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보유한 20기(基)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매년 700t가량의 '사용 후 핵연료'가 나온다.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하면 90% 이상을 연료로 다시 쓸 수 있지만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이 재처리를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원전(原電) 인근에 임시저장 수조(水槽)를 만들어 사용 후 연료를 보관하고 있으나, 2016년쯤에는 이 시설마저 꽉 차게 된다. 평화적 핵 재처리 주장을 펼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핵 재처리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하면 나오는 핵무기 원료 플루토늄으로 한국이 핵무장으로 치달을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북한이 두 차례나 핵실험을 한 상황이라서 더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 해법으로 북한의 재처리 능력 포기까지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한국에만 재처리 기술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측 논리가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주장하기도 쉽지는 않다. 2014년 3월이면 시한이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는 한·미동맹 앞에 던져진 커다란 숙제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얼마 전 "2012년에 (미국에서 한국으로)전작권이 넘어오는 게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월터 샤프 주한 미사령관은 11일 "전시작전권 이양은 예정된 날짜에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까지 "(한·미가 연합사령부를 구성해 공동으로 행사하는) 전시 군 지휘체계를 분할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으며 한반도 안보 상황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마치 미 국방부만 "한국에 전작권을 이양해도 괜찮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대한민국의 생존이 걸려 있는 전작권 문제를 놓고 이렇게 엇갈리는 이야기가 나오면 한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고, 자칫 북한의 오판(誤判)을 부를 수도 있다. 한·미는 2012년 4월 17일로 잡혀 있는 전작권 이양이 과연 적절한 시기인지에 대해 서로 마음을 터놓고 솔직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전작권 이양 시기 재조정과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 모두 한·미 간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은 난제(難題)들이다. 그러나 한·미가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갖고 협의한다면 결코 풀지 못할 문제도 아니다. 전작권과 원자력 협상은 한·미동맹의 성숙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