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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기념사의 국내, 대북, 대일 메시지

화이트보스 2010. 3. 1. 19:33

삼일절 기념사의 국내, 대북, 대일 메시지

입력 : 2010.03.01 16:21 / 수정 : 2010.03.01 18:56

3.1절 기념사 하는 이 대통령 (천안=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91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삼일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통합’을 강조했다. 국내 내부의 통합, 북한과의 대화 제의가 기념사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세종시’, ‘북핵’ 등 갈등의 원인에 대해서는 한 차례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통합과 대화로 해법을 모색하자는 목소리를 담았다.

◆ 국내 “백년대계 놓고 치열하게 논쟁 중”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세종시’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전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세종시 문제가 지금처럼 아무런 결론을 못 내리고 계속 흐지부지하면 적절한 시점에 중대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내릴 수 있는 중대 결정이 ‘국민 투표’인 것으로 해석되면서 삼일절 기념사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이날 기념사에서 이 대통령은 ‘세종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우리는 국가 백년대계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다”고 말해, 세종시 문제를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친이(親李)·친박(親朴)계가 세종시 수정안의 당론 채택 여부를 놓고 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겨냥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치열한 논쟁을 통해)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라며 세종시 수정 논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기념사에서 “다양한 생각은 존중하되, 작은 차이를 넘어 최종 결과에 승복함으로써 커다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며 통합과 조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하고자 했다.

◆ 북한, “남한을 경제협력 대상으로만 보지 말라”

이 대통령은 또 이날 기념사에서 ‘북핵’ 문제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대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해법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제안한 그랜드 바겐도 함께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랜드 바겐’은 6자 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는 대가로 주변국이 북한에 안전을 보장하고 재정을 지원하는 일괄타결안.

그랜드 바겐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처음 제안한 북핵 해법이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북한도 (그랜드 바겐 해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곧바로 될 수 없더라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기념사에 담긴 발언은 그동안의 발언보다 한층 직설적인 제안으로 해석된다. 북한을 그랜드 바겐의 틀에 끌어들임으로써, 6자 회담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해야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날 이 대통령은 북한이 우리 정부를 보는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남북의 미래를 밝게 열어나가기 위해서는 북한이 남한을 단지 경제협력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핵 문제는 미국과만 대화하려 하면서, 우리 정부는 돈으로만 생각하지 말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 단골메뉴 ‘대일(對日) 메시지’ 없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 대통령은 삼일절 기념사의 단골 화두였던 과거청산 등 ‘대일(對日) 메시지’를 집어 넣지 않았다. 현 정부의 실용주의 외교 노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념사에는 대신 ‘일본의 무신(無信)을 죄하려 하지 아니하였고’, ‘일본의 소의(少義)를 책하려 하지 아니하였으며’, ‘일본으로 하여금 부자연하고 불합리한 착오상태를 개선광정(改善匡正)’하려 했다는 등 1919년 독립선언서에 나오는 문장들이 등장했다. 일본의 잘못을 추궁하지 않고, 다만 일본의 비정상을 바로 잡아 옳은 길로 이끌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참으로 큰 관용과 포용의 정신이자,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비전”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