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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국회'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

화이트보스 2010. 3. 17. 11:50

'일하는 국회'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

  • 국회 보좌관 서인석

입력 : 2010.03.16 22:47 / 수정 : 2010.03.16 23:11

5급 비서관 1명 증원을 골자로 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3월 2일 통과됐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비난 일색이다. 이 같은 비판적 보도는 18대 국회가 개원한 지 2년이 다 되도록 농성과 충돌이 계속되면서 실망을 안겨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건비 177억원을 들여 보좌진을 늘리는 것은, 세금만 축내는 것이라는 인식도 적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국회가 행정부에 대한 '감사 조직'이라는 특성상, 의원 보좌진의 증원과 전문성 강화가 국가적 예산낭비를 막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점이다. 올 예산은 292조8000억원. 177억원을 들여 국회의 '감사 능력'을 강화해 예산 가운데 0.1%의 낭비만 막는다 해도 그 액수는 3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국회 보좌진의 증원을 사업부서인 행정부와 똑같이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더욱이 보좌진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무조건 비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상임위원회와 국정감사, 예·결산 심사, 인사청문회, 대정부 질문, 각종 행사 기획, 공청회, 정책자료집, 홈페이지 관리, 이 밖에도 '선거' 및 '지역' 관련해 모든 업무가 보좌진에 의해 준비되고 만들어진다. 그런데 의원실의 실무인력은 수행·행정 비서를 빼고 나면 3~4명에 지나지 않는다. 최소한의 인력이 추가로 지원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감사는 차치하고라도 주어진 업무를 분장할 수도,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도 없는 실정이다.

공무원 숫자는 흔히 100만명으로 추산한다. 국회 보좌진은 1794명(의원 299명×6명)에 불과하다. 비율로 치면 557대 1이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무원의 평균 근속기간이 30여년인 데 반해 보좌진들의 경우 평균 2년여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상원의 경우 의원 1인당 평균 44명의 보좌진을 두고 있다. 이들은 업무를 입법, 공보, 총무, 언론, 행정, 일정, 우편·통신, 비서실 시스템 관리 등으로 세분화해 몇명씩 팀을 이뤄 분담하면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모든 일을 보좌진 3~4명이 담당해야 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