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87·사진) 전 미국 국무장관은 11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해) 핵무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결과가 되면 대참극이 벌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이사장 한승주) 초청으로 방한한 키신저 전 장관은 이날 ‘북핵 문제와 동북아시아’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안보리 5개국이 6년 동안 대북 제재를 해 왔음에도 북한 핵이 계속 용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두려워할 게 많지는 않다”며 “북한이 생산할 수 있는 무기류에 대해선 미국이 충분히 대응할 무기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진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대북 제재를 강화하더라도 협상을 계속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북·미 양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에 대해선 “(북핵은)미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이 단독으로 해결하라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유의 협상을 많이 봐왔는데 특정한 패턴이 반복된다”며 “그중 하나는 대화를 얻기 위한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또 “국제사회의 중심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을 미국의 쇠퇴 시기라고 보지는 않는다. 미국과 중국이 건설적인 미래를 만들 것이냐, 적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며 미·중 간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강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