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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서 저축銀까지..금감원 출신 감사직 점령

화이트보스 2010. 3. 1. 19:36

은행서 저축銀까지..금감원 출신 감사직 점령

  • 연합뉴스

입력 : 2010.03.01 07:19

 
윤근영 최윤정 최현석 홍정규 기자 = 금융권을 중심으로 다시 낙하산 인사가 심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금융회사 감사와 사외이사 자리에 잇따라 앉고 있다. 감사원 등 관료 출신들도 이에 질세라 낙하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관에서는 낙하산 인사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전ㆍ현직 유착’은 이미 옛말이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전문성을 활용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권 감사는 금감원의 ‘OB 동문회’

올해도 어김없이 금감원 퇴직자들이 금융회사 감사나 사외이사 자리에 들어앉고 있다. 금융권 감사직은 금감원 ‘OB(Old Boyㆍ졸업생을 일컫는 말)’들의 동문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 업종을 막론하고 이들 회사의 신임 감사나 사외이사에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선임되고 있다.

최근 부산은행이 전 금감원 기획조정국장을 감사로 선임한 데 한화손해보험도 전 금감원 국장조사역을 감사로 앉혔다. 하나은행 후임 감사로도 금감원 출신 인사의 선임이 유력시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이미 국민, 신한, 씨티, SC제일, 대구, 전북 등 대다수 은행에 금감원 출신 감사가 포진했다. 보험권도 어김없이 코리안리, LIG손보, 현대해상, 동양생명, 금호생명에서 금감원 출신이 감사를 맡고 있다.

하나대투, 유진투자, HMC투자, 현대, 삼성, 동부, 대신, NH투자, 한화,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의 감사는 모두 금감원 출신이다. 한국, 서울, 솔로몬, 신민, 푸른 등 제법 규모가 큰 저축은행 감사나 사외이사도 최근 역시 금감원 출신이 선임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회사 임원은 “퇴직을 앞둔 금감원 인사들 사이에서는 대우가 좋은 회사의 감사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툰다는 얘기까지 들린다”고 전했다.



◇관료들도 줄줄이 낙하산

관료들도 이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선배가 끌어주고 후배가 밀어주는 ‘끈끈한’ 모습은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는 최근 담당 부처인 국토해양부의 고위 공무원이 부사장으로 내려왔다. 이곳은 국토부 항공국장 출신이 이미 선임 비상임이사로 자리를 잡은 상태다.

하반기에 선임되는 본부장급 상임이사에도 역시 국토부 출신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것으로 공사 노조는 전망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항공과 공항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 국토부 인사의 숨통을 틔우려는 목적으로 계속 내려오고 있다”며 “최근 법 개정으로 상임이사는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치지 않아도 돼 낙하산 인사가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감원이 ‘기득권’을 행사하는 금융계에도 꾸준히 명함을 내밀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처럼 직간접적으로 규제나 사정 권한을 행사하는 곳은 물론 국세청이나 국가정보원 같은 기관의 출신도 금융회사 감사나 사외이사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공무원 출신은 조직 관리 능력이 뛰어난 데다 국회, 청와대 등 다른 기관과 관계가 돈독해 여러 협력 사업 추진에 크게 기여한다”며 “장점도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낙하산 시비, 왜 끊이지 않나

금감원, 감사원 같은 감독ㆍ사정 당국이나 관료 출신 인사들이 민간 회사의 감사나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대표적 규제산업인 금융업계에서는 규제권한을 가진 쪽과 어떻게든 접촉점을 확보하고자 하고 , 당국의 퇴직자들로서는 고액 연봉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리 없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검사도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정기적으로 금감원의 검사를 받는 조직 입장에서도 ‘방패’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낙하산을 내려 보내는 기관의 입장은 다르다. 과거처럼 ‘OB(전직)’와 ‘YB(현직)’의 유착은 사라졌으며, 오히려 해당 회사에서 OB들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고 강조한다.

금감원은 단적인 예로 국민은행을 들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이 감사로 가 있지만 이 은행은 혹독하리만치 검사를 강하게 받았다”면서 “요즘 검사역들은 OB 출신 피검회사 감사들과 밥 한 끼도 안 먹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회사 시스템을 잘 파악하고 회사 내부를 제대로 통제하려면 금감원 출신만한 사람이 없어서 ‘낙하산’이라기보다는 ‘스카우트’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회사 감사는 선진적인 감사 기법을 도입한다는 명분과 달리 사실상 당국과의 ‘창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양대 하준경 교수는 “금감원 OB 출신 감사는 전문성을 활용하기보다는 인맥을 활용한다고 보는 게 맞다”며 “금감원도 일정 기간 피검회사 취직을 제한하거나 업무 관련성을 엄격히 따지도록 규제하는 게 불편부당한 감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