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5분간의 대화로도 강력한 동기부여
자신의 업무로 인해 도움 받는 사람을 직접 보고 짧게라도 얘기 나눈 직원은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만족도 높아 ‘대면 접촉’이 몰입과 생산성 향상 불러
동기부여에 대해 연구하던 그랜트 교수는 전화로 대학 기부금을 모집하는 콜센터 직원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콜센터는 이직률이 매우 높고 근무 사기도 최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봉인 데다 갑작스럽게 걸려온 기부금 모집 전화에 불쾌해하는 고객들을 매일 상대하기 때문이다. 이런 콜센터 직원들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까. 그랜트 교수는 자신의 노고로 혜택을 본 수혜자들과 직접 면담을 주선해 주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의 동기부여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2007년 콜센터 직원 중 일부를 골라 장학금 수혜 학생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만남은 그리 길지 않았다. 콜센터 직원들이 장학생들의 학업 상황에 대해 간단히 대화할 수 있는 약 5분간의 시간만 주어졌다. 그 후 한 달간 콜센터 직원들의 통화 시간 및 기부금 모집 실태를 점검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장학생들과 직접 대면했던 직원들은 학생들과 만나기 한 달 전에 비해 두 배나 더 오래 잠재 기부자들과 통화했다. 모집된 기부금도 증가했다. 평균 185.94달러에 불과했던 주간 모금액이 한 달 만에 503.22달러로 급증했다. 그랜트 교수는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만족도가 높을 뿐 아니라 훨씬 더 생산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랜트 교수는 자신의 일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의욕이 고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가 2007년 지역 스포츠센터 구조 요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이 실험에서 첫 번째 집단의 구조 요원들은 타인의 생명을 구한 사례를 읽었고, 대조군에 속한 두 번째 집단은 인명 구조라는 직업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기술한 사례만 읽었다. 이후 타인의 생명을 구한 사례를 읽은 첫 번째 집단의 근무시간은 4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구조 업무가 개인 생활에 가져다준 즐거움과 보람에 대한 글만 읽었던 대조군의 근무 태도는 이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그랜트 교수는 학교 취업 센터에 이력서를 낸 구직자의 소개 글(cover letter) 편집을 맡은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유사한 실험을 실시했다. 첫 번째 그룹은 이력서를 내러 온 대상자와 잠시 만나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반면 대조군으로 선정한 두 번째 그룹은 이력서 제출자를 만나보지 못한 채 글을 수정하게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실제 구직자와 만난 후 글을 다듬어 준 학생들은 구직 당사자와 만나지 않고 곧바로 수정 작업에 들어간 학생들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을 업무에 매달렸다. 그랜트 교수는 “업무의 의미와 중요성을 파악하는 것이 동기부여의 핵심이며, 아무리 피상적이더라도 수혜자와의 만남은 업무의 중요성을 확실히 각인해 준다”고 강조했다. 그랜트 교수가 엔지니어, 영업사원, 관리자, 고객 서비스 대표, 의사, 간호사, 의료 기술자, 보안 요원, 경찰, 소방수 등을 대상으로 실험한 다른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사람의 가치관이나 특징에 따라 수혜자와의 면담이 끼친 영향력은 달라졌다. 예를 들어 ‘사람을 돕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수혜자와의 면담 후 업무 몰입도가 크게 높아졌다. 반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지와 상관없이 항상 성실히 근무했던 근로자는 수혜자와 직접 만났다고 해서 갑자기 성과가 높아지지는 않았다.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이제 근로자는 최종 소비자와 접촉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직원들이 ‘누군가를 돕고 있다’고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랜트 교수는 “기술은 진정 양날의 칼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직원들과 최종 소비자 간의 거리는 좁혀졌지만 동시에 서로 얼굴을 맞댈 필요가 없어졌다.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더라도 업무에는 지장이 없으므로 기업들은 자사 직원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노력을 더 기울이지 않게 됐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큰 실수다”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인사나 총무 등 지원 부서 직원들도 조직 내 수혜자와 만나면 동기부여 수준이 높아진다. 그랜트 교수는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 영향을 받는 최종 소비자가 있기 마련이다. 때로는 최종 소비자가 같은 조직 내에 있을 수 있다. 동료나 다른 부서 직원, 혹은 경영자일 수도 있다. 문제는 직원과 최종 소비자 사이에 정기적인 만남 통로를 어떻게 만들어주느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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