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위기로 국제 통화 기금 (IMF)의 관리 체제에 들어간 1997 년 말 이후 도산 위기에 빠진 대기업과 금융 회사들을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공적 자금을 투입했던 정부는 1999 년부터 순차적으로 공적 자금 회수에 나섰다.
하지만 제일 은행 외환 은행 현투증권 한투증권 대투증권 매각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의 공적 자금 회수는 정부 지분을 특정 기업이나 펀드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장외 (
场外)에서 개별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다 보니 거래의 투명성이 떨어져 론스타의 외환 은행 인수처럼 '헐값 매각'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대한 생명의 상장은 공적 자금 회수 기법의 진화를 상징한다. 정부로서는 지금까지 투입한 돈을 돌려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주가가 오를 경우 더 많은 금액을 회수하는 것도 기대할 수있게됐다. 증시를 통해 지분을 매각하기 때문에 투명성도 당연히 높아진다. 증시 전문가들은 정부가 증시 상장이라는 안전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봐가며 △ 블록 세일 (정해진 가격에 지분을 쪼개 파는 것) △ 장내 지분 매각 △ 지분 일괄 매각 등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른바 '꽃 놀이패'를 쥐게 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예보는 감사를 대생에 파견해 경영에 일부 관여 해왔지만 상장 이후 공적 자금이 전액 회수되면 대생은 명실 상 부한 민간 기업으로 독자 행보를하게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공적 자금은 부실한 회사에 넣은 돈이라 제대로 돌려 받기 힘들었다"며 "대생이 성공적으로 상장해 국민의 세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있다면 상당히 의미있는 일 "설명했다이라고. 대생의 사례는 현재 진행중인 하이닉스 반도체와 대우 인터내셔널 매각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이자까지도 돌려받을 수있어주식 공모 과정을 거치면서 대생의 지분은 한화건설 (24.88 %) 등 한화 그룹 50.25 %, 예금 보험 공사 (정부) 24.75 %, 해외 투자자 12.25 %, 국내 기관 투자가 2.75 % 등으로 재편됐다. 만일 대생의 상장 이후 주가가 기대치만큼 형성돼 정부 지분 전량을 주식 시장에 내다 팔면 정부는 자연스럽게 시장을 통해 공적 자금을 회수할 수있게된다.현재 로선 정부가 언제 공적 자금을 전액 회수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17 일 첫 상장일 주가가 얼마에 형성 될지에 따라 예보의 공적 자금 회수 일정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대생의 공모가가 한화의 기대보다 낮은 주당 8200 원이었지만 상장 첫날의 시초가는 90 ~ 200 %, 즉 7380 ~ 1 만 6400 원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일단 장이 열려 봐야 가늠할 수있다. 유진 투자 증권 서보익 연구원은 "상장 초기에는 주가 변동성이 크다"며 "초기 주가가 공모가 근처에서 낮게 형성되면 앞으로 주가는 오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예보는 보유 주식 24.75 %를 상장 6 이후부터 주식 시장에서 팔아 회수할 수있다 개월. 회수할 공적 자금 (2 조 3000 여억 원)을 보유 주식 수 (2 억 1496 만 2000 주)로 나누면 대생의 주가가 1 만 743 원을 넘어야 원금을 회수할 수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론 상으로는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예보가 가져가는 금액도 늘어나이자까지 챙길 수도 있지만 대량 지분 매각이라는 변수가있어 향후 주가는 '예측 불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보 금융 정리부 홍준모 팀장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만큼 적어도 원금은 회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가 부도 위기에서 공적 자금 투입으로 경제 시스템을 안정시킨 것만으로도 값어치를 매길 수없는 효과를 거뒀다" 고 자평했다.
1946 년 토종 생명 보험사 1 호로 설립돼 한국 보험 업계를 이끌어 왔던 대생은 1997 년 말 외환 위기로 보험 해약 건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경영진이 계열사에 대한 부당 대출과 외화 밀반출로 구속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결국 3 조 5500 억 원의 공적 자금을 수혈받은 대생을 한화 그룹이 2002 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지분 67 %를 팔아 1 조 820 원을 회수한 바있다 억.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공적 자금 총 168 조원 ... 회수율 57 % 그쳐
조흥银 매각 그나마 성공 사례
1 조 투입 수협, 회수는 제로 ▼
1997 년 1 월 한보철강이 부도를 내면서 외환 위기의 서막이 올랐다. 국제 통화 기금 (IMF)은에 구제 금융을 요청했던 1997 년 11 월을 전후해 삼미, 진로, 기아, 해태 등 중대형 그룹들의 도산이 이어졌다. 30 개 대기업 중 17 개사가 문을 닫았다.
