈
⑤50억원 ⑥이사 5, 사외이사 2, 감사 1
⑦450억원 ⑧3월 16~17일
⑨500원 ⑩5000원 ⑪1만원[2배] ⑫9.1%
⑬일반 투자자들이 발기주주에 내는 프리미엄(일종의 보수)이
가장 낮음
⑭거래소에 상장할 만한 성장성 갖춘 합병 기업 찾는 것이 관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