그 여파가 은행에 미쳤다. 부도가 난 기업들의 주식과 채권을 갖고 있던 은행들이 보유 자산의 폭락과 대출 연체율 급등으로 연쇄 도산 위기를 맞은 것. 결국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대기업의 부도로 금융 회사까지 망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예금 보험 공사, 한국 자산 관리 공사 (캠코)와 함께 '공적 자금'을 처음으로 조성했다.
캠코는 금융 회사가 가진 부실 기업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했다. 예보는 출자 등의 방식으로 금융 회사를 정상화시켰다. 이 덕분에 대형 은행들은 부실 채권을 대부분 털어 내고 클린 뱅크로 거듭났다. 그 대신 대우, 한보 등 대기업들은 채권자가 은행에서 캠코로 바뀌어 혹독한 구조 조정에 들어갔다.
당시 공적 자금은 대한 생명뿐 아니라 한빛 은행 (우리 은행의 전신), 조흥은행, 서울 보증 보험, 수협, 제주 은행 등 상당수 금융 회사에 투입됐다. 정부가 올해 1 월까지 투입한 공적 자금은 모두 168 조 6000 억 원. 특히 우리 금융 지주와 서울 보증 보험에는 10 조 원 안팎의 막대한 돈이 들어갔다.
하지만 회수율은 신통치 않다. 현재까지 96 조 2000 억 원 (57 %)을 회수했을 뿐이다. 2 조 7000 원이 투입됐던 조흥은행을 신한 금융 지주에 매각하면서 4 조 1700 억 원을 회수해 150 %의 회수율을 보인 게 그나마 꼽을 수있는 성공사례다 억.
예보는 지난해 11 월 우리 금융 지주의 지분 7 %를 주당 1 만 5350 원에 매각해 공적 자금 8660 억 원을 회수했다. 이를 통해 예보의 우리 금융 지분은 73 %에서 66 %로 감소했다. 지금까지 우리 금융 지주에 투입된 12 조 8000 억 원의 공적 자금 중 4 조 원이 회수됐다. 정부는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금융의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서울 보증 보험에는 10 조 2500 억 원을 투입했지만 2008 년 말 현재 약 10 %에 해당하는 1 조 2900 원을 회수한 데 그쳤다 억. 1 조 1581 억 원을 투입한 수협에서는 아예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정부는 올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보고 더욱 적극적으로 공적 자금을 회수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 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공적 자금 관리 계획 관련 업무보고를 통해 "시장 상황을 고려하되 매각이 준비된 금융 회사와 기업부터 순차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오바마 "公자금 철저 환수는 대통령 임무 "▼
■ 해외의 공적 자금 회수 사례1997 년 외환 위기, 2008 년 글로벌 금융 위기처럼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정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공적 자금을 사용한다. 경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국민의 세금을 동원해 '마중물'을 붓는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혈세 (
血税)를 부실 회사에 투입한만큼 위기가 지난 뒤이를 회수하는 것은 정부의 과제로 남는다.
미국 정부는 올해 초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투입한 공적 자금 7000 억 달러 중 손실이 예상되는 1170 억 달러를 회수하기 위해 자산 500 억 달러 이상인 금융 회사 50 곳에 세금을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민에게 빚진 돈을 마지막 한 푼까지 거둬들이는 것은 대통령의 임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처럼 강경한 조치를 들고 나온 것은 1980 년대 후반 부실화된 저축 대부 조합 (은 S & 패)을 처리하기 위해 구조 조정 자금 1,457 억 달러를 투입 했다가 80 %를 회수하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비슷한시기에 금융 위기를 겪은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는 정부 출자 금액을 100 % 넘게 회수해 대조를 이뤘다.
정부가 적절한 회수 방안을 세우지 않고 공적 자금을 투입한 경우 회수가 기약없이 늦어 지기도한다. 스페인은 1977 년 금융 위기를 맞아 투입한 구조 조정 비용을 2003 년까지 61 % 밖에 회수하지 못했다. 1990 년대 중반 금융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공적 자금을 투입한 멕시코는 2000 년대 초까지 원금 회수는 포기하고 이자만 받으면서 국내 총생산 (GDP)의 대비 원금의 비중을 점차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